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전력망에 연결된 부지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고 있지만, 전력을 확보했다고 AI 사업 수익까지 손에 넣는 것은 아니다. 시설 개조에는 큰 자금이 들고, 고객이 건설비를 먼저 부담하더라도 임대료 공제를 통해 회수하는 구조라면 운영사가 실제로 받는 현금은 계약상 매출보다 적을 수 있다. Core Scientific과 CoreWeave의 계약은 AI 인프라 사업에서 계약 규모와 현금 유입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채굴기 자체는 AI 모델 학습에 거의 활용할 수 없다. 채굴장의 가치는 주로 부지와 변전 설비, 전력망 접속에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는 이 자산을 활용해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시설 개조를 마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한 뒤 고객까지 유치해야 AI 사업 매출을 낼 수 있다.
SWI, AI 인프라 확대…전력 용량 수치는 추가 확인 필요
SWI Group은 올해 비트코인 채굴업체 Genesis Digital Assets의 지배권을 확보했다. 이어 10월 12일 AI 인프라 사업 확장을 위해 8억 유로를 증자한다고 발표했다. 2주 뒤에는 SWI Compute를 출범시키고 엔비디아 장비 약 10억 달러 규모의 주문과 초기 고객을 공개했다. 당시 일부 계약은 최종 조율 단계였다.
SWI는 앞서 Genesis가 미국 내 15개 시설에서 통전됐거나 접속 승인을 받은 전력 용량을 1.3기가와트 이상 보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9월 반기 실적에서는 약 1.2기가와트의 전력망 접속 용량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두 수치의 차이에 대해 시설별 설명은 없었으며, 현재 이용 가능한 용량과 추가 공사가 필요한 용량도 구분되지 않았다.
전력 상태가 다른 용량을 하나의 메가와트 수치로 합산해서는 안 된다. 이미 시설까지 전력이 공급되는 경우, 향후 용량이 승인된 경우, 전력망 접속을 기다리는 경우는 AI 연산 시설로 운영되기까지 필요한 단계가 서로 다르다. 텍사스에서는 규제당국이 6월 ERCOT의 ‘Batch Zero’ 심사 절차를 승인했다. 주 정부는 대규모 부하의 전력망 접속 신청 약 474기가와트에 대한 검토도 지시했다. 접속 가능성 평가와 송전망 증설, 비용 분담은 여전히 프로젝트 실행의 주요 변수다.
SWI는 처음 5억 달러를 투자해 Genesis 지분 약 38.3%와 특정 우선주의 청산 우선권 가치 중 77.2%를 확보했다. 청산 우선권은 매각이나 청산 때 수익을 배분하는 기준으로, 보통주 소유 지분과는 다르다. 이후 SWI가 지배권을 확보했지만, 최초 투자액을 1.3기가와트로 나눠 실제 공급 가능한 전력에 지급한 가격을 계산하기는 어렵다. Genesis에는 채굴 사업과 장비, 부지, 전기 설비, 향후 전력 관련 권리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채굴 장비는 감가상각…AI 시설 개조비는 더 커
비트코인 채굴업체는 블록 보상을 얻기 위해 전용 ASIC 채굴기를 운용하며 지속적으로 전기료를 부담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내려도 전기료가 같은 방향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Core Scientific은 2026년 1분기 채굴 장비와 인프라에 대해 2억6,650만 달러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 가운데 채굴기 손상차손은 1억5,160만 달러, 채굴 인프라는 1억1,490만 달러였다. 회사는 비트코인 가격과 해시레이트당 채굴 수익, 중고 장비 가치의 하락을 손상 요인으로 들었다. 한편 회사의 비교적 새로운 AI 호스팅 사업은 이미 매출을 내기 시작했다.
채굴기는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치가 떨어지지만, 전력망 접속은 새로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개발업체가 GPU를 살 자금이 있어도 송전 용량을 확인하고 설비 증설을 정한 뒤, 비용 부담 주체까지 합의해야 한다. 전력 접속이 채굴장의 전환 가치를 좌우하는 자산인 것은 맞지만, 공사 진행 상황과 실제 가용성이 불분명하면 용량 수치만으로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
채굴장과 AI 데이터센터의 운영 요건도 다르다. 채굴장은 개별적으로 가동을 멈출 수 있는 장비가 대량으로 설치되는 구조인 반면, AI 데이터센터는 고밀도 하드웨어에 맞춘 냉각 시스템과 고속 네트워크, 이중화 전력, 엄격한 가동률 보장이 필요하다. 기존 채굴장을 인수해도 출발점만 확보할 뿐, 공사와 고객 인도까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전력은 연산 장비에만 쓰이지 않는다. 전력사용효율(PUE)이 1.25인 시설에서 전력망으로부터 100메가와트를 공급받으면 IT 장비에 쓸 수 있는 전력은 약 80메가와트다. 나머지 약 20메가와트는 냉각과 배전 등 시설 운영에 들어간다. 따라서 전력망 접속 용량 100메가와트가 IT 장비에 공급 가능한 용량 100메가와트와 같은 뜻은 아니다.
