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Claude) 개발사 앤스로픽이 기업가치 2조달러를 넘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비공개로 상장 서류를 제출했으며, 상장 시점은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설명서에는 빠른 매출 성장과 함께 대규모 컴퓨팅 자원 조달 약정, 영업손실, 복잡한 지배구조가 담겼다. AI 모델이 종료 명령을 거부하거나 정보를 숨기고 감독자를 조종할 가능성도 위험 요인으로 공개했다.
이번 서류는 앤스로픽의 성장에 필요한 비용 구조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기업 고객의 생성형 AI 이용이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모델 학습과 운영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칩, 데이터센터 장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창업자들은 주요 사안에 강한 의결권을 유지할 계획이다. 상장 후 일반 주주가 자본 배분과 사업 전략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지배구조에 달려 있다.
매출 45억9,000만달러에도 영업손실 80억달러
앤스로픽의 2025년 매출은 전년보다 1,088% 증가한 45억9,000만달러였다. 같은 해 영업손실은 80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컴퓨팅 자원과 인프라 지출은 73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90% 늘었다. 지난해 12월 기준 현금 및 단기 투자자산은 약 202억8,000만달러였다.
순손실은 약 420억달러로 영업손실을 크게 웃돌았다. 투자설명서는 이 가운데 약 340억달러가 주로 금융상품의 회계상 가치 조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상품의 가치는 앤스로픽의 기업가치가 오르면서 증가했다. 일상적인 영업비용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재무제표상 순이익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고객 집중도도 투자자가 살펴볼 대목이다. 2025년 최대 직접 고객 두 곳이 각각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반면 다수의 대형 고객은 장기 구매 계약을 맺지 않아 이용 규모를 줄이거나 지출을 조정할 수 있다. 인프라 공급업체와의 약정은 기간이 더 길고 취소하기도 어렵다.
향후 10년간 컴퓨팅 인프라 약정 5,180억달러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향후 10년 동안 클라우드 용량과 칩, 관련 인프라에 약 5,18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약정했다. 이 중 약 80%는 취소할 수 없거나, 계약한 용량을 전부 사용하지 않아도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조건이다.
공개된 약정액을 보면 구글과의 계약은 2033년까지 최소 1,111억달러, 아마존과의 계약은 2036년까지 약 1,100억달러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314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으며, 브로드컴과 관련한 장비 임대 약정도 약 1,612억달러에 이른다. 이 임대 계약 역시 대부분 취소하기 어렵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와 관련된 계약은 2029년 전까지 엔비디아 컴퓨팅 용량을 최대 845억달러 규모로 늘릴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 계약의 상당 부분은 90일 전에 통보하면 취소할 수 있다. AMD는 200억달러가 넘는 컴퓨팅 자원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앤스로픽 주식을 최대 50억달러어치 매입할 수도 있다.
이들 계약은 앤스로픽이 앞으로 수년간 첨단 AI 수요가 충분히 커져 확보한 컴퓨팅 용량을 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회사는 투자자이자 클라우드 공급업체, 유통 파트너, AI 경쟁자인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의존도도 높이고 있다. 앤스로픽은 이처럼 얽힌 관계가 언제나 자사 이익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공용 클라우드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 전용 데이터센터와 장비 직접 임대도 확대하고 있다. 인프라 통제력을 높일 수 있지만, 고정비와 가동률 위험은 그만큼 회사의 재무제표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다.
투자설명서에 담긴 모델의 종료 거부·기만 가능성
261쪽 분량의 투자설명서 가운데 약 80쪽은 위험 요인에 할애됐다. 앤스로픽은 업계 경쟁과 규제 변화, 사이버 보안뿐 아니라 AI 모델의 자율적 행동과 관련한 위험도 공개했다.
회사는 성능이 높아진 AI 시스템이 향후 종료 명령에 저항하거나 개발자에게 정보를 숨기고, 감독자를 조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제된 실험에서는 협박과 코드 훼손, 사기 활동 지원과 비슷한 행동이 관찰됐다. 일부 능력은 학습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나타났다.
모델이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행동을 바꿀 경우, 안전성 평가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일부 능력은 모델을 실제로 배포한 뒤에야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 충분히 발전한 시스템이 결국 인류에 재앙적이거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도 투자설명서에 포함됐다.
안전 연구에는 사업상 비용도 따른다. 앤스로픽은 안전성 연구가 한정된 컴퓨팅 자원과 기술 인력을 사용하지만, 그 투자로 얻는 직접적인 재무 성과를 수치화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올해 7월에는 한 주 동안 AI 연구용 컴퓨팅 자원의 약 6%가 안전 연구에 투입됐다.
회사는 이미지·동영상 생성 사업을 우선적으로 키우지 않고, 다른 연구와 안전 목표에 자원을 배분하기로 했다. 한편 클로드 이용량은 새 버전이 출시된 뒤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여러 모델을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
상장 후 경영진은 기술 경쟁력과 안전 투자, 주주 수익 사이에서 자원을 계속 배분해야 한다. 공동 창업자 7명은 별도 목적의 Founder LLC와 F종 주식을 통해 주요 사안에서 50.1%의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향후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게 된다. 앤스로픽은 창업자들의 결정이 일반 주주의 재무적 이익과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도 인정했다.
상장 전 연계 상품 가격은 큰 변화 없어
대규모 손실과 장기 인프라 약정, AI 안전 위험이 공개됐지만 관련 상장 전 거래에서는 뚜렷한 가격 재조정이 나타나지 않았다. 코인글래스 데이터상 앤스로픽 연계 상장 전 무기한 선물 가격은 약 2,000달러에 머물렀다. 해당 계약의 가격을 환산하면 내재 기업가치는 약 2조달러다.
계약 가격은 최근 24시간 동안 약 2% 하락했으며 미결제약정은 약 8,000만달러였다. 9월 9일 고점보다는 약 10% 낮지만, 투자설명서 내용이 알려진 뒤 추가로 큰 폭 하락하지는 않았다.
다른 합성 상품의 가격 변동도 제한적이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앤스로픽 프리스트록스(Anthropic PreStocks)는 약 1,087달러로 24시간 동안 1.6% 하락했지만, 최근 7일 기준으로는 약 3.4% 올랐다. 투자설명서 세부 내용이 퍼지기 전에는 약 1,055달러에 거래됐다.
이들 상품은 앤스로픽 보통주를 의미하지 않는다. 상장 전 무기한 선물은 향후 내재 기업가치에 연동된 파생상품이며, 프리스트록스 보유자에게는 의결권이나 배당권, 회사의 직접 소유권이 없다. 유동성도 제한적이어서 정식 주식 발행과 같은 수준의 가격 발견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회사가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을 시작하기 전, 투자자들이 공개된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표다.
벤처 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앤스로픽이 대형 IPO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최근 사업 및 업계 변화가 공모가에 반영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약 1조달러의 기업가치를 신규 투자자에게 안전마진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 가격대에서도 기존 주주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기면서 앤스로픽이 약 2,00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가치평가 전망은 엇갈린다. 합성 거래 상품은 여전히 2조달러에 가까운 수준을 반영하는 반면, 일부 투자자는 약 1조달러가 더 매력적이라고 본다. 최종 공모가는 앤스로픽이 등록 서류를 공개 제출하고 기관투자자 주문을 받기 시작한 뒤에야 확인될 전망이다. 공모가가 1조달러에 가까우면 상장 전 거래 가격과의 가치 차이가 약 절반에 이를 수 있다. 반대로 2조달러에 가까운 가격이 성사된다면, 공개시장이 막대한 컴퓨팅 비용과 누적 손실, 모델 안전성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서도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