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친구는 갓 졸업한 아들의 취업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아들은 대학 성적이 좋았고 운동과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친구는 그 원인을 미리 일할 기회를 마련해주지 못한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키운 에이미 콘로이 역시 자신의 자녀들이 일을 해본 경험은 있지만, 중요한 생활 능력 가운데 일부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됐다.
그녀는 아이들이 18세가 되기 전까지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알려주려 했다. 기숙사에 데려다주던 날에도 차 안에서 음료를 자리에 두고 떠나지 말 것, 학교 보건센터 위치를 확인할 것, 앞자리에 앉아 교수에게 먼저 인사할 것,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대용량 혼합주를 마시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다고 해서 생활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처리할 준비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청소와 위생, 끝까지 넘기지 못한 집안일
콘로이가 보기에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할 생활공간은 욕실일 가능성이 컸다. 세제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걱정했던 데다, 본인도 청소를 좋아하지 않았고 아이들도 변기 솔을 만지려 하지 않아 변기 청소만큼은 맡기지 않았다. 아이들은 세면대를 닦고, 청소기를 돌리고, 세탁도 했지만 변기 청소는 계속 어머니가 하거나 청소업체에 맡겼다.
이제 그녀는 이 부분을 다시 가르치려 하고 있다. 개인위생과 주거공간 관리는 독립생활의 기본이며,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특정 나이가 되면 한 번에 끝내야 하는 과제가 아니라, 가족이 일상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조금씩 넘겨줘야 하는 능력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당시 자신은 그 과정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족 간 대출, 예산 관리만으로는 부족했다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콘로이와 남편은 아이들에게 당좌예금 계좌를 만들어주고 함께 예산을 세웠다. 그러나 청구서를 제때 납부하고 빚을 상환해야 한다는 원칙은 충분히 가르치지 못했다. 이런 습관은 성인이 된 뒤 신용도와 주거 계약, 재정적 독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큰아들이 첫 중고차인 도요타 타코마를 구입했을 때, 부모는 차량 대금 일부를 빌려줬다. 매달 아주 적은 금액이라도 나눠 갚기로 약속했지만, 아들은 매달 20달러를 상환하는 일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고 납부는 곧 중단됐다. 결국 아들은 나중에 빚을 한꺼번에 갚았지만, 부모는 약속한 분할 상환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둘째 아이 역시 가족에게 빌린 돈에 대한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자, 콘로이는 문제가 부모에게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연체에 따른 결과를 더 분명히 정했어야 했는지, 아니면 아이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도록 해 상환 의무와 불이행에 따른 결과를 명확히 했어야 했는지 스스로 되물었다. 확실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예산을 짜는 법만 가르치는 것으로는 부채에 따르는 책임까지 이해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몸의 이상, 언제 도움을 청할지 판단하기
콘로이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주변 상황을 잘 살피라고 말해왔다. 이제는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에도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는 직접 병원 예약을 하도록 권했지만, 열이 나면 집에 있어야 하는지, 결석을 피하려고 학교에 가야 하는지는 여전히 대신 판단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이 대학 1학년이던 때에는 감기 증상이 밤중의 흉통으로 이어진 일이 있었다. 아이는 처음부터 증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응급실 검사 결과 급성 심낭염이 확인됐고, 심장에 부담이 발생한 상태였다. 그는 병원에서 사흘 밤을 보낸 뒤 6개월 동안 외래 진료를 받아야 했다.
콘로이는 의사에게 이런 질환이 매우 드문지 물었다. 의사는 연쇄상구균성 인두염 뒤에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한 뒤 아이에게 목이 아프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이의 대답은 “별로 아프지 않았다”였다.
이 경험을 통해 콘로이는 젊고 활동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증상을 대신 판단해주는 일이 아니라, 몸의 이상을 알아차리고 필요할 때 스스로 의료진의 도움을 요청하는 능력이었다.
올가을 콘로이는 막내를 미국 반대편에 있는 대학으로 떠나보냈다. 작별 인사를 하며 아이에게 대학 생활을 즐기라고 말하는 한편, 낯선 환경에서 외롭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당부했다. 그녀는 그 말을 자신에게도 되뇌었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며 느끼는 불편함은 성장 과정의 일부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양육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빈틈은 가족 모두가 독립생활을 다시 배우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청소와 상환 약속, 건강 이상에 대한 대응처럼 일상에서 반복되는 구체적인 문제들이야말로 자녀가 부모의 판단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활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