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등록투자자문사(RIA)로 이동하는 자문가와 고객이 늘면서 수탁기관을 둘러싼 금융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웰스파고, LPL 파이낸셜, RBC, 레이먼드 제임스, 골드만삭스는 각각 다른 사업 기반과 서비스 모델을 앞세워 외부 RIA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자문사들은 플랫폼을 선택할 때 브랜드 인지도뿐 아니라 기술 통합, 서비스 이력, 비용, 고객 지원 역량을 함께 따진다.
XML, 피델리티와 퍼스트 클리어링을 병행
XML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브렛 번스타인은 약 30년간 자산관리 업계에서 일했다. 메릴과 LPL 파이낸셜을 거친 그는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본사를 둔 XML을 이끌고 있다. 수십억달러 규모의 RIA인 XML은 포커스 파이낸셜 파트너스의 간접 완전자회사다.
XML의 RIA 사업은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를 수탁기관으로 이용한다. 반면 계열 브로커리지 사업인 XML 시큐리티스는 웰스파고 산하 퍼스트 클리어링과 협력해 청산 및 수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XML은 2019년 포커스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해당 회사의 브로커·딜러 사업을 편입했고, 이 과정에서 퍼스트 클리어링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XML은 현재 5개 사무소에 25명의 자문가를 두고 있으며, 고객 자산은 43억달러에 이른다.
RIA와 브로커리지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서로 다른 수탁기관을 이용하면 관리가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나 번스타인은 이 구조가 투자 단계와 요구 수준이 다른 고객을 나눠 서비스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인수 대상 팀을 영입할 때 고객이 기존 수탁기관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번스타인은 어떤 수탁기관과도 업무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웰스파고가 자문가를 반복적으로 잃은 뒤 다시 영입하려 하기보다, 기존 자문가를 유지하는 편이 더 가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각 금융사의 수탁 사업은 기존 기반에 달려 있어
5개 금융사의 RIA 수탁 사업 규모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자료는 없다. 전체적으로는 피델리티나 찰스 슈왑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이들은 이미 외부 자문가 시장에서 상당한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채용 및 경영진 영입 전문업체 크로스서치의 조디 파피크 CEO는 이들 금융사가 기존 플랫폼과 자원을 활용해 외부 RIA를 지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 모델을 처음부터 구축할 필요가 없고, 규모가 큰 금융사일수록 다양한 제휴 및 소속 형태를 제공할 여력도 있다는 설명이다.
컨설팅업체 다토스 인사이트의 윌리엄 트라우트와 그레고리 오고라는 찰스 슈왑, 피델리티, BNY 멜론 퍼싱이 규모와 기술, 자문가 지원을 기반으로 독립 자문사 시장을 공략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에 거론된 5개 금융사는 각자의 자문가 네트워크, 고객 기반 또는 상품 체계 위에 수탁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수탁 서비스를 자본시장, 대출, 자산관리 사업을 연결하는 통로로 본다. 레이먼드 제임스는 이를 독립 사업을 선택한 자문가를 붙잡아두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LPL은 기존 사업 채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사업은 하이브리드 RIA와도 구분된다. 하이브리드 RIA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자문가가 동시에 브로커리지 자격으로 관련 금융사에 등록돼 있는 형태다. 메릴, 모건스탠리, UBS와 같은 대형 와이어하우스가 직면한 상황은 다르다. 이들의 외부 RIA 수탁 사업은 기존 조직을 떠나 독립 채널로 이동한 자문가와 고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질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 기존 트러스트 컴퍼니 오브 아메리카의 수탁 사업을 분리했다. 이 사업은 과거 E-트레이드 어드바이저 서비스로 불렸으며, 현재는 악소스 어드바이저 서비스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골드만삭스는 2020년 폴리오 파이낸셜을 인수한 뒤 RIA 영입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인수한 유나이티드 캐피털의 크리에이티브 플래닝도 골드만삭스의 수탁 서비스를 이용한다.
