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NYSE: ORCL)은 최근 분기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상승했지만 며칠 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수주 규모를 넘어섰다.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자금조달 금리가 어느 수준인지, 최대 고객인 OpenAI가 예정대로 오라클의 컴퓨팅 자원을 사용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라클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부채로 조달하고 있다. 같은 시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오라클 수주잔고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OpenAI는 최첨단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수주일 동안 예정된 OpenAI 개발자 행사, 오라클의 AI World와 애널리스트 회의,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 투자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좌우할 수 있다.
수주잔고 6640억달러로 확대
오라클 강세론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하는 지표는 수주잔고다. 오라클은 1분기에 300억달러를 웃도는 AI 클라우드 계약을 새로 체결했고, 이에 따라 잔여이행의무(RPO)는 6640억달러로 늘었다. 1년 전보다 2090억달러 증가한 규모다. 경영진은 신규 계약의 대부분에 고객 선급금이 포함됐거나 고객이 하드웨어를 직접 제공하기 때문에, 늘어난 자본지출 전액을 오라클이 부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금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라클의 이번 분기 자본지출은 285억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약 114억달러는 고객 선급금으로 충당됐다. 최종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4억달러로, 시장이 앞서 예상한 마이너스 96억달러보다 양호했다. 고객이 하드웨어와 건설 비용의 일부를 선지급하면서 오라클의 자금 부담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이후 데이터센터 확장에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데이터센터 공급 능력도 개선됐다. 오라클은 한 분기에 850메가와트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추가했고, 30만 개가 넘는 GPU를 출하했다. 이는 직전 분기 출하량의 약 세 배에 해당한다. GPU 전체 가동률은 98%에 가까웠다.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74억달러를 기록했다. 경영진은 이번 회계연도 총매출이 최소 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2분기 매출 증가율은 30~34%로 제시했다.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확장하는 가운데서도 오라클의 비GAAP 영업이익률은 42%를 유지했다. 다만 매출총이익률은 하락했다. 회사는 운영비를 줄여 신규 데이터센터 가동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일단 상쇄하고 있다.
AI World에서 새 목표 제시할까
오라클 AI World는 10월 25~28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회사는 10월 28일 재무 애널리스트 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시장은 경영진이 장기 매출이나 수익성 목표를 상향할지 주목하고 있다. 1분기 실적이 회사의 기존 가이던스를 크게 웃돈 만큼,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의 장기 목표가 여전히 보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오라클은 Oracle AI Data Platform을 포함한 신제품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기업의 온톨로지를 자동으로 구축해 AI 에이전트가 기업 내부의 비공개 데이터를 처리하고 추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에이전트 기능을 갖춘 의료 관리 시스템도 선보일 예정이다. 신제품은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사업에 특히 중요하다. 1분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매출 증가율이 10%에 그친 가운데, 기존 SaaS 사업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본구조 측면에서는 래리 엘리슨이 최근 오라클 주식 최대 5000만주를 매각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약 75억달러 규모였다. 경영진은 2027회계연도와 2028회계연도를 자본지출 정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 개선 시점이 일정에 반영돼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언제 플러스로 전환될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OpenAI 의존도가 수주 이행의 변수
오라클을 둘러싼 주요 논쟁은 OpenAI에 집중돼 있다. S&P글로벌은 7월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BBB-로 낮췄고, OpenAI를 핵심 신용위험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OpenAI가 오라클 수주잔고의 약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S&P글로벌은 오라클의 이번 회계연도 잉여현금흐름 부족분이 약 420억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Open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지난주 2026년 기업공개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와 동시에 시장에서는 OpenAI가 최첨단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올트먼은 이후 회사의 의미가 AI 연구개발을 중단한다는 것이 아니라 개발 속도를 조정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오라클 입장에서는 최대 고객이 컴퓨팅 자원 도입을 늦추는 상황 자체가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연구개발 속도 조정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수주가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를 판단하는 데 변수가 되고 있다. 9월 29일 예정된 OpenAI 개발자 행사는 오라클의 향후 컴퓨팅 수요를 가늠할 주요 일정으로 꼽힌다.
