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의 역할 분담이 뚜렷해지고 있다. Glassnode 데이터에 따르면 역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만기형 선물 거래량은 2021년 대비 약 97% 감소했다. 반면 암호화폐 전문 플랫폼의 비트코인 파생상품 미결제약정에서 옵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분의 1에서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졌다. 만기일이 없는 방향성 레버리지 거래는 영구선물이 흡수하고 있다.
이는 옵션이 선물을 단순히 대체한 현상이라기보다, 과거 전통적 선물이 맡았던 기능이 여러 상품으로 나뉜 결과에 가깝다. 영구선물은 지속적인 매수·매도 레버리지 포지션에 적합하고, 옵션은 헤지와 변동성 거래, 하락 위험 방어, 특정 가격과 만기일을 활용한 전략에 쓰인다. 만기형 선물은 그만큼 더 제한적이고 전문적인 용도로 밀려났다.
2026년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 선물 추월
지난 1년여 동안 비트코인 옵션과 선물의 미결제약정 격차는 여러 차례 확대됐다. 2025년 3월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을 선물 미결제약정으로 나눈 비율은 1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57.8%에서 69.6%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의 해당 비율은 비트코인보다 뚜렷하게 낮았다.
2026년 1월에는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이 약 741억달러에 도달해, 약 652억2,000만달러인 선물 미결제약정을 넘어섰다. 비트코인 옵션 미결제약정이 선물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단순히 가격 상승이나 하락에 베팅하기보다 가격 변동과 포트폴리오 위험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옵션을 더 많이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Glassnode가 2019년 이후 5개 시장 국면을 분석한 결과, 옵션의 비중은 이 가운데 4개 국면에서 확대됐다. 장기간 이어진 약세장도 포함됐다. 옵션은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해야만 기능하는 상품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손실 규모와 변동성, 포지션 구조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시기에는 오히려 옵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영구선물이 선형 레버리지 수요 흡수
전통적 선물에는 명확한 만기일이 있다. 예를 들어 12월물 비트코인 선물을 매수한 거래자는 만기 전에 포지션을 청산하거나 결제해야 하며, 다른 만기의 계약으로 포지션을 넘겨야 한다. 영구선물은 만기일을 없애고, 증거금이 충분한 동안 포지션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롱과 숏 포지션 사이에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펀딩비는 계약 가격이 현물시장 가격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비트코인에 레버리지로 노출되려는 거래자에게 영구선물은 롤오버를 관리하거나 여러 만기월 가운데 유동성이 높은 계약을 고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2026년 9월 18일 바이낸스 시장 데이터에서도 두 상품의 차이가 나타났다. BTCUSDT 영구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약 10만8,289비트코인이었고, BTCUSDC 영구선물은 약 1만9,465비트코인이었다. 각각의 표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두 계약의 미결제 포지션은 합계 약 99억3,000만달러였다.
반면 바이낸스에서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증거금을 납부하고 2026년 9월 25일과 12월 25일 만기를 맞는 두 비트코인 선물의 미결제약정은 합계 약 7,700만달러에 그쳤다. 당시 두 주요 스테이블코인 증거금 영구선물의 미결제약정은 해당 분기 만기 선물의 약 129배에 달했다.
물론 이는 한 거래소의 특정 시점 자료로 전체 시장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다만 역외 암호화폐 플랫폼에서 만기형 선물 거래가 크게 줄어든 배경은 설명할 수 있다. 선형 레버리지를 원하는 거래자에게는 유동성이 더 깊고 유지 비용이 낮은 대체 상품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Glassnode의 광범위한 데이터에서도 만기형 선물 거래는 2021년 고점에서 크게 후퇴했고, 영구선물이 과거 레버리지 거래 수요의 상당 부분을 넘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옵션은 기존 포지션의 위험 관리에 활용
비트코인 보유자의 구성도 달라졌다. 현물 비트코인 ETF는 장기 투자자에게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노출을 제공하고, 기업 재무부서는 비트코인을 재무상태표에 보유할 수 있다. 펀드와 시장조성자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재고와 유동성, 구조화 상품을 관리한다. 이들 참여자는 항상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하거나 즉시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보유한 포지션의 위험을 조정하려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한 펀드는 현물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풋옵션을 매수해 가격 하락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상승분 일부를 포기할 수 있는 보유자는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방향을 판단하기 어려운 거래자는 단순히 롱이나 숏을 선택하는 대신 변동성 자체를 거래할 수도 있다.