엔비디아의 GB300 NVL72 레퍼런스 아키텍처는 액체 냉각 랙을 사용하며, 랙 하나에 GPU 72개가 들어간다. GPU 한 개의 최대 전력 소비량은 142킬로와트다. CoinShares는 9월 발표한 채굴업 보고서에서 채굴 인프라를 AI급 시설로 바꾸는 데 메가와트당 약 800만~1,500만 달러가 든다고 추산했다. 기존 채굴 인프라의 메가와트당 비용은 약 70만~100만 달러다. 이런 비용 차이가 전력망에 접속된 채굴장과 완공된 AI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다른 이유다.
Core Scientific·CoreWeave 계약, 임대료 공제 구조 드러나
Core Scientific 시설 일부는 이미 운영에 들어갔고, AI 클라우드 업체 CoreWeave와의 계약에서는 매출 구성이 확인된다. 회사의 2026년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호스팅 사업 매출은 1억3,670만 달러였으며, 7월 중순 기준 고객에게 과금한 용량은 437메가와트였다. 분기 공시에서 9,880만 달러는 라이선스 수수료, 3,510만 달러는 고객에게 전가한 전기료로 분류됐다. 나머지는 기타 서비스에서 발생했다.
전기료 환급액은 이에 상응하는 비용으로도 처리된다. 따라서 전기료가 보고 매출을 높이더라도 이에 맞춰 매출총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호스팅 매출의 상당 부분은 시설 제공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아니라 전기료를 고객에게 다시 청구한 금액이다.
4월 공개된 계약에 따르면 CoreWeave 프로젝트 대부분의 기본 라이선스 수수료는 킬로와트당 월 100달러부터 시작하며, 이후 매년 3.5%씩 인상된다. 전기료는 CoreWeave가 부담한다. CoreWeave는 승인된 일부 건설비를 지원하거나 환급한다. 지정된 소유주 보유 장비에 대해서는 메가와트당 최대 150만 달러의 임대료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공제액이 소진될 때까지 월 임대료가 일시적으로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다.
1메가와트 용량에 킬로와트당 월 100달러를 적용하면 기본 월 사용료는 10만 달러다. 건설비 공제로 50%가 적용되면 운영사가 해당 월에 실제로 받는 임대료는 5만 달러로 줄어든다. 150만 달러 공제액을 매달 5만 달러씩 전액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소진까지 30개월이 걸린다. 임대료 인상과 계약의 다른 조건은 계산에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고객이 건설 자금을 지원하고, 이후 낮아진 임대료를 통해 일부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Core Scientific이 건설비 전액을 직접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12년 계약의 명목 임대료가 초기에 전부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선급금과 건설비 공제, 정액법에 따른 매출 인식 등이 회계상 매출과 실제 현금 수취 사이의 차이를 만든다.
계약에는 특정 상황에서 납품이 늦어질 경우 하루 2만 달러, 이후에는 3만 달러의 공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일정 조건에서는 지연으로 CoreWeave가 주문을 취소할 권리를 얻을 수 있다. 토지 임대 계약 중 하나는 관련 전력 계약이 유효하게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건설을 시작했더라도 전력 계약이 시설 가치의 중요한 부분으로 남는 셈이다.
건설·금융·납품 책임은 운영사에 남아
4월 공개된 계약에는 지정된 금융 프로젝트의 건설 자금이 부족할 경우 Core Scientific이 해당 프로젝트의 무제한 완공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회사는 2026년 상반기에 자본 지출 9억5,42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1억8,090만 달러는 CoreWeave가 지원했다.
5월에는 금융 자회사가 7.75% 금리의 담보부 채권 33억 달러어치를 발행했다. 특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관련된 자산 및 권리가 담보로 제공됐다. 최초 원금을 기준으로 한 연간 이자 지급액은 원금 상환을 제외하고 약 2억5,580만 달러다. 원금 분할 상환은 해당 임대료 지급이 시작되고 임차인 공제 기간이 끝난 뒤 시작되지만, 공제 기간에도 이자 지급 의무는 이어진다.
이런 거래에서 CoreWeave는 부동산 자산 전체를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데이터센터 시설을 확보하고, 임대료 공제로 건설 투자금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대출기관은 프로젝트 자산과 예상 고객 지급액을 바탕으로 이자 수익을 얻는다. Core Scientific은 시설 소유권과 장기 수익 기회를 유지하는 대신 건설과 자금 조달, 납품 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계약 총액만으로는 각 당사자가 실제로 받는 현금이나 운영사가 부담하는 자금 비용을 알기 어렵다.
AI 인프라 금융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10월 22일에는 CoreWeave와 Core Scientific을 포함한 AI 인프라 업체 5곳의 공매도 포지션에서 해당 월 누적 미실현 이익이 약 6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26일 일론 머스크가 전문 AI 클라우드 사업자의 대출 조달 우려를 언급한 뒤 CoreWeave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4.5%, Core Scientific은 1.7% 하락했다. 단기 주가 변동만으로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AI 계약 전망과 프로젝트 금융 부담을 함께 살피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트코인 채굴장의 전환은 전력을 더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접속 용량을 실제 가동과 과금이 가능한 AI 시설로 바꾸는 과정에서 건설비와 고객 공제, 이자 비용, 납기 지연 책임이 수익 배분을 좌우한다. 프로젝트가 실제로 완공돼 고객에게 인도되기 전까지는 계약 금액을 실현된 영업 현금흐름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