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할로윈(Spirit Halloween)은 매년 약 8~10주만 영업하지만, 사업 운영은 할로윈이 끝난 뒤에도 멈추지 않는다. 모회사 스펜서 스피릿 홀딩스(Spencer Spirit Holdings)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실버스타인(Steven Silverstein)은 입지 선정과 임대차 계약, 상품 생산, 물류, 계절 인력 채용이 사실상 연중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실버스타인이 2003년 스펜서스(Spencer’s)에 합류한 뒤 스피릿의 매장 수는 약 130개에서 매년 약 1,600개로 늘었고, 회사는 북미 최대 규모의 할로윈 전문 소매 체인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무디스는 스펜서스와 스피릿의 2023년 합산 매출을 약 19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스피릿은 약 두 달의 영업 기간만으로 스펜서스보다 많은 매출을 올렸다. 올해 회사는 핫토픽(Hot Topic), 박스런치(BoxLunch), 허 유니버스(Her Universe)를 인수했다. 세 사업을 합친 매장 수는 3,000개를 넘어섰으며, 사업 영역도 계절성 테마 소매점에서 쇼핑몰 기반의 패션·애니메이션·게임·대중문화 상품으로 넓어졌다.
임시 매장이지만 시장 진입은 연중 진행
스피릿 매장은 대체로 매년 9월 전후 문을 열고 할로윈이 지나면 철수한다. 그러나 실버스타인은 ‘임시 매장’이라는 표현이 영업 기간이 짧다는 뜻일 뿐, 회사가 해당 시장을 단기적으로만 본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보통 3~4월부터 부동산을 물색하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다. 비어 있지만 유동인구와 노출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 주요 대상이다.
스피릿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매장을 장기간 임차하고 고정 임대료를 내기보다, 건물주에게 단기 임차료를 지급한다. 임대 기간은 일반적으로 8~10주다. 쇼핑몰과 건물주 입장에서는 원래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공실에서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스피릿은 기존 상업시설을 활용해 지역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일부 매장은 매년 같은 건물로 돌아온다. 올해 가을에는 약 100개의 스피릿 매장이 과거 파티 시티(Party City)가 사용하던 점포에 들어섰다.
파티 시티는 할로윈 의상과 파티용품을 판매하던 주요 소매업체였지만, 2024년 12월 두 번째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2025년 2월 말까지 약 700개 매장을 폐점했다. 이에 따라 스피릿이 활용할 수 있는 상업 공간은 늘어났다. 소비자도 월마트(Walmart), 타깃(Target), 아마존(Amazon) 외에 의상과 장식품을 살 수 있는 오프라인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다.
상품 진열을 넘어선 매장 체험
실버스타인은 초기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근무 시절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마빈 트라우브(Marvin Traub)가 강조한 ‘리테일 시어터’ 개념의 영향을 받았다. 2003년 스펜서스 계열 사업에 합류한 뒤에는 고객이 단순히 ‘할로윈 매장에 간다’고 말하기보다 ‘스피릿 할로윈에 간다’고 말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05년 실버스타인은 시카고의 한 스피릿 매장에서 점장이 매장 중앙에 해적선을 설치한 모습을 봤다. 해골을 배 위에 올리고, 주변에 파란 천과 선풍기, 깜박이는 조명을 배치한 연출이었다. 이 방식은 이후 여러 매장으로 확대됐고, 회사 내부에서는 ‘매장 내 경험(In Store Experience)’,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ISE로 불리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스피릿은 매년 새로운 테마를 선보이며, 2026년 테마는 유령이 나오는 여름 캠프 ‘캠프 하버 레이크(Camp Harbor Lake)’다.
회사는 이 방식을 ‘오감 소매’라고 부른다. 상품을 선반에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명, 음향, 공간 연출, 상호작용형 장치를 결합한다. 전통적인 광고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추고, 매장 외관과 온라인 확산, 브랜드 협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스피릿은 던킨(Dunkin’), 버터핑거(Butterfinger), 치폴레(Chipotle)와 한정 의류를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굿이어(Goodyear)와 협업해 비행선 모양의 의상을 판매했고, 매장 개장 행사에서는 실제 비행선에서 주차장으로 뛰어내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1,600개 매장을 동시에 준비하는 공급망
매장 수가 늘어나면서 공급망 운영도 복잡해졌다. 스피릿 상품의 약 75~80%는 회사가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조달하며, 주요 생산지는 아시아다. 상품 출하는 4월부터 시작되지만 모든 물량을 한 번에 매장으로 보내지는 않는다. 각 매장이 개점 전 충분한 보관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품은 먼저 북미 지역의 4~5개 물류센터로 이동한 뒤 매장별로 분류된다. 올해 회사는 63개의 제3자 물류 거점도 활용했다. 각 거점은 25~30개 매장에 공급할 상자를 정리하고 임시 보관한 다음, 트럭에 실어 매장으로 배송한다. 실버스타인은 이 과정을 약 1,600개 매장을 동시에 ‘가상으로 세우는’ 작업에 비유했다.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지연이 발생하면 계절 매장의 개점 일정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성수기 채용 인력 5만2,000명 이상
스피릿은 매년 성수기에 5만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음 해에도 다시 근무한다. 실버스타인은 일부 직원이 스피릿 근무를 중심으로 연간 일정을 짤 정도라고 말했다. 회사는 조직 구조를 ‘거꾸로 선 피라미드’로 설명하며, 매장 현장 직원에게 가장 큰 중요성을 둔다.
본사와 운영팀의 주요 과제는 복잡한 매장 설치와 운영 절차를 계절 근로자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단계별 업무로 나누는 것이다. 영업 기간이 몇 주에 불과한 매장에서는 교육 속도와 현장 실행력, 정시 개점 여부가 제한된 판매 기간 안에 매출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직접 영향을 준다.
핫토픽 인수로 쇼핑몰 사업 확대
올해 스피릿의 가장 큰 변화는 핫토픽, 박스런치, 허 유니버스 인수다. 스펜서 스피릿은 8월 사이카모어 파트너스(Sycamore Partners)로부터 세 사업을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거래는 9월 초 마무리됐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이카모어 파트너스는 2013년 약 6억 달러에 핫토픽을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핫토픽은 1989년 캘리포니아주 몬테벨로에서 첫 매장을 열었다. 이후 여러 쇼핑몰에서 밴드 티셔츠, 스터드 목걸이, 스키니진을 구매할 수 있는 대표적인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 회사의 2007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라이선스 밴드 티셔츠는 매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이후 핫토픽은 애니메이션, 게임, 팬 상품으로 취급 범위를 넓혔다. 박스런치는 2015년 출범했으며 대중문화 관련 선물을 판매하는 체인으로 운영돼 왔다.
현재 핫토픽은 615개가 넘는 매장을, 박스런치는 28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캘리포니아 본사를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핫토픽의 CEO 스티브 브라네스(Steve Vranes)가 사업을 계속 이끈다. 브라네스는 실버스타인에게 보고하는 구조다. 실버스타인은 핫토픽이 특정 작품과 팬층을 대상으로 소통하는 데 강점이 있고, 대중문화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펜서 스피릿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로 매장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할로윈 외 기간에도 보다 안정적인 쇼핑몰 소매 사업을 확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