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11월 4일 액면가 기준으로 기존 국채 60억 달러어치를 환매해 이번 입찰 한도를 채웠다. 그러나 매입액의 약 98%가 두 종목에 집중됐다. 환매 규모가 컸더라도 더 많은 기존 국채 보유자에게 매도 기회가 제공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국채 거래 유동성을 폭넓게 개선할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환매액 60억 달러 중 82%가 2041년 만기물
재무부는 이번 환매에서 액면가 기준 약 396억3,600만 달러의 매도 제안을 받았다. 최종 매입액의 6.61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입 대상 자격을 갖춘 국채는 40종이었지만, 실제로 사들인 종목은 7종에 그쳤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종목은 2041년 11월 만기 국채로, 액면가 49억2,400만 달러어치가 매입됐다. 전체 수락 금액의 약 82.1%다. 두 번째 종목의 매입액은 약 9억5,000만 달러였다. 이 금액은 모두 국채 액면가 기준이며, 재무부가 실제 지급한 현금과는 다르다.
매도 제안 규모가 매입액을 크게 웃돈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내놓으려는 물량이 재무부의 한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다만 재무부는 수락되지 않은 제안의 전체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나머지 33개 적격 종목에 모두 매도 제안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며, 매입이 일부 종목에 집중됐다는 사실만으로 판단이 부적절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재무부는 제안 가격과 해당 증권의 상대가치를 검토하므로, 특정 종목의 가격 조건이 더 유리했다면 매입 집중은 비용 측면의 판단과 부합할 수 있다.
딜러들 “환매 횟수 늘리고 대상 넓혀야”
미국 국채 시장은 규모가 크지만, 새로 발행된 국채가 기존 발행분보다 대체로 거래가 활발하다. 거래가 뜸한 기존 국채인 ‘비경쟁물(non-off-the-run)’은 빠르게 팔기 어려울 수 있고, 매수자를 찾으려면 가격을 낮춰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딜러가 고객에게서 국채를 인수하면 보유와 자금 조달이 필요하며, 그동안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위험도 부담한다. 재무부 환매는 이런 국채에 잠재적 매수자를 더해주지만, 효과는 어떤 종목을 대상으로 삼느냐에 달려 있다.
재무부가 11월 4일 공개한 딜러 의견을 보면, 다수는 대규모 환매가 어느 정도 유동성 개선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기존 국채의 매도 경로가 늘고, 갑작스러운 가격 괴리가 발생할 위험이 줄었으며, 유사한 국채 간 가격 관계도 안정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가 딜러의 고객 주문 인수 의향까지 높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종목의 거래 여건이 나아져도 기존 국채를 보유한 모든 딜러가 더 쉽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딜러들은 환매 일정을 더 일찍 공지하고, 한 번에 큰 금액을 집행하기보다 소액으로 더 자주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종목별 매입 한도를 두자는 의견도 나왔다. 국채마다 부여된 CUSIP 식별번호를 기준으로 한도를 설정하면 매입액이 소수 종목에 쏠리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정 시점의 대규모 환매를 놓치면 해당 국채를 계속 보유하면서 금리 위험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무부는 이미 개별 국채의 시장 유통 물량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딜러들은 대체 가격 산정 방식이나 한 국채를 다른 국채와 교환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재무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딜러들의 직접적인 요구는 일정 사전 공지를 늘리고 환매 횟수를 확대하는 한편, 매입 대상 분포를 넓히는 데 모여 있다.
국채 환매액이 비트코인 유입 자금은 아니다
미국 국채 환매와 비트코인 유동성의 연관성에 주목하는 투자자라면 액면가 기준 60억 달러를 위험자산으로 향하는 자금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대상 국채의 거래 가격이 액면가를 밑돌아 재무부의 실제 지급액은 약 40억 달러였고, 여기에 경과이자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미 정부는 계속 신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미상환 국채의 구성을 바꾸고 딜러의 일부 보유 부담을 관리하는 성격이 강하며, 비트코인 매수에 쓸 수 있는 자금을 자동으로 늘리는 조치는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0월 30일 발표한 연구는 2025년 6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재무부 환매는 딜러의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거래 부문이 받는 일부 위험 제약을 완화했다. 그러나 딜러의 환매조건부채권(repo) 자금조달 활동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레포는 증권을 담보로 한 단기 차입으로, 딜러와 고객은 국채 보유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이를 활용한다. 재고가 줄었다고 해서 시장 전체의 자금 조달 수요도 함께 감소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환매가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 유리하게 작용하는지 판단하려면 국채 거래 여건 개선이 실제로 자금 조달 조건을 완화하거나 투자자의 위험 감수 여력을 높이는지 추가로 살펴봐야 한다. 11월 4일 한 차례의 환매 결과만으로는 이를 판단하기 어렵다.
재무부, 환매 조건 조정 검토
재무부는 최신 분기 자금 조달 계획에서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유동성 지원 목적의 환매를 최대 700억 달러 규모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별도로 현금 관리 목적의 환매에 250억 달러를 배정했다. 매입 한도와 일정, 실시 빈도, 적격 국채 범위, 집행 방식의 조정 여부도 검토 중이다.
앞으로는 재무부가 환매 한도를 모두 소진하는지뿐 아니라, 더 많은 기존 국채의 거래가 쉬워지는지, 딜러가 고객 주문을 더 적극적으로 인수하는지, 자금 조달 압력이 실제로 완화되는지가 관건이다. 11월 4일 결과는 재무부가 60억 달러 한도를 채울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매입액은 소수 종목에 쏠렸다.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국채를 보유한 딜러에게 환매 총액만으로 매도 경로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