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와 EU 이사회가 증권화 시장 개혁안에 합의하면서 발행사와 투자자의 자본·행정 부담을 일부 낮추고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넓힐 길이 열렸다. Scope Ratings에서 구조화금융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버그먼은 법안 문안이 올해 말까지 구체화되고, 유럽의회가 2027년 1분기 표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관련 규정은 2027년 여름 시행이 목표다.
예상보다 빨라진 입법 일정
이번 개혁은 유럽 경쟁력 전략에서 출발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주도해 작성한 관련 보고서는 2024년 9월 공개됐으며, 이후 입법 절차가 진행됐다. 유럽의회와 회원국 정부를 대표하는 EU 이사회는 10월 21일 합의에 도달했다.
Walkers Global의 앤드루 트레이너 파트너는 주요 쟁점에서 양측의 출발점이 크게 달랐던 만큼 합의 진전 자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버그먼도 이번 합의가 개혁 방향을 확인한 것이라면서, 세부 내용은 올해 말 나올 법안 문안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낙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일정도 이제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STS 거래 자본 요건 조정 가능성
개혁안은 단순·투명·표준화(STS) 증권화 거래의 자본 요건을 손볼 수 있다. 트레이너는 거래가 새로운 ‘복원력’ 기준을 충족할 경우 선순위 트랜치의 위험가중치 하한이 5~7%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 규정에 이 내용이 반영되면 자본 및 대차대조표 관리 수단으로서 증권화의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 실사 요건이 얼마나 간소화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버그먼은 현행 실사 부담이 큰 탓에 발행사들이 사모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이 이러한 선택에 변화를 가져올지는 최종 규정에 담길 실사 절차와 보고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달려 있다.
사모 거래·CLO 보고 양식 간소화 추진
새 규정은 공개 발행과 사모 증권화를 구분하고 사모 거래에는 간소화된 보고 양식을 마련할 예정이다. 트레이너에 따르면 부채담보부증권(CLO)에도 별도의 간소화 보고 양식과 정보 접근 체계가 적용될 수 있다. 기존에는 사모 증권화가 등록 시스템 이용 의무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새 규정에 관련 장치가 포함되면 정보 보고와 접근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EU 이사회는 10월 21일 발표에서 STS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 EU 차원의 감독 체계를 마련하고, 양도성 증권 집합투자기구(UCITS)가 증권화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도 확대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구조화금융협회(SFA)의 마이클 브라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자본 제도 조정, 투자자 실사 간소화, UCITS 투자 여력 확대가 유럽 경제의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자본 기준과 보고 의무, 투자 한도의 구체적인 내용은 최종 법안 문안에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