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우드가 이끄는 ARK Invest가 약 13억 달러 규모의 ARK 벤처펀드 지분을 이더리움에서 토큰화한다. 투자자는 시큐리타이즈(Securitize)를 통해 토큰화된 지분을 보유할 수 있지만, 펀드의 분기별 환매 방식은 유지되며 ARK는 2차 거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반 지분이 곧바로 자유로운 매매나 즉시 현금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ARK와 시큐리타이즈는 9월 24일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펀드는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 등 비상장 기업 지분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토큰화는 지분의 보유·등록 방식을 바꾸지만, 펀드의 자산 구성이나 환매 조건까지 바꾸지는 않는다.
스페이스X·오픈AI 등 비상장 기업이 주요 투자처
토큰화는 펀드 지분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자격을 갖춘 투자자는 시큐리타이즈를 통해 펀드 포트폴리오에 접근할 수 있다. ARK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31일 기준 펀드 자산의 약 78%가 공개 주식 티커가 없는 기업에 투자돼 있었다.
단일 종목으로는 스페이스X 비중이 7.54%로 가장 컸다. 오픈AI는 5.26%, 앤트로픽은 3.86%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지 않아 투자자가 취득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주식이 아니라 펀드 지분이다.
ARK 벤처펀드는 2022년 9월 출범했다. 처음에는 타이탄(Titan) 앱을 통해 미국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됐으며 최소 투자액은 500달러였다. 당시 ARK는 개인투자자의 벤처투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이번 온체인 지분도 펀드에 접근하고 지분을 기록하는 방식을 넓힌 것이며, 비상장 기업 중심의 투자 구조는 그대로다.
분기별 환매로 출구 시점 제한
ARK 벤처펀드는 개방형 펀드가 아니라 정기 환매형 펀드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지분 환매는 분기별로 이뤄진다. 환매 신청 규모가 펀드가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을 넘으면 신청이 초과될 수 있다. ARK는 펀드 지분의 2차 거래 시장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따라서 토큰화만으로 유동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에서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언제든 양도하거나 시장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펀드 페이지에 제시된 연간 수수료는 비용 감면을 반영한 2.9%다.
SEC, 토큰화 지분 클래스 허용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9월 21일 펀드가 토큰화 지분 클래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명령을 발표했다. 해당 지분은 대체거래시스템(ATS)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 ATS는 전통적인 증권거래소와는 다른 전자 거래 플랫폼이다. 다만 규제상 거래 가능성과 실제로 활발한 양도 시장이 형성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ARK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캐시 우드는 토큰화가 투자자의 비상장·상장 금융시장 참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계획은 비상장 기업 지분을 담은 펀드에 그 구상을 적용한 사례다. 투자자에게는 분기별 환매 주기와 수수료가 여전히 구체적인 조건으로 남는다.
펀드 순자산, 6개월 새 두 배 이상 증가
ARK는 앞서 시큐리타이즈에 투자했으며, 2025년 10월 전략적 투자를 발표했다. 시큐리타이즈는 2024년 3월 블랙록의 BUIDL 펀드를 이더리움에서 토큰화한 바 있다. 이번 협력은 전통 펀드 지분과 퍼블릭 블록체인 인프라의 연결을 확대한다.
SEC 자료에 따르면 ARK 벤처펀드의 순자산은 2025년 7월 2억800만 달러에서 2026년 1월 5억5,800만 달러로 늘었다. 펀드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토큰화는 지분 등록의 새로운 형태를 제공하지만, 투자자의 환매는 분기별 일정에 따르며 펀드 문서상 2차 시장은 예상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