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주식은 익숙한 기업의 주식을 디지털 지갑에서 사고, 전통 거래소 운영시간 밖에도 거래할 수 있는 상품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9월 17일 발표한 토큰화 증권 거래소(Tokenized Securities Venues·TSV) 시험 체계에 따르면, 특정 종목이 거래량 한도를 반복해서 넘길 경우 관련 거래가 3개월간 중단될 수 있다.
이는 해당 주식을 기초로 한 모든 토큰 거래가 전 세계에서 일괄 중단된다는 뜻은 아니다. 제한은 한도를 넘긴 종목과 관련 거래소, 그리고 연계된 TSV에 적용된다. 이를 이해하려면 토큰을 보유하는 것, 주식에 딸린 권리를 갖는 것, 토큰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거래 앱에서는 이 세 가지가 하나처럼 보일 수 있지만, 법적·운영상으로는 서로 다른 문제다.
토큰을 보유해도 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주식도 대부분 전자 기록으로 관리된다.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사면 소유권은 일반적으로 증권사와 수탁기관 등 금융기관으로 이어지는 체계 안에서 기록되고 이전된다. 토큰화의 차이는 블록체인을 소유권 기록이나 관련 권리의 등록·이전에 활용한다는 점이다.
SEC는 올해 1월 토큰화 증권 관련 설명에서 여러 구조를 구분했다. 회사나 대리기관이 블록체인 기록을 주식 소유권 시스템에 포함하는 방식이 있다. 제3자가 주식을 보유하고 관련 권리를 나타내는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도 있다. 이와 달리 주가에 연동된 수익을 제공하지만 실제 회사 주식의 소유권을 뜻하지 않는 합성 상품도 존재한다.
따라서 토큰 가격이 특정 기업의 주가를 따라 움직인다고 해서 보유자가 의결권이나 배당권 등 주주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 별도 회사가 토큰을 발행했다면 투자자는 그 회사의 재무 상태와 의무 이행 능력도 살펴야 한다. 유명 기업의 주식 이름을 보고 투자하더라도 발행사 자체의 위험을 함께 부담할 수 있다.
이번 SEC 시험 대상 토큰화 주식은 전통 주식에 해당하는 경제적·지배구조상 권리를 유지해야 한다. 배당권과 의결권이 포함돼야 하며, 합성 수익만 제공하는 상품은 이 체계에 해당하지 않는다. 거래 참여자나 이용자의 지갑 역시 관련 신원 확인과 접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조건 아래 SEC는 관련 플랫폼이 자동화 마켓메이커(AMM) 방식의 거래를 5년간 시험하도록 허용했다. 전통적인 주문장 방식과 달리 AMM에서는 투자자가 다른 참여자가 제공한 자산 풀을 상대로 거래한다. 간단한 유동성 풀에는 주식 토큰과 결제 자산이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주식 토큰을 사면 풀 안의 토큰은 줄고 결제 자산은 늘며, 가격 산식은 자산 구성의 변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한다.
이 방식은 자동으로 작동하고 호환되는 금융 소프트웨어와 연결할 수 있다. 다만 충분한 자산과 명확한 법적 권리, 자금을 공급할 참여자가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 기록만으로 유동성 부족이나 권리 귀속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종목별 거래량 한도와 3개월 중단 기준
시험 체계는 거래소별 취급 가능 종목 수와 종목별 거래량을 함께 제한한다. 거래량 한도는 일정한 달러 금액이나 개인 고객의 보유 수량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전통 주식시장의 평균 일일 거래 주식 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 주식 분류 | 연계 거래소 전체의 최대 종목 수 | 종목별 거래량 한도 |
|---|---|---|
| Tier 1 | 75개 | 전통 주식의 직전 한 달 평균 일일 거래량의 0.25% 이하 |
| Tier 2 | 250개 | 전통 주식의 직전 한 달 평균 일일 거래량의 2.5% 이하 |
Tier 1에는 S&P 500과 러셀 1000 지수 구성 종목, 일부 상장지수 상품이 포함된다. Tier 2는 그 밖의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을 포괄한다. SEC 명령에 따른 계산은 토큰화 주식과 전통 주식의 평균 일일 거래량을 비교하며, 연계 거래소의 거래를 합산한다. 따라서 하루 거래가 유난히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평균 거래량이 한도를 지속적으로 넘는지가 기준이다.