웰스파고는 대형 와이어하우스 가운데 다른 형태의 사업 구도를 취하고 있다. 계열사인 웰스파고 어드바이저스 파이낸셜 네트워크는 대형 독립 브로커리지 사업 중 하나이며, 퍼스트 클리어링은 로빈후드 산하 트레이드PMR에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라우트와 오고라는 웰스파고가 외부 RIA에 특화한 부문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조직에서 RIA로 이동하는 자문가의 흐름은 금융사들이 고객과 사업 관계의 일부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LPL, 독립 RIA 수탁자산 3580억달러 공개
LPL 파이낸셜은 2026년 2분기 말 기준 독립 RIA 수탁자산이 3580억달러라고 밝혔다. 회사는 표준 계좌 및 서비스 수수료표를 제공했지만, LPL에 등록된 대표자가 전혀 없는 독립 RIA에서 발생한 자산 규모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LPL 그룹의 매니징 디렉터이자 최고성장책임자인 마크 코언은 회사가 2008년부터 수수료 기반 RIA와 하이브리드 RIA에 수탁, 청산, 기술, 서비스 및 사업 지원을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코언에 따르면 LPL의 수탁 관련 수익은 거래 활동, 현금 스윕, 대출 이자, 상품 관련 수익, 수탁 또는 플랫폼 수수료 등 여러 경로에서 발생한다. 그는 LPL이 자체 투자상품을 판매하지 않으며 주문 흐름에 대한 대가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LPL은 자문가를 고객으로 삼고 최종 고객을 놓고 자문가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독립 RIA, 기업형 RIA, 하이브리드 모델, 순수 수수료 기반 모델 등 다양한 운영 형태에 기술과 사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RBC의 외부 수탁 사업은 1979년 시작된 RBC 클리어링 앤드 커스터디로 거슬러 올라간다. RBC는 현재 미국과 일부 국제시장에서 300개가 넘는 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고객에는 대형 금융사를 떠난 자문가, 신생 기업, 자산관리사, 자산운용사, 이중 등록 기관, 기관 고객 등이 포함된다.
RBC는 서비스의 안정성, 모회사의 재무적 역량, 기술 자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기술팀은 기술 계획 수립, 시스템 구축, 교육, 지원, 데이터 분석을 담당한다. 수수료는 각 기관의 사업 모델과 운영 계획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해진다.
웰스파고, 12월 RIA 솔루션 출범 계획
웰스파고 독립 솔루션 부문의 에릭 카라닉과 퍼스트 클리어링의 리앤 마코비츠는 퍼스트 클리어링이 약 40년 동안 외부 독립 브로커·딜러와 RIA를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12월 초 RIA 솔루션 부문을 출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RIA 솔루션은 파이넷과 퍼스트 클리어링에 이어 웰스파고의 독립 자문가 사업을 구성하는 세 번째 축이 된다. 카라닉은 더 많은 사업 통제권과 고객 경험에 대한 자율성을 원하는 자문가가 늘면서 이번 조직 구상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퍼스트 클리어링의 구체적인 수탁자산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카라닉은 사업 규모가 찰스 슈왑, 피델리티, BNY 멜론 퍼싱보다는 작고, 악소스 핀테크 솔루션과 비슷한 수준의 차상위권이라고 말했다.
퍼스트 클리어링은 통일된 공개 수수료표를 제시하지 않는다. 마코비츠는 수수료가 자문사 사업 모델, 필요한 서비스, 실제 이용량을 반영해 협의된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2019년 트레이드PMR과의 협력으로 RIA 채널을 개설했으며, 새 RIA 솔루션 부문은 웰스파고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시너지, 퍼싱에서 골드만삭스로 수탁기관 변경
수탁기관 간 경쟁은 개별 자문사의 평가와 협상에서 구체화된다. 캘리포니아주 샌라몬에 본사를 둔 시너지 파이낸셜 그룹은 고객자산이 약 10억달러에 이르며, 여러 수탁기관을 동시에 이용해 왔다.
시너지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섀넌 어윈은 수개월간 실사와 협의를 거친 뒤 올해 초 한 수탁 협력사를 퍼싱에서 골드만삭스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찰스 슈왑과의 협력은 유지했다.
어윈은 시너지가 퍼싱의 특정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이탈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의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와 은행 사업이 초고액자산가 고객에게 시너지가 확대하려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비용도 평가 요소였지만 유일한 결정 요인은 아니었다.
그는 골드만삭스가 시너지의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였다는 점도 중요하게 봤다고 덧붙였다.
기술, 수수료, 서비스 품질, 사업 구조의 유연성은 자문사의 플랫폼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다. 테네시주 프랭클린에 있는 세이지스프링 웰스 파트너스는 제프리 돕슨 대표와 함께 2024년 말 레이먼드 제임스 파이낸셜 서비스와의 협력을 종료했다.
돕슨은 레이먼드 제임스의 여러 관계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상대방의 대인 방식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결정에는 기술, 보다 매력적인 수수료, 여러 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함께 고려됐다. 수탁기관 간 경쟁은 단순한 요율 비교를 넘어 자문사의 운영 방식과 고객 요구에 얼마나 맞출 수 있는지로도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