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매도 압력이 커졌다. 비트코인은 장중 7만9,730달러까지 밀린 뒤 약 8만2,000달러로 반등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약 17만6,500명의 거래자가 강제 청산됐으며, 청산 규모는 총 9억3,924만달러에 달했다. 시장의 관심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와 비트코인의 8만달러 지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9월 PPI 상승률, 4년여 만에 최고 수준
미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1.3% 올라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6.3%로 높아져 약 4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전월 대비 0.7%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0.3%를 웃돌았고, 전년 대비 상승률은 5%를 나타냈다.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였다. 두 지표가 함께 나오면서 물가 압력이 에너지 부문을 넘어 확산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9월 에너지 가격은 10.8% 상승해 운송·제조·유통 비용을 끌어올렸다. 싱글 패밀리 오피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리키 호는 근원 PPI 상승이 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비용을 자체 부담해 수익성을 낮추거나,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비용 전가가 이어지면 물가 상승세가 오래 지속될 수 있어 Fed의 조기 통화완화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 지표 발표 후 10월 27~28일 Fed 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 기대는 엇갈렸다. 수요일 소비자물가 발표 뒤 선물시장은 10월 금리 인상 확률을 한때 약 50%로 반영했지만, 목요일 PPI가 높게 나오자 해당 확률은 오히려 30% 아래로 내려갔다. 스위스 디지털자산 은행 시그넘의 투자전략가 캔루카 쾨이멘은 근원 PPI가 앞서 나온 CPI의 물가 신호를 강화했다며, 10월 인상은 이제 간과하기 어려운 가능성이 됐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움직임은 물가 지표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5.06%로 하락했다.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기술주가 압박을 받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국채로 이동한 점이 수익률 하락의 일부 배경이라고 짚었다. 그는 기술 투자 지속성, 신용시장 부담, 높은 차입 비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투자자들은 물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위험과 기술주 약세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함께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옵션시장 방어 강화…8만달러 지지 여부 주목
파생상품 데이터 플랫폼 드라이브의 창업자 닉 포스터에 따르면, 이번 주 금요일 만기 전 비트코인이 8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내재확률은 최근 24시간 동안 9.5%에서 18.4%로 상승했다. 비트코인이 크리스마스 전 10만달러에 도달할 확률은 12.5%에서 9.7%로 낮아졌다. 이더리움이 연말까지 3,000달러를 넘어설 확률은 14%로 집계됐다.
수요일 CPI 발표 후 3시간 동안 드라이브에서 거래된 비트코인·이더리움 옵션 규모는 1억2,900만달러로, 직전 3시간의 12배에 달했다. 한 거래자는 비트코인 500개를 대상으로 한 풋 스프레드를 매수하는 데 15만1,000달러를 썼다. 명목 익스포저는 약 4,100만달러다. 포스터는 비트코인이 금요일 오전 전 7만8,0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이 포지션에서 최대 84만9,000달러의 순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거래자는 장기 강세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 이더리움 2027년 3월 만기 콜 스프레드 1,293건을 대량 매도한 거래도 있었다.
금요일 만기 비트코인 옵션의 미결제약정 규모는 약 13억달러다. 풋옵션 익스포저는 주로 7만6,000~8만달러 구간에 집중돼 있다. 렌드의 공동 창업자 마우리시오 디 바르톨로메오는 더 큰 규모의 만기가 10월 30일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비트코인 옵션 약 14만 계약, 명목가치로는 약 120억달러가 만료된다. 이는 데리비트의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월말 만기 계약에서는 비트코인 콜옵션 약 2만5,000개가 행사가 9만5,000달러 부근에 몰려 있다. 비트코인이 이 수준까지 반등하면 관련 헤지 거래가 매수 수요를 늘릴 수 있다. 반면 해당 옵션 조합의 최대 고통 가격(max pain)은 약 7만8,000달러로, 현 시세 아래에 파생상품 포지션이 상당수 집중돼 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이번 급락 과정에서 청산된 거래자는 176,506명이다. 가장 큰 단일 청산은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1,200만달러 규모의 BTC-USDT 포지션이었다.
거래자들은 케빈 워시 Fed 의장이 방콕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할 연설도 주시하고 있다. 연설은 미 동부시간 목요일 오후 11시 30분으로 예정돼 있으며, 금요일 비트코인 옵션 만기와 시점이 가깝고 Fed의 회의 전 발언 제한 기간이 시작되기 전이다.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금리 신호와 8만달러 지지 여부, 그리고 월말 대규모 옵션 만기를 앞둔 포지션 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