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이 3주 만의 고점에서 후퇴했다. 미국 9월 물가 지표가 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다시 키운 데다, 세계 최대 구리 광산인 BHP의 에스콘디다 광산 노조와 회사가 파업을 피하기 위한 잠정 합의에 도달하면서 시장에 반영됐던 공급 차질 프리미엄이 일부 사라졌다. 다만 미국의 관세 결정과 재고 이동 방향에 따라 가격이 다시 크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12월물 구리 선물은 장중 파운드당 6.7890달러까지 올랐다가 6.6695달러로 밀렸다. 하락률은 약 0.8%로, 톤당 가격으로는 약 1만4704달러다. 앞서 주력 계약은 9월 9일 파운드당 6.89달러로 사상 최고 결제 가격을 기록했지만, 이후 미국 백악관의 관세안 추진이 차질을 빚으면서 하루 만에 5% 넘게 하락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구리는 장중 톤당 1만4700달러까지 올라 9월 2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오후 들어 1만4532달러로 내려왔다. 현물 구리는 월요일 톤당 1만482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화요일에도 1만4741달러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LME 재고는 7거래일 연속 감소해 22만9650톤으로 줄었다.
미국 물가와 에스콘디다 합의가 가격 변수
미국 9월 소비자물가는 휘발유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폭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이 예상하는 연방준비제도의 10월 말 회의 25bp 금리 인상 확률은 약 44%로, 하루 전의 두 배 수준까지 높아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연준이 올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에스콘디다 관리직 직원 노조가 수요일 오전 잠정 합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노조 관계자는 합의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안토파가스타가 운영하는 센티넬라 광산 노조도 일주일간의 작업 중단 뒤 화요일 협상을 재개했다. 칠레 국영 구리업체 코델코의 엘테니엔테 노천광산은 사망자가 발생한 산사태 이후 여전히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구리 시장은 금리와 광산 공급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에스콘디다 파업 위험이 일단 완화되면서 단기 공급 프리미엄은 낮아졌지만, 다른 광산의 생산 중단과 노사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물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가격 하락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세 기관, 2026년 평균 가격 전망 재상향
올해 구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여러 기관은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2026년 들어 구리 가격 평균은 톤당 약 1만3471달러다. 이번 조정은 연간 평균 전망을 실제 거래 수준에 가깝게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Macquarie는 2026년 구리 평균 가격을 톤당 1만3573달러로 예상했다. BMO캐피털마켓은 1만3619달러, 피치그룹 산하 BMI는 7월 전망치인 1만2700달러에서 1만3500달러로 올렸다. 세 기관은 2027년 이후 시장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크다. 핵심 쟁점은 미국 내 약 150만~200만 톤의 구리 재고를 세계 시장에 새로 발생한 공급 과잉으로 볼 것인지 여부다.
Macquarie는 2027년 평균 가격 전망을 14% 높인 톤당 1만2750달러로 제시했다. 다음 경기순환 저점도 기존 1만1000달러에서 1만2000달러로 상향했으며, 저점 시점은 2027년 4분기로 예상했다. 장기 구리 가격 전망은 2025년 달러 기준 톤당 1만500달러로 높였다.
Macquarie는 현재 구리 가격이 펀더멘털과 괴리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흐름은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판단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2026년 구리 시장이 22만3000톤의 공급 과잉을 기록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계산에는 53만1000톤의 공급 차질이 이미 반영됐다. 2027년부터는 광산 공급이 늘면서 연간 과잉 물량이 평균 70만 톤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기관은 세계 광산 구리 생산량이 내년 4.9%, 2028년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콜라후아시, 그라스버그, 카모아-카쿨라, 센티넬라 등의 프로젝트가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티아마리아 광산도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봤다. 파나마의 코브레 파나마 광산은 2027년 중반부터 전체 생산능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수요 측면에서 Macquarie는 2027년 세계 구리 수요 증가율이 1.5%로 둔화하고, 중국 수요는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건설업의 구리 소비량은 매년 약 9% 감소하고 있으며, 에어컨 제조업체들도 일부 구리 소재를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관세가 재고 이동 방향 바꿀 수 있어
Macquarie는 올해 전 세계 가시적 구리 재고가 약 30만 톤 늘었지만, 증가분은 거의 전부 미국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재고는 오히려 약 16만8000톤 감소했다. LME와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재고가 다시 늘어나는 현상은 시장 심리가 약해지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관세 정책이 확정된 뒤 재고가 빠르게 되돌아가거나, 예상된 공급 과잉이 현실화될 때 이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Macquarie는 관세와 관련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국이 2027년 1월 1일 이전까지 결정을 발표하지 않는 경우와 최종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경우도 포함됐다. 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면 이미 미국에 들어간 재고가 LME 창고와 아시아 시장으로 다시 이동할 수 있다. 이 경우 COMEX 구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런던 가격도 함께 압박받을 수 있다.
