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화요일 한때 8만1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8만3000달러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24시간 동안 8억달러가 넘는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반도체주 약세로 한국 증시도 큰 폭으로 하락해,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 모두에서 기술주 쏠림과 레버리지 거래의 부담이 드러났다.
해당 시점 비트코인은 8만3168.19달러로 24시간 전보다 0.68% 상승했다. 다만 가격 반등에도 파생상품 시장의 매도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한국 증시 하락이 다른 시장으로 번질지, 미국 물가 지표 발표를 앞두고 레버리지 포지션이 다시 쌓일지가 시장의 변수로 남아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5거래일 연속 하락
코스피는 장중 한때 7.4%까지 하락한 뒤 낙폭을 일부 만회해 6035.35에 마감했다. 지수는 잠시 6000선을 밑돌았고,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7.39%, SK하이닉스는 10.09% 하락해 두 종목 모두 5거래일 연속 내렸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인프라 지출 전망이 바뀔 때 한국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화요일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을 약 4조5000억원(약 33억5000만달러) 순매도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술주도 압박을 받았다.
투자 리서치 기관 Paradis Labs는 최근 하락세가 해외 기관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도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관은 기관 자금의 흐름을 ‘한국을 팔고 미국을 사는’ 움직임으로 설명했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관망하는 가운데 일부 자금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서 금융주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AI 투자 수익성 우려에 메모리 경쟁 부담
Paradis Labs는 시장 약세가 하루 만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고 봤다. 최근 브로드컴의 혹 탄 최고경영자(CEO)가 일부 투기적 AI 투자를 도박에 비유한 발언도 기존 매도 압력을 키웠다. AI 산업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본이 충분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진 것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hangXin Memory Technologies)는 메모리 셀 면적을 약 30% 줄일 수 있는 DRAM 구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2026년 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이 발표는 한국 메모리 업체의 경쟁 부담에 대한 우려를 더했지만, 기술의 상용화와 대량 생산 가능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Bitunix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시장 조정이 AI 산업의 자금 조달 위험과 투자자 포지션 쏠림에 대한 민감도 상승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견조해도 매도세가 집중될 수 있으며, 레버리지 포지션 축소와 자사주 매입의 시장 지지력 약화가 가격 변동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관의 자산 배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블랙록은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단기 미국 국채 선호를 높였다. AI 관련 변동성과 자금 조달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을 반영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에너지 가격도 변수다. Paradis Labs는 이란을 둘러싼 지역 긴장이 고조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한국의 물가 부담이 커지고 주식시장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반도체주 약세는 다른 시장으로도 번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월요일 2.7%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화요일 1.8% 내렸다.
가상자산 시장 24시간 청산액 8억1290만달러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대규모 파생상품 청산 이후 반등했다. CoinGlass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 17만209명의 거래자가 강제 청산됐으며, 총 청산액은 8억1290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롱 포지션 청산액은 6억8672만달러로 전체의 84.5%를 차지했고, 숏 포지션 청산액은 1억2619만달러였다.
비트코인의 청산액이 1억9214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이 중 약 74%가 롱 포지션이었다. 이더리움은 1억8050만달러, 솔라나는 6085만달러가 청산됐다. 단일 최대 청산은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965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롱 포지션이었다.
비트코인이 하락하는 동안 롱 포지션의 강제 청산은 매도 압력을 더하고 가격 하락을 가속했다. 이후 가격이 반등하자 숏 포지션도 청산되면서 빠른 방향 전환이 나타났다. 다만 거래 흐름만 보면 매수세가 뚜렷하게 우위를 되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CryptoQuant 애널리스트 JA Maartunn은 비트코인의 순 테이커 거래량(Net Taker Volume)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적극적인 매도 물량이 적극적인 매수 물량을 웃돈다는 뜻이다. 이에 따르면 최근 반등은 지속적인 매수 수요의 강화보다는 수동적 매수와 숏 커버링의 영향을 일부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증시 하락세가 확대되거나 거래자들이 수요일 미국 물가 보고서 발표 전에 레버리지 포지션을 다시 쌓을 경우, 비트코인 반등은 추가 가격 압력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