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수년간 유지해 온 ‘맥 노트북에는 터치스크린을 넣지 않는다’는 방침을 바꾸고, 터치 기능을 갖춘 첫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OLED 디스플레이와 M5 Pro 칩을 탑재했지만 운영체제는 아이폰·아이패드용이 아닌 macOS다. 노트북 출하량이 줄고 메모리 비용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오르는 시점에 나온 이번 신제품은 맥의 조작 방식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OLED와 터치 기능 적용…운영체제는 macOS
애플은 신형 맥북 프로에 OLED 패널을 적용해 밝기와 색 표현, 시야각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기존 전문가용 노트북보다 무게도 줄였다. 공개 영상에서는 사용자가 화면을 직접 터치해 영상과 이미지를 조작하는 모습이 소개됐다.
새 제품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운영체제가 아닌 macOS를 그대로 사용한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언론·분석가 대상 행사에서 “처음으로 맥에 터치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터너스가 CEO에 오른 뒤 나온 세 번째 주요 제품 공개로, 그의 지휘 아래 애플의 하드웨어 출시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하 감소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부담
신형 제품은 글로벌 노트북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출시됐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노트북 전체 출하량은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IDC는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줄었으며, 같은 기간 애플의 출하량도 11%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시장을 압박하고, 노트북 가격을 끌어올려 소비자 수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애플 역시 메모리 비용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팀 쿡 전 CEO는 올해 여름 메모리 가격 상황을 “지속 불가능하다”고 표현한 바 있다. 애플은 올해 거의 모든 맥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8월 출시한 맥 미니는 가격이 300달러 올랐고, 6월에는 맥 제품군 가격이 누적으로 수백 달러 인상됐다. 월요일 공개된 신형 아이패드 미니의 시작 가격도 699달러로, 전 세대보다 100달러 높다.
터너스 취임 후 잇단 신제품…맥의 AI 역할도 부각
애플은 최근 두 달 동안 신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이번 주에는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와 함께 M6 칩을 탑재한 신형 아이맥 및 맥북 프로 모델을 공개했다. 9월에는 아이폰 18 시리즈와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 화면과 새 버전의 시리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홈뷰를 선보였다. 터치 맥북 프로는 터너스 취임 이후 빨라진 제품 발표 흐름의 한 사례다.
맥 매출은 아이폰보다 훨씬 작지만, 개발자 생태계와 애플의 AI 전략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매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애플의 최근 분기 맥 매출은 103억5,0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10%에 조금 못 미쳤다.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맥을 개발 도구로 사용하며, 아이폰 앱을 만들려면 애플이 지원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애플은 자체 설계 칩과 메모리 구조를 바탕으로 기기 내에서 모델을 구동하는 온디바이스·엣지 AI의 활용 가능성도 강조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기기에서 AI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메타의 AI 모델팀은 올해 에이전트 테스트를 위해 맥 미니 수백 대를 구매했다. 이달 애플과 메타는 고속 케이블로 연결한 여러 대의 맥이 최첨단 수준에 가까운 대형 모델을 구동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를 이용하면 개발자는 에이전트 코드를 실행할 때 Anthropic이나 OpenAI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애플의 기존 입장 변화…관건은 소프트웨어 경험
애플은 오랫동안 노트북에 터치스크린을 적용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소프트웨어 책임자인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2018년 관련 설계를 언급하며 팔을 들어 화면을 터치하는 동작을 오래 지속하면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터너스도 2021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 시절, 아이패드는 터치에 맞춰 설계됐고 맥은 간접 입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며 당시에는 방침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터너스는 오랫동안 맥 제품 개발에 참여했으며, 칩 책임자인 조니 스루지와 함께 인텔 프로세서에서 애플 자체 설계 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가 이끄는 애플이 첫 터치 맥을 내놓으면서 수년간 이어진 제품 설계 원칙도 달라지게 됐다.
윈도 노트북에는 터치스크린이 오래전부터 탑재돼 왔지만, IDC 글로벌 디바이스 트래킹 부문 부사장 라이언 라이스는 터치 기능이 대체로 부가 요소일 뿐 소비자의 주요 구매 기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IDC에 따르면 올해 출하되는 전 세계 노트북 가운데 터치스크린을 갖춘 제품은 17%에 그친다. 터치 노트북의 평균 판매가격도 비터치 제품보다 소폭 낮다.
라이스는 애플의 터치 맥에서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구현 자체보다 인터페이스와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좋은 사용 경험을 제공하느냐라고 봤다. 터치 기능이 개발자를 끌어들이는 요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새 맥북 프로가 소비자의 맥 터치 기능 수요를 바꿀지는 실제 사용 경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