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데 이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에 가까워지면서 지난주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달러·엔 환율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직후 한때 159엔 부근까지 올랐지만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현재도 158엔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대 변화가 제한적인 가운데 기술주 하락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도 달러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물가 예상 상회에도 금리 인상 전망은 제한적
미국의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3.6%를 웃돌았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6.3% 올라 예상치 5.4%를 크게 상회했다. 물가 지표 발표 이후 시장은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했지만, Fed 의장 케빈 워시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시장이 반영한 금리 인상 확률은 약 17%로, 전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금리 인상 전망이 뚜렷하게 강화되지 않은 점은 달러가 상승폭을 유지하지 못한 배경 중 하나로 풀이된다. 달러·엔 환율은 CPI 발표 직후 159엔선을 잠시 시험했으나 이후 반락해 158엔 부근에 머물렀다. 동시에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의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위험 노출을 줄이고 미국 자산 비중을 낮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이 요인은 시장에서 논의되는 변수 중 하나이며, 환율은 금리 전망과 안전자산 수요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함께 받고 있다.
엔화 부담 요인과 유가 상승 위험 겹쳐
지난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 넘게 하락했으며,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의 낙폭이 특히 컸다. 미국 물가가 높은 수준을 보인 점도 글로벌 수요와 위험자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국제유가는 금요일 배럴당 100달러 부근까지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인프라에 대한 공격,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해상 운송 안전 우려, 주말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유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원유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미국의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가계의 소비 여력을 압박하고 경제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영국의 8월 국내총생산(GDP)은 0.1% 증가해 당초 시장이 예상한 0.1% 감소를 웃돌았고, 파운드화에는 일정 부분 지지 요인이 됐다. 경제지표와 위험 사건이 통화별로 미치는 영향이 엇갈리는 만큼, 이번 주 외환시장은 물가와 에너지 가격, 위험회피 심리의 변화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달러·엔, 158엔대 지지 여부에 시선
최근 달러·엔 환율의 단기 상승 흐름은 약화됐으며, 시장의 관심은 환율이 158엔대를 중심으로 움직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맞춰지고 있다. 기술적 가격대로는 158.50엔, 159.00엔, 160.00엔이 저항선으로 거론된다. 지지선은 157.50엔, 157.00엔, 156.00엔, 155.00엔, 153.00엔, 152.50엔, 152.00엔에 형성돼 있다. 이 가격대는 시장이 주목하는 구간을 의미할 뿐, 환율이 반드시 해당 수준에 도달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주 미국의 주요 경제보고서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미국 주택착공과 기존주택 매매계약, 경기선행지수, S&P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등이 발표 일정에 포함돼 있다. 해외에서는 월요일 중국 GDP, 화요일 영국 실업률과 유로존 ZEW 경기기대지수, 수요일 일본 무역수지와 영국 CPI가 예정돼 있다. 금요일에는 일본 전국 근원 CPI, 영국 소매판매, 유로존 종합 PMI, 영국 서비스업 PMI가 발표된다.
기술주 변동성이 달러의 위험선호에 미칠 영향
미국 나스닥100지수는 지난주 4% 넘게 하락해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AI 분야의 대규모 지출이 그에 상응하는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재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특정 AI 테마 펀드가 큰 손실을 입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다. 반면 다우존스지수는 자금이 상대적으로 성숙한 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지수 역시 AI와 반도체 종목이 하락을 주도했다.
주식시장의 변동은 외환시장의 위험선호와 연결된다. 기술주 매도가 이어지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추가로 줄일 수 있고,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높아져 미국 금리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주 시장은 유가 상승으로 미국의 물가 우려가 더 커지는지, AI 관련 주식의 하락세가 다른 시장으로 확산되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