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엔젤스 이사 밥 펙은 앤스로픽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경우, 인공지능(AI) 관련 매도세를 겪은 기술주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상장 여부뿐 아니라 공모가 산정에 쏠려 있다. 앤스로픽의 기업가치가 대형 기술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 급락에 AI 수익화 우려 커져
펙은 CNBC 프로그램 ‘스쿼크 온 더 스트리트’에서 현재 기술주 투자심리가 6개월 전보다 신중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알파벳 주가 하락을 AI 사업의 수익화 부진과 연결했고, 인텔은 PC 수요 둔화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애플은 이익률 부담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10월 29일 알파벳 주가는 12% 넘게 하락해 역대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약 5,000억 달러 줄었다. 이 하락으로 AI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 관련 기업의 현재 밸류에이션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앤스로픽의 IPO는 이런 시장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격 형성의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 하단 선호
대형 투자자들은 앤스로픽의 기업가치가 1조5,000억~2조 달러 범위 중 2조 달러에 가까운 수준보다는 하단에 책정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펙은 최종 공모가가 시가총액 약 2조~4조 달러 규모인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앤스로픽이 높은 가치로 상장하면 투자자들은 AI 기업과 성숙한 기술 대기업의 성장성 및 매출 기반을 다시 비교할 수 있다. 반대로 낮은 가격이 책정된다면 고성장 기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앤스로픽이 제출한 S-1 등록서류에 따르면 순매출 유지율은 약 900%다. 기존 고객의 지출이 전년의 약 9배에 이른다는 의미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와 스노우플레이크가 공개한 순매출 유지율은 각각 157%, 126%였다. 이 지표는 기존 고객의 구매 확대가 매출 증가에 기여하는 정도를 보여주지만, 이것만으로 기업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피치북의 해리슨 롤프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앤스로픽의 순매출 유지율이 낮은 초기 기준점에서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 가격을 평가할 때는 이런 성장세가 이어질지, 매출 규모가 커진 뒤에도 고객 지출이 같은 속도로 늘어날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4,110건 IPO 중 매출 배수 40배 초과는 14건
과거 IPO 4,110건 가운데 상장 당시 주가매출비율(PSR)이 40배를 넘은 사례는 14건에 그쳤다. 앤스로픽이 높은 매출 배수로 상장할 경우 가격 책정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기술주 투자자들에게는 앤스로픽의 공모 밸류에이션과 순매출 유지율이 AI 사업화와 시장의 위험 선호도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 다만 전해진 투자자들의 선호 밸류에이션은 최종 공모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