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세청(IRS)이 일부 암호화폐 ETF의 세금 처리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9월 28일 공개된 통지에 따르면 특정 펀드는 디지털자산을 월가 거래기관에 넘겨 현금화하는 구조를 활용해 펀드 장부에 수익을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IRS는 같은 날 부유한 투자자가 상승한 주식을 제351조에 따라 분산형 펀드 지분으로 바꾸면서 양도차익 과세를 미루려는 방식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두 조치는 ETF의 세제상 요건과 자산 이전 구조를 겨냥한다. 규정이 바뀌면 해당 펀드의 세금상 지위와 상품 구조뿐 아니라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세금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IRS는 구체적인 펀드명을 밝히지 않았으며, 모든 암호화폐 ETF가 대상이라고도 하지 않았다.
현물 상환을 통한 수익 인식 회피 가능성
미국의 투자펀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입의 최소 90%가 배당, 이자, 주식 거래 수익 등 적격 소득에서 발생하면 펀드 자체는 통상 해당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암호화폐와 원자재에서 생기는 수익은 이 계산에서 적격 소득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비적격 소득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펀드의 세제 혜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IRS는 일부 ETF가 가격이 오른 디지털자산을 처리할 때 현물 상환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가 자산을 직접 매도해 양도차익을 인식하는 대신, 거래기관에 디지털자산을 넘기고 해당 기관이 펀드 지분을 상환하거나 현금화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펀드 장부에 매도 수익이 기록되지 않으면 관련 소득이 불리한 소득 항목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IRS의 문제 제기다.
통지는 펀드가 디지털자산을 직접 보유하는 경우뿐 아니라 신탁을 통해 보유하는 경우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TF 업계 분석가 제임스 세이파트(James Seyffart)는 통지의 범위가 넓다며 현물 상환, 제351조 거래, 박스 스프레드 전략, 스트래들 거래 등 세금 결과를 만들거나 늦출 수 있는 여러 구조가 언급됐다고 설명했다.
현물 비트코인 ETF가 주된 대상인지는 불확실
IRS 통지에는 영향받을 펀드 명단이 포함되지 않았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Shares Bitcoin Trust) 등 현물 비트코인 상품은 일반 펀드와 다른 법률·세금 구조를 적용한다. 이 상품은 그랜터 트러스트(grantor trust)로 분류돼 세금상 속성이 주주에게 직접 이전되며, 일반 펀드와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보다 직접적인 검토 대상은 암호화폐를 직접 보유하거나 관련 신탁 지분을 보유한 일반 펀드일 수 있다. 역외 자회사를 통해 자산을 보유하는 펀드는 이번 통지에서 명시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상품별 구조가 다르므로 ‘암호화폐 ETF’라는 이름만으로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고, 펀드 등록 서류와 세금 처리 방식을 확인해야 한다.
IRS는 소급 적용 가능성도 열어뒀다. 향후 발표될 지침이 앞으로 이뤄지는 거래에만 적용될 수도 있고, 이미 완료된 거래까지 포함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의견 제출 기한은 10월 28일이며, 최종 적용 범위와 시점은 후속 문서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제351조를 이용한 주식 교환에도 제동
같은 날 발표된 세무 판정 2026-20은 또 다른 ETF 거래 구조를 제한했다. 기존에는 일부 투자자가 크게 오른 주식을 새로 설립한 ETF에 넣은 뒤, 펀드가 해당 주식을 거래기관에 넘기는 방식으로 양도차익을 즉시 인식하지 않고 분산형 포트폴리오를 얻으려 했다.
IRS는 이번 판정에서 해당 사례의 주식 이전을 제351조에 따른 비과세 자산 교환이 아니라 과세 대상 매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TF 분석가 에릭 발추나스(Eric Balchunas)는 이를 모든 ETF 구조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 세법 취지에서 벗어난 특정 활용 방식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했다.
회계사 에드 졸러스(Ed Zollars)도 이 판정을 분석했다.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자가 주목할 대목은 IRS가 현물 상환, 신탁 보유, 제351조 거래의 경계를 어떻게 정할지, 그리고 새 지침을 이미 완료된 자산 이전에도 적용할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