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외딴 숲속 오두막에 간 대학생들이 좀비의 습격을 받는 이야기지만, 《캐빈 인 더 우즈》는 고전 공포영화에 대한 오마주와 장르 비틀기, 배경 속 숨은 단서를 한데 엮은 작품이다. 2012년 4월 1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조스 웨던과 드루 고더드가 공동 각본을 썼고, 고더드가 연출했다. 장면과 소품을 살펴보면 《이블 데드》, 《샤이닝》, 《헬레이저》 등 여러 작품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데이나, 커트, 홀든, 줄스, 마티는 커트 가족의 오두막에서 주말을 보내기로 한다. 지하실에서 데이나가 낡은 일기의 라틴어 문장을 읽자 좀비들이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한편 시설 내부에서는 직원 시터슨과 해들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을 대신해 사건을 조종하고 있다. 영화는 시설이 매년 ‘처녀’, ‘학자’, ‘바보’, ‘운동선수’, ‘섹시한 여자’라는 전형적인 슬래셔 영화 속 다섯 인물을 제물로 바쳐, 고대의 존재가 지구를 파괴하는 일을 막아 왔다고 밝힌다. 데이나는 친구 마티를 죽이지 않고 의식을 포기하며, 세계의 종말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제목 카드와 오두막에서 읽히는 《펀 게임》·《이블 데드》
영화 제목이 화면에 갑자기 등장하는 방식은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1997년작 《퍼니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적인 장면이 이어지다 선명한 빨간색 제목 카드와 비명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출이다. 다만 《캐빈 인 더 우즈》에서는 시설 직원들의 무심한 대화가 끝난 뒤 제목이 등장한다.
제목과 숲속 오두막이라는 설정은 샘 레이미 감독의 1981년작 《이블 데드》를 직접 연상시킨다. 두 영화 모두 친구들이 숲속 오두막에서 초자연적 습격을 겪는다. 지하실의 라틴어 일기는 《이블 데드》의 《네크로노미콘》을 떠올리게 하고, 시설의 화이트보드에 적힌 ‘데드라이트(Deadites)’는 《이블 데드》 시리즈에서 좀비를 부르는 이름이다. 보드에는 ‘지옥의 군주’, ‘좀비 레드넥 고문 가족’, ‘케빈’, ‘신부’ 같은 이름도 적혀 있다. 각각 《헬레이저》, 《힐즈 아이즈》,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비롯한 공포영화나 장르 속 인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는 《이블 데드》의 유명한 장면에 대한 직접적인 문구상의 언급도 나온다. 성폭력을 연상시키는 나무 습격 장면을 가리키는 대목이다. 지하실의 물건들도 이후 등장하는 괴물과 연결된다. 소라 껍데기는 인어, 보석함은 커다란 입과 이빨을 지닌 춤추는 요정, 웨딩드레스는 신부를 암시하고, 퍼즐 상자는 지옥의 군주를 불러낸다. 낡은 일기는 좀비를 깨우며, 필름은 《링》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플러버》의 점쟁이 기계 조르타를 연상시키는 낡은 점술 기계도 등장한다.
시설의 괴물 우리에 들어온 게임 캐릭터와 《파이어플라이》의 리버
시설 지하의 괴물 보관 구역에는 허구의 괴물만 있는 게 아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는 흰 두건을 쓴 무리가 보이는데, 현실의 KKK단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다른 우리에서는 게임 시리즈 《레프트 4 데드》의 특수 감염자 부머, 위치, 탱크를 확인할 수 있다. 《레프트 4 데드》는 2008년, 《레프트 4 데드 2》는 2009년에 출시됐다.
드루 고더드 감독은 제작진이 당초 《레프트 4 데드 2》에 《캐빈 인 더 우즈》를 배경으로 한 다운로드 콘텐츠를 만들어, 플레이어가 영화 속 세계에서 싸우게 하는 방안을 계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MGM의 파산으로 일정이 지연되면서 협업은 보류됐다. 밸브는 영화가 시설 배경의 우리를 채우는 데 게임 속 괴물 일부를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
각본을 맡은 조스 웨던은 자신이 만든 SF 드라마 《파이어플라이》의 요소도 영화에 넣었다. 시설 복도를 돌아다니는 리버(Reaver)는 우주를 떠돌며 식인을 일삼는 《파이어플라이》 속 집단이다. 웨던과 여러 차례 작업한 배우들도 출연한다. 프랜 크랜즈는 학생 마티 역을, 에이미 애커는 시설 기술자 웬디 역을, 톰 렌크는 인턴 역을 맡았다. 크랜즈는 웨던의 드라마 《돌하우스》에도 출연했고, 애커는 《엔젤》과 《돌하우스》에, 렌크는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와 《엔젤》의 앤드루 역으로 출연했다. 세 배우는 이후 웨던이 2013년 연출한 《헛소동》에도 함께 나왔다.
