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금요일 기술주와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주를 중심으로 급락했다. 대형 기술기업의 자본 지출과 자금 조달 비용,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에너지·필수소비재·헬스케어주와 미 국채로 눈을 돌렸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2.9% 하락한 25,437로 마감해 2025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도 상승세를 반납하고 2% 하락했다. S&P 500은 1.8% 내린 7,580,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 하락한 51,770으로 장을 마쳤다. 두 지수의 주간 하락률은 각각 0.6%, 0.9%였다.
대형 기술주 약세…AI 투자 수익성에 시선
LPL 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는 최근 2주 동안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매도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AI 관련 지출과 차입 비용이 늘면서 투자 성과가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는 일부 초대형 클라우드 업체의 핵심 사업 성장세가 둔화한 모습도 나타났다.
알파벳은 광고 매출 증가율이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며 1.4% 하락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매출 증가세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하면서 1.4% 내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6% 하락했지만,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양호했다. 애저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턴퀴스트는 ‘매그니피센트 세븐’ 지수가 5월 고점 부근의 지지선을 밑돌아 다음 주요 지지 구간에 가까워졌으며, 상대강도지수도 중요한 수준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시장을 이끌던 대형 기술주에서 상승 주도권이 옮겨가는 신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요일 매도세는 대형 플랫폼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북한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지목된 세력이 63억 달러 규모의 해킹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술주 투자 심리에도 부담을 줬다.
인텔 실적 전망 실망…반도체주 동반 하락
인텔은 28.6% 급락해 S&P 500 종목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실적은 엇갈렸고 4분기 전망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주력 PC 시장의 둔화 속도도 예상보다 빨랐다. 인텔은 4분기 주당순이익을 25센트, 매출을 150억~160억 달러로 제시했다. 월가 예상치는 주당순이익 45센트, 매출 173억 달러였다.
반도체주 전반도 약세를 보였다. AMD는 10.9% 떨어졌으며, 다음 주 화요일 장 마감 후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4.2% 하락해 다우 구성 종목 중 낙폭이 가장 컸다. 메타 플랫폼스와 테슬라는 각각 1.5%, 0.9% 내려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애플은 1.2% 하락했다. 다음 주 월요일 장 마감 후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으로, 이번 실적 시즌에 성적을 내놓는 ‘매그니피센트 세븐’ 기업 중 여섯 번째다. 턴퀴스트는 애플이 이달 들어 비교적 선전한 배경으로 동종 기업보다 낮은 자본 투입 부담과 꾸준한 잉여현금흐름을 들었다.
유가 상승, 미 국채 금리는 하락
미국 중간선거 이후 중동 전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국제유가가 올랐다. 근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4% 상승한 배럴당 104.45달러, 브렌트유 선물은 1.5% 오른 배럴당 112.44달러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로 미 국채 가격은 상승하고 수익률은 하락했다. 2년물 금리는 6.4bp 내린 4.592%, 10년물은 5.8bp 하락한 4.931%를 나타냈다. 30년물 금리는 1.9bp 떨어진 5.31%였다. 미 노동통계국은 다음 주 금요일 개장 전에 10월 고용 상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고용 보고서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물가를 주요 현안으로 두고 있다. 10월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반대한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입장은 다음 주 목요일 주목받을 전망이다. 미 재무부는 I형 저축채권 금리를 5.51%로 정했으며, 이 금리는 2027년 4월 30일까지 적용되는 6개월 고정 금리다.
버크셔해서웨이 B주는 0.3% 상승
버크셔해서웨이 B주는 시장 전반의 하락 속에 0.3% 올랐다. S&P 500에서 금융주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 회사의 포트폴리오는 금융·기술·소비재·에너지·산업 기업에 걸쳐 있다. 주요 보유 종목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1.4%,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2% 하락했다. 애플과 알파벳도 보유하고 있으며, 애플은 여전히 최대 보유 종목이다. 알파벳은 워런 버핏의 마지막 대형 주식 투자다.
버크셔는 코카콜라(1.4% 상승), 셰브런(1.7% 상승), 델타항공(1.8% 하락)도 보유하고 있다. 그레그 에이블이 이끄는 경영진은 다음 주 토요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버핏이 9월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처음 나오는 분기 실적이다. 시장은 기술기업의 투자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속도, 인텔 등 반도체 기업의 수요 전망, 고용 및 물가 관련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