부채와 자본지출이 현금흐름 압박
자금조달 비용도 부담이다. Fed는 최근 다시 금리를 인상했고, 통화정책 기조도 더욱 긴축적으로 바뀌었다. 금리 점도표에는 연내 추가 한 차례 인상 가능성이 반영됐다. 현금 보유액이 많은 대형 기술기업이라면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오라클은 더 이상 그런 재무구조에 속하지 않는다.
7월 기준 오라클의 부채 규모는 약 1170억달러였다. 당시 오라클의 10년물 채권 수익률은 약 6.5%로, 신용등급이 비슷한 차입자 가운데서도 고수익채권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도 AI 자본지출 위험을 헤지하려는 시장 수단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회사는 1분기에 200억달러 규모의 공모 증자를 마쳐 일부 자금조달 부담을 덜었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됐다.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은 더 높은 조달비용이 적용되는 시장에서 계속 진행해야 한다.
자본지출과 수익성도 단기적으로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1년 전 오라클의 비GAAP 매출총이익률은 69%에 가까웠지만, 1분기에는 61%로 하락했다. 신규 데이터센터가 아직 가동률을 높이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자본지출 규모에서 매출총이익률 압박이 얼마나 빠르게 완화될지는 불확실하다.
오라클의 1분기 자본지출은 285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간 자본지출 계획인 900억~950억달러가 바뀌지 않았다고 확인했지만, 잉여현금흐름이 언제 플러스로 전환될지는 경영진이 밝히지 않았다. 회사는 구조조정 비용도 7억달러 추가해 전체 구조조정 계획 규모를 약 28억달러로 늘렸다. 월요일 발표된 추가 감원 소식 이후 주가는 약 4% 하락했다.
오라클은 GPU 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년 동안 임직원 수를 13% 줄였다. 이 계획이 재무성과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수주가 예정된 일정에 맞춰 매출로 전환되는지에 달려 있다. 수주 이행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면 이미 매입한 하드웨어의 감가상각비가 계속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실적 발표 이후 BMO와 캐나다왕립은행(RBC)은 모두 목표주가를 낮췄으며, 수익성은 두 기관이 조정 근거로 제시한 요인 중 하나였다.
현금흐름 모델상 적정가치는 현재 주가와 근접
현재 오라클 주가를 평가하는 모델에는 여러 가정이 반영돼 있다. 모델은 오라클의 2027회계연도 매출 증가율을 35%로 예상했다. 이는 경영진이 제시한 최소 900억달러 매출 가이던스와 시장의 전반적인 전망에 대체로 부합한다. 2028회계연도 매출 증가율은 더 많은 수주가 실제 매출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50%로 정점을 찍도록 설정했다. 이후 증가율은 매년 약 10%포인트씩 낮아져 2031회계연도에는 20%로 떨어지는 것으로 가정했다.
모델은 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률(EBIT margin)을 35%로 설정했다. 오라클이 2026회계연도에 기록한 33.2%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최근 12개월 이익률이 이미 2026회계연도 수준을 웃돌았다는 점을 반영한 가정이다. 세율은 최근 2년 평균을 적용했다.
자본지출은 경영진이 제시한 연간 900억~950억달러 범위의 하단인 900억달러를 적용했다. 2027회계연도 이후에는 매출 대비 자본지출 비율이 점차 낮아지지만, 자본지출의 절대 규모는 2030회계연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컴퓨팅 수요가 단기간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칩을 지속적으로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델에 반영된 감가상각비와 상각비는 오라클의 과거 어느 한 회계연도보다도 높다. GPU의 대차대조표상 사용 기간은 제한적이고, 차세대 칩이 수년 안에 이전 세대를 대체할 가능성도 반영됐다.
이 모델은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9.5%와 영구성장률 3%를 적용했다. 산출된 오라클의 주당 적정가치는 약 152달러로 당시 시장가격과 가까웠다. 수주 증가가 제공하는 기회가 부채, 자본지출, 고객 집중도, 수익성 압박과 해당 주가 수준에서 대체로 상쇄된다는 의미다.
앞으로 6주 동안 시장은 OpenAI 개발자 행사, 오라클 애널리스트 회의, Fed의 금리 결정을 차례로 지켜볼 전망이다. 오라클 주주에게 남은 핵심 질문은 6640억달러 수주잔고의 이행 속도, OpenAI의 실제 컴퓨팅 수요, 그리고 자본지출 정점 구간에서 부채와 현금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