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모기지 금리와 주택 가격, 에너지 비용 등 보유 비용이 함께 오르면서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주택 구입 부담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가구 소득은 7월 기준 실제 가구 중위소득의 약 1.5배다. 10월 8일로 끝난 주간에는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가 7.4%로 올라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첫 주택 구입자뿐 아니라 이사를 계획하는 가구도 월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CNBC와 서베이몽키가 실시한 분기 조사에서는 임차인의 약 3분의 1이 주택 소유를 원하지만, 주거비 부담 때문에 그 목표를 평생 이루지 못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 몇 년간 낮은 모기지 금리는 일부 미국인의 주택 구입을 뒷받침했지만, 금리가 오른 데다 주택 관련 비용까지 늘면서 가계 예산이 더 빠듯해졌다.
애틀랜타 연은 지표, 구입 필요 소득은 중위소득의 1.5배
애틀랜타 연은은 주거비가 가구 소득의 30%를 넘지 않는다는 기준으로 주택 구입에 필요한 소득을 추적한다. 계산에는 원금과 이자, 재산세, 주택보험료가 포함된다. 계약금은 10%로 가정하며, 민간 모기지 보험료도 반영한다.
이 기준으로 산출한 필요 소득은 2021년부터 실제 가구 중위소득과 뚜렷하게 벌어졌다. 올해 7월 기준 필요 소득은 실제 중위소득의 약 1.5배였다. 애틀랜타 연은 감독·감사 부문의 도모닉 퍼비언스는 과거에는 중위소득 수준이거나 그보다 낮은 가구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구입 여력이 고소득층에 점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퍼비언스는 주택 가격과 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소득 증가만으로 격차를 메우려면 소득이 46% 올라야 한다고 추산했다. 그는 최근 몇 달간 모기지 금리가 상승한 것이 격차 확대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지표의 최신 자료는 7월까지지만 이후 금리가 더 오른 만큼, 필요 소득과 실제 소득 사이의 차이가 더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지역 집값 하락에도 부담 완화는 제한적
오스틴을 비롯한 일부 시장에서는 주택 가격이 하락했지만, 퍼비언스는 전체적인 주택 구입 부담을 눈에 띄게 낮추기에는 하락 폭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주택 가격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런 상황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리가 장기 평균보다 낮아지면 시장의 수급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낮은 금리 시기에 이사를 꺼렸던 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고, 공급 증가가 집값에 어느 정도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리 변화가 주택 공급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 시장 반응에 달려 있다.
신규 주택 판매 반등…가격 인하와 구매 혜택도
주택 구입 부담이 커졌다고 해서 모든 거래가 멈춘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신규 단독주택 판매는 7월에서 8월 사이 늘어난 반면 기존 주택 판매는 감소했다. 레드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릴 페어웨더는 기존 주택 소유자 중 매도에 나서려는 사람이 늘면서 매수자에게 협상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레드핀 자료에 따르면 8월 매물 가운데 가격을 낮춘 주택의 비중은 약 20%로, 해당 통계의 역대 최고 수준에 가까웠다. 다만 평균 인하 폭은 4.1%로, 통계가 시작된 2012년의 6.2%보다 작았다. 가격을 낮춘 매물은 흔해졌지만 평균적인 인하 폭은 통계 초기보다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페어웨더는 신규 주택 공급이 많은 시장에서 건설업체들이 거래 성사를 위해 특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을 낮추거나 모기지 금리 인하 혜택, 잔금 결제 시 현금 지원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런 혜택은 일부 매수자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모기지 금리와 구입에 필요한 소득, 전체 주거비는 여전히 미국 주택 구입 부담의 핵심 요인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