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테크놀로지, 시에나(Ciena), 그리고 정유업체 3곳이 월가의 실적 전망 상향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부상했다. FactSet에 따르면 이들 S&P500 편입 기업의 향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큰 폭으로 조정됐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주문 증가, 정유 사업 개선, 자사주 매입 등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애널리스트의 실적 전망 상향은 일반적으로 기업 펀더멘털 개선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수주, 매출, 마진이 동시에 변하면 시장은 향후 수년간의 매출 가시성을 다시 평가하게 된다. 다만 자사주 매입도 EPS를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이익 수치만으로 기업의 운영 성과를 모두 판단하기는 어렵다.
델 AI 서버 수주잔고 950억달러
델 테크놀로지의 2027년 EPS 전망치는 현재 30.93달러로, 한 달 전 23.27달러보다 33% 높아졌다. 2026년 전망치와 비교하면 19% 높은 수준이다. 델의 최근 3개 분기 매출 증가율은 각각 40%, 88%, 58%로, 2024년의 8%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델은 기업용 AI 솔루션의 주요 공급업체로 자리 잡고 있다. 회사는 9월 1일 AI 서버 수주잔고가 95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해당 주문은 대부분 향후 수년에 걸쳐 납품될 물량이다. 델은 연간 AI 최적화 서버 매출 전망도 기존 600억달러에서 740억달러로 상향했으며, 전년 대비 증가율이 기존 전망의 3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AI 수요가 향후 매출을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는지 시장이 구체적으로 가늠하게 하는 자료다.
델의 IBD 종합등급은 99점으로 해당 평가 체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주가는 올해 들어 335% 상승했으며, 현재 8월 초 돌파 이후 적정 매수 구간을 크게 벗어난 상태다. 실적 전망 상향이 주가에 반영된 정도를 판단하려면 밸류에이션과 실제 납품 진행 상황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에나, 2027년 납품 물량까지 수주 확보
광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에나의 2027년 EPS 전망치는 11.78달러로, 한 달 전 9.71달러보다 21% 상향됐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64%로 예상된다. 최근 3개 분기의 매출 증가율은 모두 30%를 웃돌았고, 이는 2025년의 19% 증가율보다 높다.
시에나는 9월 16일 2029년까지 연간 매출 성장률 30%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주잔고는 100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2027년 납품 물량으로 이미 확정됐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는 더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광연결 시스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간 연결 역시 시에나의 사업 성장을 이끄는 주요 분야로 꼽힌다.
시에나의 IBD 종합등급은 81점이다. 주가는 올해 들어 여전히 60% 상승했지만, 3분기에는 23.5% 하락했다. 핵심 부품 부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회사가 늘어나는 AI 관련 주문을 계획대로 납품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수주 증가와 EPS 전망 상향 외에 공급망과 납품 능력도 확인해야 할 운영 변수다.
정유 3사 EPS 전망도 일제히 상향
발레로 에너지의 2027년 EPS 컨센서스는 42.01달러로, 한 달 전 30.44달러보다 38% 상향됐다. 다만 2026년 전망치보다는 12.5% 낮다. 최근 2개 분기의 매출은 각각 7%와 49% 증가했다. 그 전까지는 8개 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발레로는 석유 정제 외에도 재생 디젤과 에탄올 사업을 운영해 단일 정유 사업에 대한 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발레로의 IBD 종합등급은 98점이다. 주가는 올해 들어 142% 올랐으며, 현재 상승폭이 크게 확대된 상태에서 연이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마라톤 페트롤리엄의 2027년 EPS 전망치는 45.81달러로 한 달 전 34.83달러보다 32% 높아졌다. 그러나 2026년 전망치보다는 19% 낮다. 최근 2개 분기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9%와 58%였으며, 그 전 6개 분기에는 매출이 감소하거나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다. 마라톤은 최근 실적 전망을 큰 폭으로 웃도는 흐름을 이어갔고,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을 뒷받침했다.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크랙 스프레드는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공급 차질의 영향을 받아 한때 높은 수준을 보였다. 마라톤의 미드스트림 파이프라인 및 물류 사업은 정제마진이 축소될 때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마라톤의 IBD 종합등급은 99점이며, 주가는 2026년 이후 147% 상승해 누적 상승률이 두 배를 웃돌았다.
필립스66의 2027년 EPS 전망치는 25.45달러로 한 달 전 22.47달러보다 13% 상향됐다. 2026년 전망치와 비교하면 9% 낮다. 최근 분기 매출은 55% 증가했지만, 그 전 10개 분기의 증가율은 감소에서 한 자릿수 증가 사이에 머물렀다. 필립스66은 정유 사업 외에도 미드스트림, 석유화학, 윤활유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일부 경쟁사보다 매출 구조가 다변화돼 있다.
필립스66의 IBD 종합등급은 98점이다. 주가는 올해 103% 상승했으며, 현재 9월 초 상승 기반을 돌파한 뒤 형성된 매수 구간 상단에 근접해 있다.
제프리스, 정제마진 전망에 경계감 제시
정유업체들의 실적 전망은 상향됐지만, 높은 정제마진이 계속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프리스는 월요일 마라톤 페트롤리엄과 발레로 에너지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로 하향했다. 2030년까지 지속 가능 수준을 웃도는 중기 정제마진이 주가에 이미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이는 정유업체의 향후 이익 증가가 매출과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크랙 스프레드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시장 공급이 회복되거나 에너지 가격의 변동 양상이 달라지고 정제마진이 하락하면, 현재 높아진 실적 전망도 다시 조정될 수 있다.
S&P500 3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 28.9%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월가 전체의 S&P500 기업 이익 전망도 상향됐다. FactSet에 따르면 S&P500의 3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3분기 초 전망치인 26.7%보다 높다. 전망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면 S&P500은 3개 분기 연속 25%를 웃도는 이익 증가율을 기록하게 된다. 3분기 실적 시즌은 10월 중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델 외에 전체 이익 전망을 끌어올린 기업으로는 엔비디아, 시스코, 인텔,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이 거론된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S&P500의 2026년 이익 증가율을 31.8%, 매출 증가율을 12.1%로 예상하고 있다. 2027년 이익과 매출 증가율 전망은 각각 15.2%와 9.1%다.
델과 시에나의 수주잔고는 AI 인프라 수요가 향후 매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단서다. 반면 정유업체의 실적 전망 상향은 정제마진, 에너지 시장의 공급 차질, 자본환원 정책에 더 크게 좌우된다. 실적 전망과 주가가 동시에 큰 폭으로 움직인 종목일수록 향후 실적 발표에서는 주문 이행, 비용 부담, 마진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