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가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을 넓히고 있다. 학위는 여전히 지원자의 이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지만, 지속적으로 학습해온 기록과 여러 분야를 넘나든 경험, 불확실한 환경에서 협업하는 능력이 채용 판단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릴라 이브라힘 구글 딥마인드 최고 AI 준비 책임자는 9월 열린 미디어 오찬에서 이 같은 기준이 연구원과 엔지니어를 비롯한 다양한 직군의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브라힘은 학위 하나만으로는 지원자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러 자격증과 추가 교육, 정규 수업 밖에서 진행한 활동은 지원자의 학습 태도를 더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입 구직자들의 이력서에는 정규 교육 과정 외에 이수한 학습 프로그램과 직무·학위 경험을 통해 쌓은 기술이 보다 상세하게 담기는 추세라고도 설명했다.
여러 학습 경험이 보여주는 적응력
딥마인드 채용 담당자들이 이런 정보를 살피는 이유는 단순히 학력 조건을 추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원자가 호기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브라힘은 AI 도구가 답을 찾는 비용을 낮추고 있지만, 좋은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오히려 더 희소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은 학교에서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좋은 질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계속 파고드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AI가 정보 검색과 콘텐츠 생성 업무를 더 많이 맡게 될수록, 문제를 이해하고 범위를 정한 뒤 답변을 검증하는 능력이 사람과 도구의 협업에서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브라힘이 설명한 구글 딥마인드의 주요 인재 기준은 호기심, 새롭고 예측하기 어려운 과제에 대응하는 용기, 변화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능력, 다른 사람과 협력하려는 태도다. 이는 기술 직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연구와 제품 개발, 조직 실행을 연결해야 하는 역할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을 중시하는 딥마인드
이브라힘은 2018년부터 구글 딥마인드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왔으며, 2026년 초 최고 AI 준비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이 직책이 만들어진 배경으로 AI 기술 개발 속도가 사회와 기업, 노동자가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도 컴퓨터과학과 다른 STEM 분야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AI 발전의 다음 단계에는 철학·경제학·윤리학 같은 인문사회 분야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브라힘은 신경과학자, 윤리학자, 생물학자와의 협업이 딥마인드의 일부 기술 성과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딥마인드가 여러 명의 철학자를 채용했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이런 관점이 실제 업무로 이어지려면 실행 역량을 갖춘 운영 인력과 결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브라힘은 영국이 이런 학제 간 인재를 찾는 데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30여 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일했던 경험과 비교하면, 영국은 철학과 정치학을 비롯한 관련 역량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어서 인재 배경도 한층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AI 도입이 직원 교육을 앞서가
이번 채용 논의는 기업의 AI 활용 속도와 직원들의 역량 준비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AI가 일상 업무에 들어오면서 대규모 실업에 대한 우려는 다소 줄었지만, 논의의 중심은 직무가 어떻게 재정의될지, 기업과 인사 부서가 사람의 역량과 AI 활용 능력을 어떻게 결합할지로 옮겨가고 있다.
Coursera와 Udemy에 등록한 학습자 3억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기업의 AI 도입 속도가 직원들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속도를 이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조직의 약 75%가 관련 기술을 도입했거나 시범 운영 중이었지만, 지난 1년 동안 대다수 직원이 AI 역량 강화나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답한 조직은 18%에 그쳤다.
구글 딥마인드 역시 채용 기준과 사내 교육을 동시에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위는 기본 역량을 가늠하는 신호로 남겠지만, 지속적인 학습 기록과 학제 간 협업 경험, 질문을 구성하는 능력은 AI가 업무에 깊이 들어온 환경에서 지원자가 실제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편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