《샤이닝》과 《나이트메어》, 세계 각지의 공포영화 문법
시설의 엘리베이터 통로가 피로 가득 차는 장면은 《샤이닝》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피가 쏟아지는 명장면을 빗댄다. 손을 맞잡은 쌍둥이도 등장하는데, 대니를 유인하려는 《샤이닝》의 쌍둥이 유령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시설이 가둬 둔 수많은 괴물 가운데 일부다.
영화 속 제의는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각 지역에서 익숙한 공포영화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일본 장면에 나오는 긴 머리의 여자 귀신은 《링》의 사다코와 《주온》의 가야코를 연상시킨다. 두 일본 공포영화는 모두 2000년대 초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장면에서는 악마 뿔이 달린 거대한 유인원이 제의를 마무리하려는 듯하지만, 행동에 나서기 전에 죽임을 당한다. 스톡홀름의 감시 화면에는 파괴된 마을이나 연구 시설이 잡히는데, 외계 생물의 습격을 받은 《괴물》의 남극 연구 기지가 떠오른다.
시설의 신입 직원 이름은 트루먼이다. 영화 《트루먼 쇼》를 가리키는 이름일 가능성이 있다. 영화 속 다섯 청년도 자신들이 감시와 조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커트가 오토바이를 타고 역장을 향해 돌진하다 죽는 장면은 결국 출구를 찾아낸 트루먼의 이야기와 대비된다. 시고니 위버가 맡은 이름 없는 기관 책임자는 《에이리언》 시리즈와도 연결된다. 위버는 《에이리언》에서 엘렌 리플리를 연기했으며, 리플리가 맞서 온 상대는 이익을 사람의 생명보다 앞세우는 비밀 기업이었다.
화이트보드와 배우들의 필모그래피가 보태는 단서
영화 초반에는 제의가 마지막으로 실패한 때가 1998년이며, ‘화학과’가 문제였다는 대화가 나온다. 일부 팬들은 이를 1998년 영화 《패컬티》와 연결해 해석한다. 겉보기에는 순수하고 무해한 메리베스가 결국 살인자로 드러나고, 전형적인 ‘파이널 걸’과는 거리가 있는 델릴라가 살아남는 작품이다. 악당을 제외한 학생 다섯 명이 모두 죽지 않는다는 점도 제의의 조건과 어긋난다.
가면을 쓴 살인자들은 2008년 영화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을 연상시킨다. 이 영화에서는 세 명의 복면 침입자가 별다른 이유 없이 집주인들을 괴롭힌다. 《캐빈 인 더 우즈》의 비슷한 복면 인물들 역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괴물 포티니쿠스는 ‘속박과 고통의 군주’라는 별칭을 지녔으며, 《헬레이저》의 핀헤드와 닮은 모습이다. 핀헤드는 지옥의 수도사들을 이끄는 존재로, 퍼즐 상자 ‘애도의 구성’을 통해 자주 묘사된다.
패티언스 버크너 역은 조델 펄랜드가 맡았다. 그는 앞서 《사일런트 힐》, 《걔들》, 《메신저》, 《시드》, 《케이스 39》와 TV 영화판 《캐리》에 출연했고, 《트와일라잇: 이클립스》에서는 브리 태너를 연기했다. 그를 좀비 소녀로 캐스팅한 점은 공포영화에서 쌓아 온 필모그래피와도 맞닿아 있다.
《캐빈 인 더 우즈》는 제목 카드와 소품, 배우 캐스팅, 시설의 감시 화면에 잡히는 괴물까지 여러 시대와 지역의 공포영화 상징을 하나의 제의에 끌어들인다. 제의 설정은 이야기의 장치인 동시에 슬래셔 영화의 인물 유형과 관객이 익숙하게 여기는 장르 문법을 한꺼번에 비트는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