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이익이 사상 최고치로 늘어난 가운데 연방 법인세 수입은 크게 줄었다. 세금·경제정책연구소(ITEP)는 흑자를 낸 기업 706곳이 지난해 이익의 평균 10.4%를 당기 연방 법인세로 납부했다고 분석했다. 법정세율 2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114곳은 당기 연방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ITEP는 세수 감소의 원인이 세금을 내지 않은 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기업이 각종 세제 혜택으로 세 부담을 낮춘 데 있다고 짚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9월 30일 끝난 회계연도 법인세 수입은 약 3,810억 달러로 전년보다 약 15%, 약 700억 달러 감소했다. 한편 ITEP는 보고서에 포함된 706개 기업이 지난해 법인세 보조·감면으로 절약한 금액을 총 1,980억 달러로 추산했다. 세수 감소와 연방 적자 압박이 겹치면서 감면 규모와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흑자 기업 114곳은 당기 법인세 0원
ITEP는 미국 국세청(IRS)의 시차가 있는 자료 대신, 기업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재무보고서를 바탕으로 세율을 계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흑자 기업 700여 곳의 당기 연방 법인세 납부액은 이익의 평균 10.4%였다. 250곳이 넘는 기업은 실효세율이 7% 미만이었다.
당기 연방 법인세를 내지 않은 114곳에는 테슬라, 월트디즈니, 유나이티드항공, 도어대시가 포함됐다. 그러나 보고서 작성자인 ITEP 선임연구원 맷 가드너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기업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많은 대기업이 세금을 내더라도 법정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이들이 활용한 감면의 총액이 연방 세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가드너는 기업 이익이 소수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이들 기업의 실효세율이 21%에 미치지 못하면 법인세 수입에 상당한 영향이 생긴다고 밝혔다. 세금을 내지 않은 기업보다 이익 규모가 큰 기업들이 각종 혜택으로 줄인 세금이 연방정부의 재정 여력에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익은 늘고 법인세 수입은 감소
재무부 월간 재정 자료에 따르면 9월 30일 끝난 회계연도 법인세 수입은 약 3,810억 달러로 전년보다 15%가량 줄었다. 기사에서 제시한 수치로는 2024년 이후 누적 감소 폭이 25%를 넘는다. 반면 기업 이익은 증가했다. 2026년 중반까지 직전 12개월 동안 미국 기업 이익은 4조7,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전 12개월보다 17% 늘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향후 10년간 연방 적자가 3조4,00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입이 4조5,000억 달러 감소하고 지출이 1조1,000억 달러 줄어드는 효과가 이를 일부 상쇄한다는 추산이다. 법인세 감소는 더 큰 재정 논의의 일부지만, 감세가 투자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연구개발·감가상각 혜택이 감세의 큰 축
미국의 법인세 혜택은 현 정부에서 처음 도입된 것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췄다. 지난해 7월 통과된 OBBBA는 21% 세율을 유지하고 일부 혜택을 영구화하는 한편, 국내 연구개발비의 즉시 비용 처리와 2025년 1월 이후 취득한 적격 사업용 자산에 대한 100% 추가 감가상각 등 새로운 혜택을 포함했다.
가드너는 기업들이 연구개발비와 감가상각 관련 혜택을 가장 많이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ITEP는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가 이 두 정책을 통해 절감한 세금이 합계 약 460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이러한 감세는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 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하는 시기에 이뤄졌지만, 보고서는 감면된 자금이 전부 관련 투자에 쓰였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메타의 연구개발 세제 혜택 신청 방식도 미 의회 의원들의 관심을 받았다. 상원의원들은 메타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실험적인 ‘파일럿 모델’로 분류해 연구개발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려 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상원 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론 와이든, 셸던 화이트하우스, 엘리자베스 워런, 캐서린 코르테스 마스토, 매기 하산, 벤 레이 루한, 피터 웰치는 이달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혜택을 신청한 투자가 데이터센터 장비를 통상적으로 구성하는 비용과 어떻게 다른지 10월 31일까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연방 연구개발 세액공제가 혁신과 첨단 연구를 지원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을 보조하는 것이 그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메타는 미국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기업 중 하나라며, 최근 5년간 2,000억 달러 이상, 지난해에는 57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말했다.
메타 대변인은 기존 데이터센터와 달리 인공지능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는 새로운 형태인 만큼 상당한 시험과 실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런 국내 투자가 의회가 관련 세제 혜택을 통해 장려하려던 대상이라고 본다. 쟁점은 데이터센터를 짓는 과정에서 어떤 지출까지 연구개발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드너는 관련 세법 조항이 영구화된 만큼 기업들의 감가상각·연구개발 혜택 활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 의회나 행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이 혜택은 기업의 세 부담과 연방 세입에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제 혜택의 투자 효과 놓고 의견 엇갈려
법인세 인상을 지지하는 쪽은 세수 확대가 재정적자를 줄이고 금리를 낮춰, 이후의 차입과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상에 반대하는 정책 전문가들은 기업 세 부담이 커지면 투자가 위축되고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돼 장기 성장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카토연구소의 세금정책 연구책임자 애덤 미셸은 일부 세제 혜택을 옹호했다. 그는 4월 기고문에서 연구개발 세액공제가 1981년 경제회복세법 제정 이후 오랫동안 초당적 지지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감가상각 혜택은 기업의 당기 과세소득을 낮춰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명목상 납부할 세금 총액이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미셸은 법에 규정된 혜택을 기업이 활용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행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에는 양당의 지지가 있었고, 입법 취지에 맞는 투자를 촉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논쟁의 초점은 어떤 기업이 세금을 내는지에 그치지 않는다. 세제 혜택이 연구개발과 자본 지출을 실제로 늘리는지, 그 대가로 줄어드는 연방 세입을 감수할 만한지가 핵심 쟁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