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우주정거장(ISS)의 퇴역을 앞두고 NASA가 10월 상업용 우주정거장 입찰을 시작한 가운데, 스페이스X는 7월 2028년 말 이후의 라이드셰어 발사 예약을 중단했다. Nebex의 테즈폴 바티아 최고경영자(CEO)는 두 사안이 상업 우주산업의 핵심 과제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 반면, 전 세계 수요를 확정 주문과 건설 자금으로 연결하는 장치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비용 라이드셰어 발사에 의존해 궤도에 진입하려는 스타트업에는 발사 기회 축소가 사업 계획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바티아는 NASA가 예산을 단순히 늘리는 대신 조달 방식을 활용해 잠재 고객과 공급망, 금융을 사업 초기부터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우주정거장과 차세대 발사체가 미국 정부나 특정 발사업체 한 곳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체 발사체는 늘지만 안정적 운항은 아직 검증 과제
스페이스X가 2028년 말 이후의 라이드셰어 예약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저비용·고빈도 발사를 전제로 사업을 꾸린 이른바 ‘뉴 스페이스’ 기업들은 발사 능력 확보에 불확실성을 안게 됐다. 대안은 있지만 규모와 이용 가능성은 제각각이다. 로켓랩의 일렉트론은 소형 위성 전용 발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큰 탑재체를 겨냥한 ULA의 벌컨과 블루오리진의 뉴글렌은 당시 모두 운항이 중단된 상태였다. 벌컨은 2월부터, 뉴글렌은 4월부터 각각 발사가 중단됐다.
새 경쟁사들도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는 플래닛과 발사 계약을 맺었고, 스토크 스페이스는 10억 달러를 조달해 2027년 첫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로켓랩의 대형 발사체 뉴트론도 2027년 첫 비행이 예상된다. 인도의 스카이루트는 민간 궤도 발사체 비크람 1의 첫 임무 발사를 마쳤다. 다만 이들 선택지가 기존 주요 서비스에 견줄 만큼의 발사 능력과 신뢰성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9월 첫 궤도 비행을 마쳐 향후 전체 발사 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추가 발사 능력이 제3자 발사 서비스에 의존하는 기업에도 제공될지는 불확실하다. 스타트업에는 새 발사체의 등장 자체뿐 아니라, 안정적인 발사 빈도와 비슷한 수준의 비용으로 실제 서비스를 언제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정부 우주 예산은 크지만 상업 주문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부족
바티아는 전 세계 정부에 우주 수요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스페이스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전년도 각국 정부의 우주 분야 지출은 약 1,410억 달러였으며 관련 예산은 계속 늘고 있다. 문제는 상업 우주기업 상당수가 실제로는 미국 정부를 핵심 ‘앵커 고객’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을 키우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납세자가 부담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은 9월, NASA의 유인 우주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전직 NASA 관계자의 주장에 답하면서 모든 문제나 기회에 ‘상업’이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바티아 역시 NASA가 시장의 모든 공백을 메울 수는 없다는 데 동의했다. 수요가 공급을 웃돈다고 해서 상업 시장이 저절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며, 수요와 공급을 연결할 조달 규칙과 시장 기반 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바티아는 2021년 우주 분야에 진출했다. 이후 4년간 이탈리아, 스웨덴, 튀르키예, 인도, 폴란드, 헝가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의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하는 사업을 성사시키는 데 참여했다. 또 포춘 100대 기업과 거래를 체결해 궤도 컴퓨팅, 의약품 연구, 우주 제조 관련 탑재체를 궤도에 올렸다. 그는 이 사업들이 미국 정부 계약에 의존하지 않고 10억 달러의 신규 정부 간·상업 사업을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민간 부문이 거래 및 금융 구조를 함께 개선해야 상업 우주산업의 수익 기반을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급업체 심사·고객 약속·신용을 조달에 연결해야
NASA가 최근 공개한 ISS 대체 사업 입찰 문서는 납세자 자금에 크게 의존하거나 장기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제안에 불리한 평가 기준을 두고, 상업 고객과 각국 정부의 수입을 중시했다. 그러나 바티아는 짧은 입찰 일정과 유인 우주비행에 요구되는 엄격한 비행 경험 기준 때문에 주계약업체들이 기존 우주산업 공급업체에 의존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하드웨어를 높은 비용으로 먼저 조달하고, 국제·상업 고객이 실제로 참여하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
바티아가 제시한 해법은 NASA 예산을 단순 증액하는 대신 조달과 사업 금융 구조를 조정하는 것이다. 먼저 공급업체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프로젝트 초기부터 동맹국과 협력국의 업체를 참여시켜 하드웨어와 서비스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해당 기업과 정부는 공급자일 뿐 아니라 미래 우주정거장의 파트너이자 고객이 될 수 있다.
또 우주정거장이 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미래 이용에 대한 구속력 있고 상호 대응하는 약속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예상 수요를 보다 분명히 할 수 있다. NASA의 단계별 지급은 현재 주요 기술 목표를 달성한 뒤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바티아는 NASA가 시장 기반 시설 서비스 업체와 협력해 확정된 고객 수입을 담보로 사업 초기 공급업체 비용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가 보유 현금을 소진하거나 지분을 희석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방식은 신생 발사체에 대한 수요를 모으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세계 각지의 공급업체 발굴과 고객 약속, 신용 공급을 하나의 체계로 묶으면 주계약업체는 더 낮은 비용으로 입찰안을 마련하고 국제 파트너는 궤도 경제에 일찍 참여할 수 있다. 미국 납세자가 전환 비용을 홀로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목표다. NASA의 입찰 기준과 조달 일정은 우주정거장 건설업체를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업 고객이 사업 수익의 일부가 될 수 있을지도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