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대표단이 이번 주 방콕에서 중국 측과 마스터카드와 씨티그룹의 중국 사업 확대를 논의했다. 결제 청산과 증권업 인허가가 협의 대상에 포함됐으며, 향후 승인 여부와 일정에 따라 두 회사가 중국에서 독립 법인 형태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논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기간에 진행됐다. 프랜시스 브룩 미 재무부 차관이 이끈 대표단은 중국인민은행과 재정부 관계자들과 최소 두 차례 양자 회담을 했다.
방콕 회담서 마스터카드·비자·씨티 논의
미 재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논의 대상 기업은 마스터카드, 비자, 씨티그룹이다. 일부 인허가 관련 합의는 양국 정상이 9월 워싱턴에서 만났을 때 마련한 합의의 일부이며, 방콕에서 열린 회담에서는 이행 방안이 다뤄졌다.
관련 감독 당국과 기업들은 아직 구체적인 승인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인민은행,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싱가포르·태국 주재 중국 대사관, 미 재무부 공보실, 비자는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씨티그룹과 마스터카드는 논평을 거부했다.
결제 네트워크 기업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지는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구조와 수익 기반에 영향을 준다. 인허가 진행 상황은 중국 금융시장 개방 속도와 미중 금융 협력이 이어지는지를 가늠할 구체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비자, 중국 내 결제 청산 사업 준비 승인
이번 협의는 비자가 관련 승인을 받은 뒤 이뤄졌다. 중국은 10월 13일 비자가 중국에서 독자적인 은행카드 청산 사업을 준비하도록 승인했다. 중국인민은행은 비자가 준비 작업을 마치는 데 최대 1년이 주어지며, 이후 정식 영업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8년 이후 금융업 개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 왔다. 증권·선물·펀드운용 분야에서는 외국인 지분 제한이 잇따라 완화됐다. 다만 국경 간 자본 이동은 여전히 관리되고 있으며, 결제 시장에서는 현지 네트워크와 기반을 갖춘 사업자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비자가 최종 영업 허가를 받으면 중국 내에서 독자 법인으로 은행카드 청산 사업을 구축할 수 있다. 마스터카드는 현재 중국 은련망련청산유한공사와 설립한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위안화 카드 결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합작사는 2024년 영업을 시작했다. 관련 인허가가 진전되면 마스터카드가 기존 합작 구조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씨티그룹, 독자 증권업 허가 추진
씨티그룹은 독자적인 증권업 허가를 신청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중국에서 A주 중개, 인수·주선, 리서치, 자기매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중국 사업을 위해 수십 명을 채용했다. 이 가운데 한 관계자는 중국 증권사업팀을 약 1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2021년 말 관련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시장에서는 인허가 절차가 조만간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허가가 나면 씨티그룹은 주식 거래와 기업금융, 리서치 서비스를 포함해 중국 내 자본시장 사업에 보다 폭넓게 참여할 수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독자 진출은 중국 시장에서 사업자 유형을 늘리는 변화지만, 실제 업무 범위는 최종 허가 조건과 후속 감독 요건에 달려 있다.
개방 신호는 제한적…최종 허가 일정은 미공개
유라시아그룹의 중국 사업 책임자인 댄 왕은 이번 진전이 현재 미중 무역 환경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중국 정부가 기존 합의를 이행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인허가를 시장 접근과 관련한 제한적 양보로 평가하면서도, 중국이 금융 개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일부 뒷받침할 수 있다고 봤다.
마스터카드와 씨티그룹의 심사는 아직 최종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비자 역시 준비 단계에 들어가는 승인을 받았을 뿐 정식 영업 허가는 취득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감독 당국이 구체적인 허가 조건과 일정을 발표하는지, 각 기업이 준비 단계에서 실제 영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