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금리를 인상하면서 영향이 은행의 초단기 자금 조달 비용을 넘어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 전망, 금융시장의 가격 재평가로 확산되고 있다. 금리 정책은 대출 비용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저축 수익률,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판단은 다시 소비와 투자, 가격 결정에 반영돼 실제 경기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의 핵심은 경제 주체의 행동 변화
경제활동은 금전적 유인과 경제 주체의 행동에 크게 좌우된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조치가 아니라 금융 비용과 저축 수익, 시장 기대를 바꿔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을 조절하려는 수단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연준은 대출 비용을 낮추고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금리를 크게 인하했다. 정책 효과가 즉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금리는 경기 회복을 뒷받침했다. 현재 상황은 더 복잡하다.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인플레이션은 높은 편이다.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운송비와 생산비, 일상 소비재 가격으로 부담이 전이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주요 선진국이 누적한 부채 역시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은 은행에 지급하는 금리를 직접 통제할 수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직접 결정할 수는 없다. 연준은 2020년 인플레이션 상승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당시에는 정책적으로 설명 가능한 접근이었지만, 기업과 소비자가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믿기 시작하면 구매와 가격 책정, 소비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일부 기업이 먼저 가격을 올리면 다른 기업이 뒤따를 가능성도 커져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은행, 대출 수익과 예금 비용 사이에서 압박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대출 이자 수익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출 수요가 약해질 수 있고, 예금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은 거세진다. Credit One Bank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을 이동한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4% 수준의 양도성예금증서(CD)나 다른 저축 상품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따라서 금리 인상이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대출 자산에서는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예금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예금자들이 4%를 중요한 기준으로 받아들이면 은행은 예금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순이익 개선 폭은 제한될 수 있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금리 차이가 커질수록 자금이 은행과 저축 상품 사이를 더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
글로벌 중앙은행, 이미 바뀐 금리 경로를 반영
금리 인상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앞으로 일련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의 브루스 캐스먼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이후 선진국 시장의 정책 경로 전망이 뚜렷하게 달라졌으며, 내년 중반까지 관련 중앙은행들의 누적 금리 인상 폭이 1%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시장이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중앙은행이 시장을 일방적으로 이끌기보다 시장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의 이번 인상에 앞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미 5%에 근접했고, 이후 5%를 넘어섰다. 장기금리 상승은 일반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경제활동을 둔화시키며,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는 연준이 기대하는 정책 전달 경로이기도 하다.
다만 채권 수익률이 중앙은행의 조치보다 먼저 움직이면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이 시장을 선도하기보다 뒤따라가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정부 부채, 글로벌 금리 경로를 이미 반영해 자산 가격을 재조정했다. 이 경우 정책금리 인상은 변화의 출발점이라기보다 시장이 반영한 변화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조치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관리하는 일이 남은 과제
인플레이션은 통화량과 금리 수준만으로 결정되는 수치가 아니다. 사람들이 앞으로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하는 방식도 중요한 변수다. 소비자가 내일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구매를 앞당길 수 있고, 기업이 비용 상승을 예상하면 판매가격을 미리 올리거나 원자재를 선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가 가격 결정과 소비 행동에 자리 잡으면 중앙은행이 이를 되돌리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연준의 정책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제롬 파월 전 연준 의장 재임 기간의 정책 경험은 중앙은행이 기대를 선제적으로 형성할 때, 기대가 이미 바뀐 뒤 대응하는 것보다 정책 효과가 전달되기 쉽다는 점을 보여준다. 케빈 워시는 경제적 의사결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더 큰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기대와 금리 경로가 빈번하게 바뀌는 환경에서는 연준의 신호가 기업과 소비자, 은행, 투자자에게 얼마나 신뢰받는지가 시장 행동과 정책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