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러 나라의 슈퍼마켓에서 냉장 설비 고장이 잇따르면서 온도 상승으로 식품을 폐기하는 사례가 나왔다. 미국 국방부는 프랑스 슈퍼마켓과 미군 매점에서 앞서 발생한 유사한 고장이 사이버 공격과 관련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다만 각 사건이 서로 연결됐다는 공식 증거는 아직 없다. 냉장 설비 이상은 매장 운영을 멈추게 할 뿐 아니라 재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유통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벨기에·스웨덴 매장서 냉장 설비 이상
벨기에 냉장 설비업체 Sabcobel의 최고경영자(CEO) Stephan Moelans는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새벽 사이 Delhaize, Carrefour, Spar 매장에서 냉장 시스템 약 20대가 고장 났다고 밝혔다. 회사는 오전 1시부터 기술 인력을 현장에 보냈으며, 피해 설비를 네트워크에서 분리해 추가 영향을 막았다.
스웨덴의 ICA와 Coop에서도 비슷한 고장이 보고됐다. 룩셈부르크와 에스토니아에서도 관련 사례가 나왔다. 스웨덴 ICA Kvantum Sjöbo 매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밤사이 냉장고와 냉동고에 침입이 있었고, 설비 온도가 섭씨 50도(화씨 122도)로 설정됐다고 전했다. 매장에 보관돼 있던 식품은 폐기해야 했다.
ICA는 외부 공급업체를 이용하고 ICA의 주 네트워크와 분리된 네트워크를 쓰는 일부 매장만 영향을 받았으며, 중앙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피해 범위와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프랑스에선 수백 개 매장서 유사 사고
이번 유럽 사례는 지난달 프랑스 슈퍼마켓에서 발생한 냉장 설비 이상과 닮았다. 당시 수백 개 매장의 냉장고와 냉동고 온도가 올라가 식품이 변질됐고, 소규모 화재도 발생했다. 피해 매장은 Carrefour 약 80곳, Monoprix 약 24곳, Intermarché 150곳에 이른다.
프랑스 유통업체 Intermarché와 E.Leclerc가 보고한 손실은 합계 약 27만 유로, 미화 약 30만 달러다. 버지니아커먼웰스대 국토안보·비상대비학과 부교수 Christopher Whyte는 냉동식품은 변질되면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설비 고장이 빠르게 실질적인 영업 손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8월에는 미국 내 약 6곳의 군부대 매점에서도 비슷한 냉장 시스템 고장이 발생했다. 미 국방부는 프랑스 슈퍼마켓 사고와 군부대 매점 고장이 사이버 공격일 가능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Whyte는 두 지역에서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고 영향을 받은 시스템에도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것만으로 두 사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연결 기기 늘며 보안 취약점도 확대
카네기멜런대 전략·기술연구소의 Nadiya Kostyuk 조교수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가 늘수록 외부 공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냉장 설비의 기능은 확대되고 있지만 보안이 항상 설계의 우선순위였던 것은 아니라며, 기존 설비에도 공격에 이용될 수 있는 접점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Whyte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여러 매장에서 같은 종류나 유사한 설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한 시스템의 취약점이 다른 매장에도 비슷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냉장 설비는 고장 시 재고 손실과 매장 운영 차질이 빠르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피해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런 사건이 사이버 공격으로 서비스가 중단되고 기업 운영과 일상생활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유럽 슈퍼마켓 고장과 프랑스의 지난달 사고, 미군 매점의 고장이 같은 공격자나 작전에서 비롯됐다는 공식 결론은 아직 없다. 피해 매장과 설비의 범위, 고장 원인, 손실 규모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