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는 약 6년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 목표를 웃돌고 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며,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올해 금리를 “추가로 소폭 인상”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리 경로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은행 대출 금리, 가계의 주택·소비자 대출 부담에 영향을 준다.
콜린스 “성장세는 여전히 양호”
콜린스 총재는 보스턴 연은의 연례 지역·커뮤니티 은행 회의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제 시나리오로 국내총생산(GDP)의 양호한 성장, 완전고용에 가까운 노동시장, 2%를 향한 점진적인 물가 둔화를 꼽았다.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의 공급 능력이 커지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회복되고, 물가 상승세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와 에너지 가격 등에서 상당한 충격이 있었지만 미국 경제는 일정 수준의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콜린스 총재는 평가했다. 실물 경제 활동의 강세는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개선과 경제 전반의 공급 능력 확대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에너지 비용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련 분쟁으로 디젤 등 연료 가격이 올랐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뉴잉글랜드 지역의 난방유 가격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이 늘며 일부 건축 비용도 상승했다.
콜린스 총재는 앞으로 에너지와 AI 인프라 건설 분야에 물가 압력이 집중되는지,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률은 둔화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 압력이 더 많은 품목으로 번질 경우 통화정책의 대응은 한층 복잡해질 수 있다.
뉴잉글랜드 은행 합병, 지난해보다 감소
보스턴 연은 제1지구는 뉴잉글랜드 6개 주를 관할하며, 코네티컷주 가운데 뉴욕주와 접한 일부 지역은 제외된다. 이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상호저축은행이 많고, 커뮤니티 은행이 지역 신용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콜린스 총재에 따르면 뉴잉글랜드에서는 2025년 은행 합병 15건이 완료됐으며, 올해 들어 현재까지는 5건에 그쳤다. 감독당국이 은행 간 결합 심사에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합병 활동이 늘었지만, 지역 내 합병이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 은행이 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대출과 기본 금융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야 지역 경제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햄프셔주의 경제개발 사업은 다수의 소기업과 연관돼 있고, 코네티컷주 은행들은 보육시설 운영자에게 대출뿐 아니라 경영 전략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다른 지역의 은행과 비교하면 뉴잉글랜드 커뮤니티 은행은 자산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대출 중 상당 부분은 1~4가구 주택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이다. 지역 대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대출 자산의 전반적인 건전성은 양호하며, 부실 대출 비율은 장기 평균을 밑돈다고 콜린스 총재는 밝혔다.
5년 만기 대출이 높은 금리 환경에서 재산정되고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이어가면서 지역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으로 점차 돌아가고 있다. 은행 수익성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지난 2년간 오른 이자 지급 예금 금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핵심 예금의 비중도 커졌다.
다만 뉴잉글랜드는 경쟁이 치열한 대출 시장이다. 지역 커뮤니티 은행의 전반적인 수익률은 전국 단위 은행보다 낮으며, 이 격차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고 콜린스 총재는 지적했다.
AI, 비용과 채용 판단에 모두 영향
콜린스 총재는 뉴잉글랜드 여러 업종 관계자와 만날 때 AI가 자주 화제가 된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은 건축·에너지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경제의 공급 능력과 물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지역 기업에서 나타나는 효율 개선은 AI가 직원을 대규모로 대체하기보다는 업무 절차를 정비하는 데서 더 많이 비롯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채용과 감원 모두 신중한 상황에서 AI 도입을 이유로 감원을 계획한다는 기업은 거의 듣지 못했지만, 퇴직자 자리를 다시 채울지 더 신중하게 판단하거나 업무 절차를 개선할 부분을 찾는 기업은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에서는 AI가 반복적이고 수작업이 많은 업무를 맡아 직원들이 분석, 고객 응대처럼 판단력과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 실제 비용 절감과 물가 안정으로 폭넓게 이어질지는 기업의 기술 도입 속도와 노동 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달려 있다.
보스턴 연은, 통화정책 독립성 강조
콜린스 총재는 보스턴 연은이 미셸 보먼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이 지난 1년간 제시한 새로운 감독 기준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연준은 물가 억제와 고용 지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정치적 압력에도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연준에 부여한 책무를 수행하려면 정치적 압력에 좌우되지 않는 정책 독립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준 이사인 리사 쿡이 FOMC 회의에서 데이터와 분석을 바탕으로 제시하는 견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과 AI 인프라 투자가 비용을 계속 끌어올릴지, 물가 압력이 일부 품목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할지가 주요 변수다. 이 흐름은 연준의 올해 금리 판단뿐 아니라 은행 대출·예금 금리와 지역 신용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