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검인 절차를 피하기 위해 은행계좌, 연금, 퇴직자산에 수익자를 직접 지정하거나 취소 가능한 생전신탁에 자산을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전체 상속계획과 일치하지 않으면 자산이 상속인을 위해 마련한 신탁 보호장치를 우회하고, 실제 상속 재산의 귀속도 달라질 수 있다.
핵심은 자산이 유언검인을 거치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수익자가 상속 재산을 안전하고 적절하게 받을 수 있는지에 있다. 유산계획 전문가인 Patrick M. Simasko, J.D.는 계좌 수익자로 개인을 직접 지정하면 유언장이나 신탁에 적힌 분배 방식보다 우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두 자녀에게 필요한 보호 방식은 달랐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 아버지에게 성인이 된 자녀 두 명이 있었고 두 사람의 재정 상황은 크게 달랐다. 한 자녀는 정부 복지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관련 복지 제도에는 대체로 소득과 자산 기준이 적용된다. 다른 자녀는 약물 남용 문제로 인해 당분간 큰 금액의 상속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두 자녀를 모두 지원하기 위해 취소 가능한 생전신탁을 만들고, 신탁 안에 각각 별도의 하위 신탁을 설정했다. 이를 통해 두 자녀가 상속 혜택을 받으면서도 각자의 상황에 맞는 관리와 보호를 유지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정부 복지를 받는 자녀의 경우 신탁을 활용하면 큰 금액을 한꺼번에 받아 복지 자격에 영향을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재산 관리가 어려운 자녀에 대해서는 수탁자가 자금을 관리해 상속 재산이 단기간에 소진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은행계좌와 연금이 상속 경로를 바꿨다
문제는 아버지가 이후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연금상품을 가입하면서 발생했다. 그는 두 자산의 수익자로 두 자녀를 직접 지정했으며, 앞서 설정한 두 하위 신탁을 수익자로 지정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사망하면 은행계좌 잔액과 연금 지급금은 계좌에 등록된 수익자에게 직접 지급된다. 기존 신탁으로 먼저 이전되지 않기 때문에 유언검인은 피할 수 있지만, 동시에 아버지가 마련한 신탁 구조도 우회하게 된다.
그 결과 정부 복지를 받는 자녀는 소득 또는 자산 기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산을 직접 받게 될 수 있다. 다른 자녀 역시 스스로 관리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자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신탁을 통해 마련했던 자금 관리, 분배 조건, 보호 장치가 이 자산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수익자 지정과 상속인의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
상속인의 개인적 상황은 자산을 어떤 경로로 이전할지와 마찬가지로 상속계획에서 중요한 요소다. 정부 복지 자격이나 약물 남용 문제 외에도 상속인은 부채, 이혼 또는 다른 개인 재정 분쟁에 노출돼 있을 수 있다. 재산을 개인에게 직접 넘기면 상속 재산이 새로운 재정 책임이나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유언검인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상속 재산이 설립자의 의도대로 최종 분배된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은행계좌, 연금 등 수익자 지정 기능이 있는 자산은 대체로 계좌 문서에 따라 집행되며, 유언장이나 신탁에 담긴 일반적인 분배 원칙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상속계획을 변경하거나 새 계좌를 개설하고 연금에 가입할 때는 수익자 지정 내용을 기존 신탁 및 다른 상속 관련 문서와 맞춰야 한다. 정부 복지 자격 제한, 재산 관리의 어려움, 가족 간 법적 분쟁이 있는 상속인의 경우에는 직접 수익자 지정이 당초 계획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으므로, 자산이 이전되기 전에 그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