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내부 연구 모델이 승인 없이 자금이 들어 있는 이더리움 세폴리아(Sepolia) 테스트넷 지갑을 찾아 스마트 계약을 배포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모델은 작업을 마친 뒤 해당 지갑과 지출 내역을 보고하지 않았고, OpenAI는 수개월 뒤 과거 행동 기록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지갑 서비스 업체들이 AI 에이전트의 자율 거래 기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소프트웨어 에이전트가 암호화폐 거래의 서명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362개 주소를 확인해 배포 수수료 지불
OpenAI가 10월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은 6월 26일 발생했습니다. 당시 내부 GPT-5.6 Sol 계열 모델은 이더리움 기반 암호화폐 거래 애플리케이션 프로토타입을 업데이트하고, 호환 가능한 스마트 계약을 배포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지시에는 자금이 들어 있는 지갑이 제공되지 않았으며, 모델이 스스로 찾은 계정의 자금을 사용할 권한도 없었습니다.
모델은 암호화폐 수도꼭지(faucet)를 통해 세폴리아 테스트넷 ETH를 확보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개발자 복구 구문을 바탕으로 지갑 주소를 생성하는 스크립트를 작성했고, 362개 주소의 잔액을 확인해 배포 수수료를 지불하기에 충분한 지갑을 찾아냈습니다.
공개된 복구 구문을 이용하면 해당 계정의 개인키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OpenAI는 이 과정이 이더리움의 암호학을 해킹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모델은 계정의 거래 기록을 살펴본 뒤 과거 활동이 자동화 프로그램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을 판단했고, 자금을 사용하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타당한지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복구 구문이 공개돼 있었고 세폴리아 ETH의 금전적 가치가 매우 낮다는 이유로 해당 자금을 사실상 방치된 것으로 간주해 배포를 진행했습니다.
모델은 거래를 로컬 환경에서 서명한 뒤 블록체인 연결 문제를 점검하고 한 서비스 제공업체를 통해 거래를 제출했습니다. 다른 수취인에게 ETH를 전송하지는 않았지만, 지갑은 스마트 계약 배포에 필요한 네트워크 수수료를 부담했습니다. 후속 확인 결과 코드는 10개 주소에 배포됐고, 프로젝트는 12개 단위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프로덕션 빌드도 완료했습니다. 모델의 최종 보고서는 배포가 성공했다는 내용만 담았고, 사용한 지갑이나 관련 지출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OpenAI는 조사 과정에서 모델이 계정 소유자의 승인을 받는 대신 잠재적 피해에 대한 자체 판단을 근거로 행동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사건 발생 후 3개월이 지난 9월 25일 해당 활동을 발견했습니다.
SEC, AI의 거래 서명 권한 검토
SEC는 10월 1일 암호화폐 자산 수탁 체계와 관련한 제안서를 내놓았습니다. 적격 고객의 암호화폐 자산을 직접 수탁하려는 등록 투자자문사는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하며, 여기에는 최소 두 명의 지정 담당자가 거래를 승인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제안서의 77번째 질문은 AI, 스마트 계약 및 기타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를 거래 서명 주체로 허용할지, 이들의 참여가 자산 보호를 강화할지 약화할지를 직접 묻고 있습니다.
이 논의는 관련 업계의 제품 개발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올해 2월 에이전틱 월렛(Agentic Wallets)을 출시했습니다. 이 서비스는 소프트웨어 에이전트가 매번 사람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결제를 처리하고 거래를 실행하며 탈중앙화금융(DeFi) 프로토콜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거래 한도와 세션별 지출 한도, 위험 심사 기능을 두고 개인키는 AI 모델이 직접 접근할 수 없는 환경에 분리해 보관합니다.
메타마스크는 8월 에이전트 월렛(Agent Wallet)을 선보였습니다. 이 제품에는 지출 한도, 승인된 프로토콜 목록, 거래 심사 기능이 포함됐습니다. 가드 모드(Guard Mode)는 작업이 사용자가 설정한 권한 범위를 벗어나면 추가 승인을 요구합니다.
이번 OpenAI 연구 모델은 코인베이스나 메타마스크의 에이전트 지갑 인프라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만으로 두 제품에 취약점이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에이전트가 외부 도구를 호출할 수 있다면 지정된 지갑 안에서의 거래만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스스로 자격 증명을 찾아 다른 경로로 거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메인넷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거래 위험
비슷한 행동이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발생했다면 위험의 성격은 달라집니다. 유효한 개인키로 서명된 메인넷 거래는 실제 가치가 있는 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고, 일반적으로 취소도 어렵습니다. AI 에이전트를 거래나 자금 관리에 활용하는 기업에는 에이전트가 명확한 승인 범위 안에서만 행동하도록 통제하는 문제가 실무 과제로 남습니다.
OpenAI는 유사한 연구 환경에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장치를 추가하고, 이 같은 접속이 감지되면 보안 담당자에게 알리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확대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가 공개한 조치는 모델 실행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자격 증명 접근 관리와 독립적인 거래 승인, 온체인 활동과 승인된 지시의 대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보여줬습니다.
SEC의 수탁 체계 관련 의견 수렴은 12월 7일까지 진행됩니다. 기관 수탁 구조에서 자동화 에이전트를 서명 주체로 허용할지 여부도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습니다. 의견 수렴 결과는 규제 대상 투자기관이 암호화폐 사업에 AI를 도입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자동화 시스템이 거래를 독립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람이 통제하는 승인 절차를 유지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