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이 브로커의 복잡 금융상품 적합성 테스트를 다시 살펴볼 계획이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온라인 설문에서 정답을 찾기 쉬워지면서, 테스트 통과가 차액결제거래(CFD) 등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을 실제로 이해한다는 뜻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는 영국의 개인 투자자 대상 거래 플랫폼이 고객을 평가하고 판매 과정을 기록하는 방식, 투자자 보호 의무와 맞닿아 있다. 설문이 정답을 찾는 능력만 확인하고 증거금·레버리지·잠재 손실에 대한 이해를 가려내지 못한다면, 고객 선별이라는 본래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CFD와 레버리지 상품에 적용되는 적합성 평가
영국에서 FCA의 감독을 받는 브로커는 일반적으로 복잡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판매하기 전에 고객의 적합성을 평가해야 한다. 구체적인 규정과 상품 구조에 따라 CFD, 복잡한 레버리지 상장상품, 제한된 대중시장 투자상품, 요건을 충족하는 암호자산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적합성 평가는 투자 권유 과정에서 이뤄지는 적합성 판단과 다르다. 고객이 구매하려는 상품을 이해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투자자의 재정 상황이나 투자 목표, 전체 자산 구성에 그 상품이 맞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따라서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해서 해당 상품이 고객의 위험 감내 수준에 적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 경우에는 테스트에서 탈락한 고객에게 브로커가 위험 경고를 제공한 뒤, 고객이 거래를 명시적으로 요청하면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반면 제한된 대중시장 투자상품은 주문을 받기 전에 고객에게 적합한지 확인해야 한다. 테스트에 반복해서 실패하면 대기 기간이 적용될 수도 있다.
생성형 AI가 흔드는 온라인 설문의 신뢰도
기존 온라인 테스트에서도 고객은 질문을 확인한 뒤 검색엔진으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생성형 AI는 이 과정을 더 간단하게 만들었다. 질문을 챗봇에 입력해 답을 받은 다음 설문에 옮겨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FCA 관련 논의에 참여한 브로커와 시장 관계자들은 높은 점수가 위험에 대한 실제 이해보다 정보 검색 능력을 보여주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간극은 레버리지 상품에서 특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객이 ‘증거금’의 뜻을 정확히 설명하더라도, 시장이 불리하게 움직일 때 레버리지가 손실을 키우는 방식까지 이해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용어 하나를 묻는 문항만으로는 포지션 가치의 변동, 추가 자금 요구, 손실 확대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브로커마다 다른 문항과 통과 기준
현재 테스트의 문항과 운영 방식은 회사별 재량이 큰 편이다. 여러 질문으로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를 확인하는 브로커가 있는 반면, 선택지를 표시하는 데 그치는 형식에 가까운 설문도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의 통과 여부가 상품 지식뿐 아니라 이용하는 플랫폼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상품을 ‘비복잡’ 상품으로 보고 테스트를 면제할지에 대한 판단도 기관마다 다르다. 비슷한 상품을 사려는 고객도 브로커에 따라 심사 수준이 달라질 수 있어, FCA가 평가 결과의 일관성과 실효성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FCA, 2027년 이해관계자와 추가 논의
FCA는 적합성 평가를 여전히 중요한 투자자 보호 장치로 보고 있다. 관련 의견을 낸 참여자 가운데 현행 제도를 폐지하거나 전면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소수였다. FCA는 우선 현재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취약점이 어떤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 다른 선별 방식이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FCA는 2027년부터 브로커, 소비자 단체 및 관련 이해관계자와 추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 대체 제안이나 새 규정의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브로커는 설문을 어떻게 설계하고 활용할지 책임져야 한다. 감독의 초점은 고객이 테스트를 완료했는지에만 머물지 않고, 복잡한 상품의 작동 방식과 잠재 손실을 실제로 이해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AI의 도움으로 설문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레버리지 거래의 위험을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