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바이낸스 해킹에 북한 연계 해커 조직이 관여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부인했다. 한편 블록체인 분석업체 Elliptic은 도난 자산 약 64억3,000만달러 가운데 28억5,000만달러가 동결되거나 회수됐고, 약 32억4,000만달러는 공격 관련 주소에 남아 있다고 추산했다. 자금이 여러 블록체인과 수천 개 지갑을 거쳐 이동하면서 추적과 회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여정, FBI의 해킹 배후 지목 비판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 연계 해커 조직 ‘TraderTraitor’를 공격 배후로 지목한 데 대해 비판했다. 북한 관영 매체는 김여정의 발언을 인용해 FBI가 북한을 ‘사이버 범죄 국가’로 만들려 한다며, 워싱턴이 관련 주장을 통해 국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미국의 지목과 입장이 맞서고 있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공방과 별개로, 실제 자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와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는 바이낸스 이용자와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공격 후 나흘간 지갑 1만2,000개 동원
Elliptic은 월요일 공개한 분석에서 공격 직후 나흘 동안 관련자들이 11개 블록체인에서 약 1만2,000개의 지갑을 이용해 4만 건 넘는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새 지갑은 평균 약 25초마다 하나씩 사용됐다. Elliptic은 이 같은 움직임이 복잡하고 자동화된 자금 이동 방식과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자금은 초기에 트론(Tron)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동한 뒤 약 7,700개 주소로 분산됐고, 이후 크로스체인 브리지를 통해 이더리움으로 옮겨졌다. Elliptic에 따르면 이 같은 브리지를 거쳐 트론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최소 1억4,700만달러다. 여러 체인으로 이동하면서 추적 범위가 넓어졌고, 체인별 주소와 거래를 함께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 동결 전 자산 전환
분석업체들은 해커들이 탈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해 도난 스테이블코인을 이더리움 등 발행사가 동결할 수 없는 가상자산으로 바꿨다고 봤다. Elliptic은 테더(Tether)와 서클(Circle) 등 발행사가 남은 자산을 동결하기 전에 약 7억8,600만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이 다른 자산으로 전환된 것으로 추산했다.
Chainalysis는 북한 연계 행위자들이 트론의 중간 지갑을 통해 5억달러 넘는 자금을 옮긴 뒤 새로운 자금세탁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자금 이동은 솔라나 등 다른 블록체인으로도 확산됐다. Elliptic은 비트코인 믹싱이 시작된 초기 징후도 포착했다. 월요일 이른 시간 기준 약 28BTC, 약 220만달러어치가 18건의 믹싱 거래를 거쳤다. 믹싱은 거래 추적을 어렵게 하지만,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해당 자산이 법정화폐로 바뀌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
도난 자산의 44% 동결·회수 추정
Elliptic이 추산한 도난 규모 64억3,000만달러를 기준으로 약 28억5,000만달러, 즉 44%가 동결되거나 회수됐다. 약 32억4,000만달러는 관련 주소에 남아 있으며, 주된 자산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다. Elliptic은 현재까지 현금화된 자금은 극히 일부로 보이며, 대부분은 가상자산 간 이동이나 교환 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Elliptic은 이번 자금 이동 속도가 2025년 2월 15억달러 규모의 바이비트 해킹 당시보다 느리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해커들은 열흘 만에 도난당한 이더리움을 모두 옮겼다. Elliptic은 바이낸스 사건의 잔여 자금이 수개월에 걸쳐 비트코인으로 전환되고, 장외 브로커나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향후 경로에 대한 분석이며, 실제로 자금이 해당 방식으로 이동했다는 뜻은 아니다.
바이낸스, 출금 단계적 재개
바이낸스는 출금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를 앞당겨 주거나 보상을 신청해 주겠다고 제안하는 사기 행위에 주의하라는 안내도 내놨다. 거래소는 피해 금액의 약 95%를 충당했으며, 나머지 5%는 유동성이 낮아 확보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토큰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 파트너들과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자에게는 출금 재개 일정과 잔여 자산 확보 상황이 직접적인 관심사다. 추적기관은 여러 체인을 넘나드는 자금 이동과 자산 전환이 회수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본다. 바이낸스가 밝힌 피해 자산 충당률은 거래소의 대응 현황이고, 분석업체가 공개한 수치는 온체인 자금 흐름에 관한 추정치인 만큼 같은 통계로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