옵션은 시장조성자의 헤지 거래를 통해 현물시장과 영구선물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옵션을 매도한 시장조성자는 옵션 델타가 변할 때 비트코인이나 선물을 매수 또는 매도해야 한다. 가격과 잔존 만기, 내재변동성이 움직이면 옵션 포지션이 현물 또는 파생상품 시장의 실제 거래 수요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영구선물 미결제약정 1달러와 옵션 미결제약정 1달러가 같은 위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영구선물의 손익은 대체로 가격에 선형적으로 반응하지만, 옵션의 결과는 행사가격과 만기일, 내재변동성, 만기 시점의 비트코인 가격에 함께 좌우된다.
스테이블코인 증거금으로 담보 연동 위험 완화
파생상품 시장의 증거금 구조도 변하고 있다. 초기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자체를 증거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이 하락하면 거래 포지션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동시에 담보로 맡긴 비트코인의 가치도 떨어져, 증거금 압박이 서로 강화될 수 있었다.
Glassnode는 시장이 암호화폐 표시 증거금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현금성 담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담보를 사용하면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맞춰 증거금 가치가 함께 떨어지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현물과 선물, 옵션 사이에서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전문 거래 데스크에도 운영상 편의가 커진다.
옵션 거래 플랫폼의 시장 깊이도 몇 년 전보다 개선됐다. Glassnode가 4개 거래 플랫폼을 비교한 자료에서 Bybit는 추적 대상 비트코인 옵션 거래량의 28%를 차지했다. 이전에는 그 비중이 10%를 밑돌았다. Bybit의 옵션 미결제약정 규모도 출시 첫 달 5억2,900만달러에서 23억3,000만달러로 늘었다. 최근 90일 동안 이더리움은 Bybit 옵션 거래대금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 플랫폼 자료는 Glassnode와 Bybit의 공동 연구에 기반하므로 표본 범위를 감안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러 플랫폼에서 유동성이 개선된 흐름을 보면 비트코인 옵션 거래는 더 이상 단일 시장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스프레드가 좁아지고 시장조성자가 더 많은 거래소에서 활동하면서 옵션은 전문 거래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CME 만기형 선물은 기관 수요에 대응
역외 암호화폐 플랫폼 자료만으로 전체 비트코인 선물시장을 판단할 수는 없다. Glassnode의 옵션 비교는 주로 암호화폐 전문 플랫폼을 대상으로 했고, 선물 연구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를 제외한 역외 거래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모든 시장에서 만기형 선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CME 선물은 고객층과 용도가 다르다. 규제 대상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 은행, 베이시스 거래자는 기존의 담보와 청산, 규제 준수, 위험관리 체계에 연결할 수 있는 표준화된 CME 계약을 선호할 수 있다.
현물 비트코인 ETF의 성장 역시 기관 선물시장의 역할을 높였다. 펀드는 현물 노출을 보유하는 동시에 선물을 매도해 헤지할 수 있다. 베이시스 거래자는 현물이나 ETF와 선물에 반대 방향의 포지션을 구축해 두 상품 사이의 가격 차이를 거래할 수 있다. 시장조성자는 CME 포지션을 활용해 다른 시장에서 발생한 비트코인 위험을 상쇄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나타난 레버리지 펀드의 선물 매도 포지션만으로 시장 참여자가 비트코인에 대해 하락을 예상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베이시스 수준과 자금조달 비용, 관련 거래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
비트코인 만기형 선물이 모든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기능은 더욱 전문화되고 있다. 역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영구선물이 지속적인 방향성 레버리지를 담당하고, 옵션은 변동성과 하락 방어, 만기 위험을 관리한다. CME는 기관을 위해 표준화된 규제 상품과 성숙한 청산 체계를 갖춘 선물 거래 통로를 제공한다. 5년 전 하나의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됐던 거래 수요는 이제 영구선물과 옵션, 현물, 규제 선물 등 여러 시장으로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