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수익률이 올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로빈 브룩스는 장기금리 상승의 주된 원인이 AI 기업의 대규모 채권 발행보다 미국의 부채와 재정적자에 대한 투자자 우려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향후 조달 비용뿐 아니라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 평가와도 맞닿아 있다.
10년물 금리, 한때 5% 돌파
최근 몇 주 동안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안전자산 수요가 늘면서 다소 하락했다. 그러나 하락 전에는 100bp 넘게 급등해 5%를 넘어섰고, 한때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은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시작됐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미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 기대도 높아졌다. 동시에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AI 인프라 구축과 대규모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며 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였다. 미국 정부 역시 약 2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메우고 약 40조 달러 규모의 국채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채권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월가 일부에서는 AI 기업의 채권 발행이 늘면서 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 미 국채가 밀려났고, 이에 따라 재무부가 국채 입찰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브룩스는 이 설명에 동의하지 않으며, 최근 일주일간의 시장 움직임을 서로 다른 가설을 가려볼 수 있는 ‘자연 실험’으로 봤다.
고용 지표와 장기 선도금리가 가리킨 재정 우려
브룩스는 기업 차입 규모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당시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공공부문의 차입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금리 상승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월간 고용보고서 발표 뒤 나타난 채권시장 반응도 살펴봤다. 보고서상 신규 고용은 시장 컨센서스의 두 배를 웃돌았다. 과거 비슷한 고용 서프라이즈와 비교하면 2년물 국채 수익률 상승 폭은 강한 경제성장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보다 컸다. 브룩스는 이를 근거로 미국의 성장세가 AI에 의존하고 있다는 주장과 AI 기업의 채권 발행이 금리를 끌어올렸다는 해석 모두 설득력이 약해졌다고 봤다.
또 다른 지표는 ‘10년 후 시작하는 10년물 선도금리’다. 이는 시장이 10년 뒤부터 10년간 보유할 국채에 요구하는 수익률로, 장기간 미 국채를 보유하는 데 필요한 위험 보상과 부채·재정적자 경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할 수 있다.
브룩스에 따르면 AI 열풍이 장기금리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다면 이 선도금리도 10년물과 2년물 금리와 함께 하락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 흐름이 재정 위험 프리미엄 상승이라는 설명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중간선거 전후의 시장 움직임과 AI 관련주 매도세가 장기금리 상승의 배경을 구분하는 단서를 제공했으며, AI 기업의 자금 조달보다 재정 압박이 더 잘 설명한다는 것이다.
2026회계연도 적자 1조9,900억 달러
미 재무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6회계연도 최종 집계에서도 재정 부담 확대가 확인됐다.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1조9,900억 달러로, 2025회계연도의 1조7,800억 달러보다 12% 늘었다. 세입은 3% 증가한 5조4,000억 달러였고, 지출은 6% 늘어난 7조4,000억 달러였다. 사회보장과 메디케어가 주요 지출 항목이었으며, 국채 이자 비용은 국방과 메디케이드 지출을 웃도는 세 번째 규모였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국채 이자 총액은 1조3,600억 달러, 평균 금리는 3.53%였다. 이는 연준이 대폭 긴축을 시작하기 전인 2021년 수준의 두 배를 넘는다. 순이자 지출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500억 달러로, 전체 지출과 세입,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모두 앞질렀다. 실질 GDP 성장률은 약 2%, 명목 성장률은 약 6%로 모두 순이자 지출 증가율보다 낮았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026회계연도 순이자 지출은 하루 약 29억 달러에 이른다. 피터 G. 피터슨 재단은 이 지출이 GDP의 3.2%에 해당하며, 1991년에 기록한 종전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야 맥기니스 위원장은 앞서 이자 부담이 늘면 부채가 더 쌓이고, 부채 증가는 다시 금리와 이자 지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워싱턴이 조속히 재정 대응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간단한 해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쟁점은 계속 불어나는 적자와 이자 부담이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에 요구하는 수익률에 이미 반영되기 시작했는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