미국이 시행 6~8주 전에 관세를 발표하면 무역업체들은 정책 발효 전까지 구리를 미국으로 계속 운송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이외 지역의 현물 공급을 더 빠듯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시행을 공식적으로 6개월 연기하면 뉴욕과 런던 간 가격 차이는 점차 좁혀질 수 있다. 시장은 미국이 폐동 수출 금지까지 정책에 포함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금지 조치가 즉시 시행되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60만 톤의 구리 함유량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BMO, 재고 증가는 공급 과잉보다 지역 간 이동에 가깝다고 봐
BMO캐피털마켓은 재고를 해석하는 방식에서 Macquarie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BMO는 장기 구리 가격 전망을 47% 높여 실질 가격 기준 톤당 1만600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2030년 명목 가격으로 약 1만8000달러에 해당한다. 2027년과 2028년 전망은 각각 1만4675달러와 1만6000달러이며, 장기 전망은 시장 컨센서스보다 46% 높다. BMO는 2026년 구리 시장의 공급 과잉을 약 8만3000톤으로 예상하고, 2027년부터는 소폭의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으로 봤다.
BMO가 주목한 부분은 미국에 쌓인 약 200만 톤의 재고가 새로 발생한 과잉 물량인지, 아니면 지역 간 재배치의 결과인지다. 미국의 관세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중국의 정련 구리 수입은 추세보다 낮고 수출은 추세보다 높았다. 누적 순변화는 약 160만 톤에 이른다. BMO는 중국이 전략 비축분을 소진하는 반면 미국은 재고를 축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지상 재고가 실제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관측이 어려운 지역에 있던 구리가 미국 등 확인 가능한 창고로 이동한 셈이다. 따라서 현재 톤당 1만4500~1만5000달러의 가격은 재고 구조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같은 기간 대규모로 구리를 매입했다면 현재 가격은 더 높았을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이 다시 재고를 보충하기 시작하면 시장의 물류 흐름이 바뀔 수 있다.
BMO는 미국 중간선거 전에는 관세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구리 가격은 당분간 조정을 거치고, COMEX와 LME의 가격 차이도 좁은 범위에 머물 수 있다는 분석이다. BMO가 접촉한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내 재고가 국제 시장으로 빠르게 돌아가기보다 현지에 수년간 머물 가능성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폐동 공급도 BMO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정제 구리 원료 공급 증가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폐동은 한계 공급원 역할을 하며, 높은 구리 가격이 더 많은 폐기물을 시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중국의 2차 정련 구리 생산량은 올해 330만 톤으로 늘어 지난해 280만 톤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BMI의 판단은 두 기관의 중간에 있다. BMI는 구리 가격 상승폭이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봤으며, 2026년 시장의 공급 과잉을 약 4만3000톤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6년 광산 공급 증가율 전망은 2.4%에서 1.1%로 낮췄고, 칠레 생산량은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2027년부터 공급 부족으로 전환하고, 부족분은 2035년 170만 톤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전력망, 자동차, 데이터센터 수요는 매년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BMI는 2027년 구리 가격을 톤당 1만2900달러, 2029년 1만5000달러, 2035년 1만7000달러로 전망했다. 국제구리연구그룹은 이번 주 2026년 공급 과잉 전망을 10만4000톤으로 상향했으며, 2027년에는 36만8000톤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미국과 런던의 현물 가격 차이 축소
미국으로 재고를 끌어들였던 현물 가격 차이는 현재 거의 사라졌다. 10월물 COMEX 구리는 파운드당 약 6.62달러로, 화요일 LME 현물 가격을 환산한 6.69달러보다 낮다. Copper Journal의 존 그로스 계산에 따르면 10월 이후 평균 가격 차이는 LME가 COMEX보다 파운드당 8.5센트 높은 수준으로 바뀌었다. 6월에는 COMEX 가격이 LME보다 17센트 높았다.
