미국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행동위원회 Fairshake가 디지털자산 정책에 대한 의회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하원의원 후보 32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화당 후보 19명과 민주당 후보 13명이 대상이며, 이 가운데 6명의 선거운동에는 각각 1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지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정 정당의 장기적인 의회 장악에 기대기보다 양당 모두에 암호화폐 정책을 지지하는 의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금융서비스위원회 핵심 인사에 지원 집중
공개된 100만 달러 지원 대상에는 공화당 소속 French Hill, Bryan Steil, Bill Huizenga 의원이 포함됐다. Hill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을 맡고 있고, Steil은 위원회 산하 디지털자산 소위원회를 이끌며, Huizenga는 금융서비스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금융·디지털자산 관련 입법에 직접 관여하는 인사들에게 자원을 투입한 셈이다.
민주당에서는 Janelle Bynum, Steven Horsford, Derek Tran 후보가 각각 100만 달러 지원 대상에 올랐다. 이들과 암호화폐 업계의 접점 가운데 하나는 CLARITY 법안에 대한 지지다. 2025년 7월 하원은 찬성 294표, 반대 134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표는 공화당 의원 216명과 민주당 의원 78명이 던졌으며, 표결에 참여한 공화당 의원은 모두 찬성한 반면 민주당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Fairshake는 연방 독립지출위원회다. 후보자의 선거운동과 별도로 정치 활동에 자금을 쓸 수 있지만, 후보자 선거캠프와 협의하거나 활동을 조율할 수는 없다. 따라서 특정 후보에 대한 100만 달러 지원 발표가 후보자에게 현금을 직접 전달한다는 뜻은 아니다. 독립지출은 광고 등에 쓰일 수 있으며, 후보자가 관련 활동에 자체 선거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다른 선거 업무에 예산을 배분하도록 도울 수 있다.
디지털자산 규제의 불확실성이 업계 과제
미국 암호화폐 기업들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분류와 규제 관할, 등록·인가 요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법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달라고 의회에 요구해 왔다. 운영 비용과 규제 준수 경계가 불분명하면 거래 플랫폼, 토큰 발행사, 개발자와 이용자가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관련 법률을 보완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법안에 담을 내용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법안의 이름이나 원칙적 목표만으로는 실무상 쟁점이 해소되지 않는다. 기업 비용과 인허가 범위, 이용자 권리는 법 조항과 정의, 공시 의무, 집행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CLARITY 법안의 윤리 조항을 둘러싼 이견은 상원에서 법안 처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하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얻었더라도, 상원의원들은 공직자가 공적 결정의 영향을 받는 사업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을 놓고 합의해야 한다. 업계에 우호적인 의원을 입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과 지지를 실행 가능한 법률로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후자는 구체적인 조항 협상에 달려 있다.
양당 지원에도 이해관계는 엇갈려
어느 한쪽도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장기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양당 후보를 함께 지원하는 것은 정치적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암호화폐 기업은 특정 후보가 거래 플랫폼 등록, 토큰 발행, 디지털자산 규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얼마나 빠르게 미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반면 유권자는 주거, 세금, 이민, 지역 현안 등 더 폭넓은 의제를 기준으로 투표하는 경우가 많아 관심사가 다를 수 있다.
업계의 요구가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대형 거래 플랫폼이 원하는 규제 체계는 개인 개발자의 이해와 다를 수 있고, 토큰 발행사의 관심사는 파산 시 자금 처리 방식을 알고 싶어 하는 고객의 관심사와 다를 수 있다. 이용자의 권리를 실제로 정하는 것은 선거 광고나 정치자금이 아니라 의회가 통과시키는 법률이다. 누가 사업 인가를 받을 수 있는지, 이용자가 어떤 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있는지, 규제 준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가 법안에 담겨야 한다.
Fairshake는 11월 선거 이후 지원 결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업계와 이용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지원받은 의원들이 이후 규제 조항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다. 정치적 지원이 입법 참여로 이어지더라도, 명확하고 집행 가능한 디지털자산 규제가 마련될지는 다음 법안 심의에서 구체적인 문안으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