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올리브유 생산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하자 정부가 생산량 일부의 출하를 유예하도록 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의 농업부가 농가에 이번 시즌 생산량의 12%, 약 18만8,000톤을 2027년 9월 말까지 보관하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급 충격을 완화하고 생산자 수익을 지키려는 조치지만, 스페인 외 지역의 공급과 저장 중 품질 변화도 가격 안정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페인 생산량 160만 톤 전망
이번 시즌 올리브 수확은 9월 시작됐다. 최근 몇 년간 가뭄과 폭염으로 스페인과 다른 주요 산지의 생산량이 감소했지만, 올해 봄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서 스페인 올리브유 생산량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16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네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농업부는 생산량의 12%를 농가에 보관하거나 제3자 시설에 맡겨 2027년 9월 말까지 시장에 내놓지 않도록 했다. 정부는 농가의 수익성을 지키는 동시에 구매자의 이해도 고려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안정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규정은 시장을 과도하게 왜곡하지 않는 범위에서 올리브유 공급의 임시 보관을 허용한다.
안달루시아 가격, 두 달 새 약 15% 하락
증산 전망은 이미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주말 안달루시아 압착공장의 올리브유 평균 가격은 kg당 2.93유로로, 약 두 달 동안 15% 하락했다. 생산자에게는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경우 판매 수입이 더 줄어들 수 있다. 반면 구매자는 공급 개선에 따라 조달 비용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출하 유예 조치가 가격을 움직일 수 있을지 신중한 시각도 나온다. 올리브유 시장은 국제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이번 조치는 스페인 생산자에게만 적용된다. 한 국가의 출하량 조정만으로 세계 수급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형 구매자들이 이미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보관 조치가 가격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한적일 수 있다.
장기 보관에 따른 등급 변화 변수
상품 데이터 업체 엑스파나(Expana)의 카일 홀랜드 선임 애널리스트는 올리브유가 시간이 지나면서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수개월 보관하는 동안 일부 제품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단순히 현재 공급을 미래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관 기간과 품질 유지 여부, 최종적으로 판매 가능한 등급이 물량의 상업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격 하락을 얼마나 완화할지는 실제 보관량과 재고 유지 기간, 다른 산지의 공급 변화에 달려 있다. 현재 정부 계획상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빠지는 물량은 약 18만8,000톤이며, 가격에 미치는 즉각적인 효과와 보관 후 등급 변화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다른 상품 비축도 수급 변화에 좌우
상품 비축은 기상 여건과 수요·공급 변화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퀘벡 메이플시럽 생산자 단체가 관리하는 전략 비축량은 최근 2월 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생산은 계속되지만 비축량이 바닥나면 생산 변동이 생겼을 때 완충 역할을 하기 어렵다. 메이플시럽 생산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생산자들이 미국 외 시장을 개척하면서 수요가 늘었고, 지난해에는 관세를 우려한 미국 소비자들이 캐나다산 메이플시럽을 미리 사들이면서 연간 수출 증가율이 거의 16%에 달했다. 2024년 증가율은 9%였다.
에너지와 농산물 비축은 다른 압력을 받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여러 석유 소비국이 원유 재고를 사용했으며, 미국 전략비축유는 198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일본은 지난해 악천후와 자연재해 우려에 따른 사재기로 쌀 비축분을 방출했지만, 올해는 공급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잉 상태로 돌아섰다.
중국 돼지고기 시장도 공급 부족에서 과잉으로 전환했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가격이 뛰었을 당시 중국은 전략 비축 돼지고기를 방출했다. 현재는 부진한 소비와 과거 증산 장려 정책의 영향이 겹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 4년간 39% 하락했다. 정부는 시장 지원을 위해 돼지고기를 여러 차례 매입해 비축량을 보충했다. 스페인의 올리브유 출하 유예 역시 보관 조치 자체보다 생산량과 수요, 재고가 어떻게 변하는지가 효과를 좌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