예를 들어 전통 시장에서 한 종목의 직전 한 달 평균 일일 거래량이 1,000만 주라면, Tier 1 종목의 토큰화 거래 평균 일일 한도는 2만5,000주에 해당한다. 플랫폼은 이 수치를 기준으로 거래량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규정 위반에 따른 조치는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 특정 종목이 처음 거래량 한도에 도달하면 플랫폼에는 한 차례 유예가 주어질 수 있다. 이후 거래가 규정을 준수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 같은 종목이 다시 한도에 도달하면 해당 TSV와 연계 플랫폼은 즉시 3개월간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중단 기간은 위반이 발생한 날부터 계산하며, 다른 종목의 거래에는 이 조치가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 거래소는 한도 도달을 피하기 위해 관련 거래를 미리 중단할 수 있다. 자발적으로 중단하든 거래량 초과로 중단하든 참여자에게 즉시 알리고, 영업일 기준 5일 안에 공개 공지를 갱신해야 한다.
SEC가 거래량을 제한한 것은 시험 운영을 지켜보는 동안 토큰화 거래가 더 넓은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유동성 풀의 가격이 전통 주식 가격과 벌어질 가능성도 그중 하나다.
유동성 풀에 보유된 자산이 제한적인데 매수 주문이 몰리면, 전통 시장의 기업 가치 평가가 변하지 않더라도 가격 산식에 따라 주식 토큰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시장 간 차익거래는 이론적으로 가격 차이를 줄일 수 있지만, 실제 효과는 이용 가능한 자금과 거래 경로, 해당 토큰을 다른 시장에서 받아들이는지에 달려 있다. 반복적인 한도 초과 뒤 3개월 거래 중단이 예정돼 있어 플랫폼은 한도에 가까워지기 전에 거래량을 관리할 유인도 갖는다.
토큰 보유와 매도 가능성은 별개
일반 투자자가 먼저 따져볼 현실적인 문제는 필요할 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다. 예컨대 수리비가 필요할 때 팔 생각으로 토큰화 주식을 샀는데 관련 시장 거래가 중단되면, 자산을 계속 보유하더라도 계획한 시점에 현금화하지 못할 수 있다.
토큰을 다른 지갑으로 옮기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투자자는 해당 금융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적격 시장을 찾아야 하며, 상품 약관에 실제로 실행 가능한 상환 절차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전 가능 여부와 거래 장소, 유동성 공급 주체는 상품 구조와 수탁기관, 발행사, 이용 자격에 따라 달라진다.
3개월 중단 규정이 다른 증권사에서 해당 토큰을 반드시 받아준다는 뜻도, 모든 형태의 이전이 금지된다는 뜻도 아니다. 이는 상품별로 확인해야 하는 별개의 사안이다. 일반 토큰이 앱 사이에서 옮겨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토큰화 주식에도 같은 유동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거래시간 연장도 구체적인 조건을 따져야 한다. 자정에 앱을 열 수 있다고 해서 그때 큰 규모의 보유분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크 우예다 SEC 위원은 SEC의 24시간 거래 원탁회의에서 거래시간 연장이 유동성을 더 고르게 분산할 수도 있지만, 기존 유동성을 오히려 나눠 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수 전에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해당 토큰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 절차다. 거래소가 거래를 중단하면 토큰은 어떻게 되는가? 안내에는 수탁 방식, 주주 권리의 유지 여부, 허용되는 이전 방법, 상환 경로와 관련 수수료가 포함돼야 한다. 현재 제공되는 기능과 향후 지원을 계획 중인 서비스도 구분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토큰화는 소유권 기록과 거래 사이의 일부 마찰을 줄이고 주식을 디지털 금융 소프트웨어와 연결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시험 체계에서는 종목별 거래량에 분명한 한도가 적용된다. 지갑에 주식 토큰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필요할 때 매도하거나 상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회수 경로는 플랫폼과 상품 약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