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번 주 기준으로 6,400만 건이 넘는 세금 신고서에서 법안에 포함된 주요 신규 감세 조항 가운데 최소 한 가지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 전문가들은 감세 규모가 소득 수준과 신고 방식, 가구 구성, 특정 공제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근로 가구 감세법(Working Families Tax Cuts)’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감세 및 일자리법(Tax Cuts and Jobs Act)’에 포함된 여러 조항을 영구 연장했다. 여기에 팁 소득과 초과근무 소득, 고령자, 자동차 대출 이자에 대한 공제를 새로 도입하고, 주·지방세 공제(SALT) 한도도 상향했다.
2017년 감세 조항이 전체 효과 좌우
Tax Foundation에 따르면 2017년 감세 조항이 2025년 말 종료됐다면 2026년에는 미국인의 약 62%가 증세를 부담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 법안은 낮은 세율 구간, 확대된 표준공제, 보다 완화된 자녀 세액공제, 상향된 상속·증여세 면세 한도 등을 영구화했다.
Tax Foundation의 연방세 정책 담당 부대표 개릿 왓슨은 전체 금액 기준으로 보면 기존 감세 정책을 연장한 데 따른 혜택이 신규 공제 항목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기존 세제를 계속 유지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납세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새로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초 예상됐던 세금 부담 증가를 피하는 데 가깝다고 덧붙였다.
Urban-Brookings Tax Policy Center의 선임연구원 조지프 로즌버그는 법안의 각 조항이 가구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며, 가구의 소득원과 세금 신고 방식이 최종 결과를 직접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팁·초과근무 공제는 대상 소득 제한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과정에서 제시했던 팁 소득 및 초과근무 소득 비과세 방안은 이번 법안을 통해 시행됐다. 이 공제는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경우가 많아, 요건을 충족하면서 실제로 해당 소득을 올린 납세자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간다.
미 재무부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팁 공제를 신고한 경우 평균 공제액은 7,000달러를 넘었고, 고령자 추가 공제의 평균액은 7,500달러를 웃돌았다. 자동차 대출 이자 공제도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다. 요건에 맞는 차량을 구매한 납세자만 이용할 수 있으며, 관련 대출이 없거나 규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가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세금 공제는 해당 금액을 과세 대상 소득에서 차감하는 방식이지,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제도가 아니다. 납세자에게 원래 납부할 세금이 없다면 공제를 통해 추가 환급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소득이 가장 낮은 가구가 이들 조항에서 반드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가구는 본래 세금 부담이 낮아 공제 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SALT 한도 인상은 고소득층에 더 유리
법안은 주·지방세 공제 한도도 크게 높였다. 항목별 공제 방식으로 신고하는 납세자의 경우 2025년 SALT 공제 한도는 4만 달러로, 2024년의 1만 달러에서 상향됐다. 재무부는 아직 SALT 공제 신청에 관한 전체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등 세율이 높은 주에서는 일부 환급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해군연방신용조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헤더 롱은 이번 변화가 세율이 높은 주의 일부 납세자에게 더 큰 공제 여력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왓슨은 SALT 한도 상향이 중상위 소득층과 고소득층에 더 유리하며, 소득이 50만 달러를 넘으면 관련 혜택이 단계적으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항목별 공제는 공제 가능한 지출이 많고 소득 수준이 높은 납세자에게 더 흔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저소득 가구가 SALT 한도 인상으로 얻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
평균 환급액 증가만으로 정책 효과 판단 어려워
2026년 세금 신고 시즌의 평균 환급액도 정책 효과를 가늠하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미 국세청(IRS)에 따르면 5월 8일 기준 개인 세금 신고자의 평균 환급액은 3,276달러로, 전년 같은 시기보다 11.5% 늘었다.
그러나 환급액은 연간 실제 감세액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환급액은 전년도 실제 납부세액과 급여에서 이미 원천징수된 세금의 차이를 반영한다. 급여 원천징수 비율, 소득 변화, 가족 구성원의 변동, 기타 세무 조정에 따라 환급액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평균 환급액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가구가 트럼프 행정부의 신규 감세 조항에서 같은 수준의 혜택을 받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최소 한 가지 주요 감세 조항을 이미 이용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유권자들에게 이 법안을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간선거가 가까워지는 가운데 정책 전문가들은 환급액만으로 감세 조치가 유권자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7월 미국 성인 약 2,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납세자가 실제로 받는 감세 효과는 법안의 명칭이 아니라 소득 수준, 공제 요건 충족 여부, 세금 신고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