런던 시장의 현물 부족이 가격 차이를 바꾼 주요 원인이다. 월요일 결제 당시 LME 현물은 3개월물보다 톤당 164.50달러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후 프리미엄은 115.50달러로 축소됐지만, 미국 이외 지역에서 즉시 인도 가능한 현물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여전히 드러났다.
유럽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아우루비스는 2027년 고객 공급분에 대해 톤당 347달러라는 사상 최고 프리미엄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보다 10% 높은 수준이다. 회사 대변인은 상당한 물량의 구리가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지역 창고의 재고가 낮아졌다고 밝혔다.
선물 가격 곡선에는 여전히 일정한 미국 프리미엄이 남아 있다. 12월물 COMEX 구리는 톤당 1만4704달러로 환산되며, LME 3개월물보다 약 170달러 높다. Macquarie는 9월 말 이 가격 차이를 바탕으로 향후 15% 관세가 부과될 확률을 약 10%로 추정했다. 수요일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확률은 약 8%다. 이 정도의 격차는 새로운 구리가 대서양을 건너오도록 유도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이미 미국에 들어간 재고가 현지에 계속 머물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COMEX 재고는 지난주 6500톤 더 늘어 71만3000톤에 도달했다. 10월에는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약 10만 톤의 구리가 미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물량의 대부분은 수개월 전에 이미 선적 예약이 이뤄진 화물이다.
중국과 미국의 재고 집중을 둘러싼 전망 차이
도이체방크 금속 연구 책임자인 대니얼 갈리는 재고 집중이 미칠 영향을 보다 공격적으로 추정했다. 그는 중국이 수년간 전략 비축을 늘려온 데다 미국의 관세 위협이 구리를 미국 창고로 유입시키면서, 올해 말 중국과 미국이 세계 구리 공급량의 71%를 합산해 보유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2028년 말 다른 지역의 수요자들이 충분한 현물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알루미늄 대체를 촉진할 정도로 구리 가격이 올라야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갈리는 구리 가격이 2027년 2분기 파운드당 10달러, 톤당 2만205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수준보다 약 50% 높은 가격이다. 미국이 최종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재고가 곧바로 미국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LME가 미국에 창고를 두고 있어, 구리가 미국 내 여러 창고 사이에서 이동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로스는 구리와 알루미늄의 가격 프리미엄이 9월 파운드당 5.08달러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2년 7월 저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정련 구리의 58.9%를 소비했으며, 2000년의 12.4%에서 크게 높아졌다. 세계 구리 재고와 소비의 지역별 집중도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의미다.
구리 광산주 하락에도 연초 대비 상승세
수요일 구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Lundin Mining 주가는 3.9%, Freeport-McMoRan은 3.7%, Southern Copper는 3.3%, Teck Resources는 2.9% 내렸다. 그러나 2026년 들어 대부분의 구리 광산주는 여전히 상승했다. Southern Copper는 44.1% 올라 시가총액이 1690억달러에 이르렀고, Glencore는 38.6%, BHP는 38.0%, Freeport는 37.4% 상승했다. Freeport의 시가총액은 약 1000억달러다. Teck은 36.1%, Anglo American은 29.2%, Lundin은 13.0%, Antofagasta는 7.5%, First Quantum은 3.0% 올랐다.
RBC캐피털마켓은 북미 구리 생산업체들이 순자산가치의 1배로 평가받기 위해 필요한 구리 가격을 파운드당 약 5.03달러로 계산했다. 업체별로는 Freeport가 5.98달러, Ivanhoe Mines가 3.96달러에 해당한다.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6.70달러에 가까운 수준이다. 전체 기업군의 밸류에이션은 순자산가치의 약 0.9배로, 최근 10년 평균과 비슷하다.
COMEX 구리 가격은 2026년 들어 누적으로 18% 넘게 상승했다. 앞으로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국의 관세 결정, 재고의 국제 시장 재유입 여부, 광산 공급 회복 속도, 중국의 전략 비축 재개 여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