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가 억만장자 대상 일회성 부유세인 주민발의안 40호를 놓고 결정을 앞둔 가운데, 경제학자들은 약 50년 된 재산세 제도를 손보는 방안이 더 넓은 세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린스턴대 오언 자이더와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의 에릭 즈윅은 재산세 조정이 소수 억만장자와 주식시장에 대한 세수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주민발의안 13호가 바꾼 재산세 구조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1978년 주민발의안 13호를 통과시켜 재산세율을 평가액의 1%로 제한하고, 연간 평가액 상승폭도 2% 이내로 묶었다. 주택을 매매하거나 대규모 개보수를 하는 경우에만 시장가치 기준으로 재평가하도록 했다. 이후 주택 가격이 과세 평가액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가치와 재산세 수입 사이의 격차가 커졌다.
자이더와 즈윅은 캘리포니아 주택 소유자가 부담하는 재산세가 평균적으로 주택 가치의 약 0.8%이며, 2025 회계연도 관련 세수는 약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두 경제학자는 주민발의안 13호로 재산세가 주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고, 그 결과 주정부가 소득세, 특히 자본이득세에 더 의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누진적인 소득세 체계를 운용한다. 최고 한계세율은 13.3%이며, 연방 소득세를 더하면 일부 납세자의 합산 세율은 50%를 넘을 수 있다. 소득 상위 1%가 주 세수의 최대 절반가량을 부담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세수가 고소득층에 집중되면 주식시장 흐름에 따라 재정 수입도 흔들릴 수 있다. 시장이 강세일 때는 자본이득세 수입이 늘지만,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텍사스와의 재산세율 격차
자이더와 즈윅의 추산에 따르면 텍사스의 평균 재산세율은 약 2%로, 캘리포니아의 약 0.8%보다 높다. 캘리포니아의 주택 재산세를 텍사스 평균 수준으로 올리면 주택 관련 세수는 두 배를 웃돌 수 있지만, 주택 가격은 약 13% 낮아질 수 있다고 두 사람은 추산했다.
이들은 공동 저서 《The Everywhere Millionaire》와 관련 기고문에서 재산세 제도 조정이 납세자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득은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 주택 소유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텍사스의 높은 재산세도 주민 반발을 불러왔다. 텍사스는 개인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재산세는 지방정부가 징수하며, 주민들은 전체 세 부담이 무겁다고 호소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주민발의안 13호를 폐지하거나 제한을 크게 완화할 경우에도 주택 소유자의 세금 고지액이 뚜렷하게 늘어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주민발의안 40호 세수 전망과 쟁점
주민발의안 40호는 순자산이 10억 달러를 넘는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자산의 5%를 일회성 세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의안을 추진하는 노조는 이 세금으로 1,000억 달러를 마련해 연방정부의 의료 지출 삭감분을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찬성 측은 인공지능(AI) 붐 속에서 세금을 내더라도 캘리포니아의 부유층은 상당한 자산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반대 측은 세금이 경제 성장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담을 주고, 창업자들이 회사 지분을 대량 매각하거나 부유층이 다른 주로 이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주정부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세 대상 자산의 평가와 세금 집행 방식도 논란이다. 전 백악관 경제고문 로라 타이슨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전 수석 경제고문 레니 멘돈카는 이 세금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억만장자 6명이 이미 캘리포니아를 떠났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추산으로는 이들이 남아 있었다면 주민발의안 40호 예상 세수의 약 4분의 1을 부담했을 수 있다.
타이슨과 멘돈카는 자산 전체에 과세하는 새 제도가 실제로 검증된 적이 없다며, 대규모 소송이 발생해 예상 세수를 확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 5,400억 달러 지출 앞두고 세수 기반 논의
캘리포니아는 이번 회계연도에 5,40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자이더와 즈윅은 수백 명의 억만장자에게만 의존해 주 재정 수요를 장기적으로 충당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산세 과세 기반을 넓히면 수십만 명의 부유한 주택 소유자가 세 부담을 나눠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타이슨과 멘돈카는 대안으로 법인세 인상, 실현 또는 미실현 자본이득 과세, 캐리드이자 등 세제상 허점 축소, 상속세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발의안 40호를 둘러싼 논쟁은 억만장자에게 일회성 부유세를 부과할지를 넘어, 캘리포니아가 세 부담을 어떻게 나누고 소수 고소득층과 시장 변동에 대한 세수 의존을 낮출지에 관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발의안 13호의 조정 여부는 많은 주택 소유자의 세금에 영향을 미치며, 주민발의안 40호의 실제 세수는 주민 투표와 이후 집행 과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