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10월 26일 기업공개(IPO)를 위한 S-1 등록서류를 제출하고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밝혔다. 종목 코드는 ANT로 제시했지만 공모 주식 수와 희망 공모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1조5,000억~2조 달러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빠른 매출 성장뿐 아니라 고객 집중도, 전환사채 회계 처리,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위한 장기 지출 약정도 살펴보고 있다.
상반기 매출 13배 증가…분기 성장세는 둔화 조짐
앤트로픽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162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1억6,000만 달러에서 1,304% 증가했다. 2025년 연간 매출은 45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89% 늘었다. 2분기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68%였다.
기존 고객의 지출도 크게 늘었다. 9월 말 기준 순매출유지율(NRR)은 900%로, 기존 고객이 앤트로픽에 지출하는 금액이 크게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매출 성장 속도는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진은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3분기 매출을 168억 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2분기 매출은 1분기 47억 달러에서 116억 달러로 늘어난 바 있어, 예상치대로라면 3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증가 폭이 상당히 줄어든다.
단일 고객 비중 10% 미만…상위 5곳은 25%
S-1에 따르면 2026년 첫 9개월 동안 매출의 10%를 넘게 차지한 단일 고객은 없었다. 상위 5개 고객의 합산 비중은 약 25%였다. 설립 후 빠르게 성장해온 기업인 만큼, 매출이 소수 고객에게 집중되지 않았다는 점은 고객 기반을 파악하는 데 참고가 된다.
클라우드 사업자는 주요 판매 경로다. 앤트로픽 매출의 48%는 자사 모델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에서 나왔다. 이들 업체는 앤트로픽이 기업 고객에 접근하는 통로인 동시에, 사업 구조를 이해할 때 클라우드 제휴와 컴퓨팅 공급 계약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반기 손실 807억 달러…대부분 비현금성 평가손실
앤트로픽은 2026년 상반기 807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 같은 기간의 129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다만 손실에는 전환사채의 공정가치 변동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후속 자금 조달 과정에서 회사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무상태표상 부채로 분류된 전환사채의 가치도 높아졌고, 이에 따라 약 720억 달러의 비현금성 회계 손실이 발생했다.
이 항목을 제외하면 상반기 손실은 약 87억 달러다. 등록서류는 상장 시 해당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돼 관련 부채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실적을 평가할 때 회계상 가치 변동과 일상적인 사업 지출에서 비롯된 손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주요 사업자와 컴퓨팅 계약…사용량과 무관한 약정도
앤트로픽은 컴퓨팅 자원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알파벳과는 2026년 4월부터 2033년 7월까지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1,145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2028~2031년 인도 예정인 TPU 구매에도 약 1,250억~1,500억 달러를 약정했다. 이와 별도로 아마존에 최소 1,1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에 449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들 약정은 실제 사용량에 연동되지 않는다.
또 2029년까지 스페이스X에 1,205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계약상 2027년 1월과 3월에 각각 취소 불가 기간이 끝난 뒤에는 어느 쪽이든 90일 전에 서면 통지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엔비디아 GPU 기반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엔스케일과의 446억 달러 계약, 람다와의 413억 달러 계약도 등록서류에 기재됐다.
이 계약들은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한편 장기간에 걸친 자금 부담을 만든다. 매출이 컴퓨팅 투자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는 앤트로픽의 성장 방식과 재무 구조를 평가하는 핵심 요소다.
2분기 조정 영업이익 흑자 전환
컴퓨팅 자원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앤트로픽은 일정한 영업 레버리지도 나타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68% 증가했고, 컴퓨팅 및 인프라 비용 증가율은 약 300%였다. 해당 분기 조정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현재까지는 매출 증가 속도가 관련 인프라 비용 증가를 앞섰다는 의미다. 다만 앞으로 집행할 구매 약정 규모도 상당하다. 사업이 커지는 과정에서 추론 서비스의 단위 비용과 마진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지속적인 컴퓨팅 투자와 안정적인 수익성 달성을 좌우할 수 있다. 공개된 분기 수치는 초기 단서를 제공하지만, 장기 성과는 매출 성장과 컴퓨팅 활용 효율, 계약상 지출의 실제 집행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