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x Research 창업자이자 《Crypto Titans》의 저자인 마르쿠스 티엘런은 월가 트레이더와 대형 보유자의 차익 실현이 비트코인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처럼 두 자릿수 상승률을 연이어 기록하는 급등장이 줄고, 상승 후 기관이 콜옵션을 매도하면서 단기간의 큰 폭 상승도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티엘런은 비트코인이 연말 9만 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그 전에 7만 달러 중후반대로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각 가상자산 시장 사이클마다 시장을 이끄는 주체와 새로 유입되는 투자자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이클의 주요 참여자는 월가에 가까우며, 투자 판단도 경제지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은 특정 소식에 급등한 뒤 다음 주요 거시경제 이벤트를 기다리며 횡보하는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물 ETF 유입액, 전부 상승 베팅은 아니다
티엘런은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의 누적 순유입액 약 600억 달러를 분석하면서, 이 가운데 최대 절반가량을 마켓메이커가 차지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마켓메이커는 옵션 거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ETF를 보유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의 보유분이 비트코인 상승에 대한 방향성 투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산운용기관이 제출한 13F 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해당 자금은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하는 성격의 포지션과 다르다고 말했다.
초기 현물 ETF 유입에는 기관과 기업 구조를 통해 투자한 개인도 포함됐다. 일부 투자자는 관련 상품을 매입할 때 기초 가상자산 가치보다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기도 했다. 티엘런은 앞으로 전통 금융기관과 국부펀드가 추가로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보면서도, 현재 ETF 유입액 전부를 장기 기관자금이 이미 유입됐다는 증거로 보지는 않았다.
Fed 금리 경로가 연말 목표에 변수
비트코인은 앞서 7만 달러 중후반대에서 거래됐고, 금요일에는 한때 약 7만6,100달러까지 하락했다. 이 움직임은 바이낸스 연계 지갑이 63억 달러 규모의 해킹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10월 한 달 동안 7.3% 하락했다. 티엘런은 최근의 가격 회복 흐름을 2023년 초 비트코인이 약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오른 시기와 비교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번 반등에도 회의적인 투자자가 적지 않으며, 일부는 다시 하락할 때를 기다렸다가 매수 기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도 연말 전망을 좌우할 변수다. 연준은 9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목표 범위를 3.75~4%로 높였다. 10월 28일에는 이견이 있는 표결 끝에 금리를 동결했으며, 위원 두 명은 25bp 추가 인상을 지지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티엘런은 12월에도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지만, 이후에는 정책 결정이 더 신중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 압력이 약해지면 비트코인이 연말 9만 달러에 가까워질 여건이 나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사용과 보유자 가치 연결이 과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교하면 티엘런은 비트코인의 성과가 더 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활동으로 생기는 가치의 일부가 레이어2 네트워크로 흘러가면서, ETH 보유자가 네트워크 사용 증가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분명하게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더리움을 누구나 원활하고 잘 관리되길 바라지만, 실제 이용료를 내는 사람은 많지 않은 도로에 비유했다.
이더리움은 이용자가 내는 기본 거래 수수료를 소각한다. 소각량이 검증자에게 지급되는 신규 발행량보다 많으면 ETH 총공급량은 줄어든다. 네트워크 수수료가 낮아지면 소각량도 줄 수 있어 공급량 변화와 ETH의 가치 논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거래 비용을 낮추는 것은 이더리움 발전의 한 축이지만, 티엘런은 그 결과 네트워크 이용 증가와 토큰 보유자의 수익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봤다.
그는 비교 사례로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거래 플랫폼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를 언급했다. 플랫폼의 지원 기금은 거래 수수료를 활용해 HYPE를 매입한 뒤 토큰을 소각한다. 티엘런은 이더리움도 네트워크 이용이 보유자에게 돌아가는 재무적 가치와 더 명확하게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가 1년 넘게 이어온 ETH에 대한 신중한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