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가 2026년 6월 30일 기준 미국 국채를 직접 1,149억6,000만 달러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USDT의 규모와 유통망이 정책 논의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관련 구상은 아직 공식 사업으로 출범하지 않았으며, 테더와 합의가 이뤄졌다는 근거도 없다.
USDT를 이용하면 미국 은행 계좌 없이도 디지털 지갑이나 가상자산 시장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고 옮길 수 있다. 테더는 6월 말 기준 USDT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60%를 넘는다고 밝혔다. 미국 입장에서는 테더가 대규모 국채 매수자인 동시에, 기존 금융망이 닿기 어려운 사용자에게 달러를 전달할 수 있는 유통망을 갖춘 사업자라는 점이 주목된다.
단기 국채 중심으로 바뀐 테더의 준비자산
테더의 준비자산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021년 10월, 테더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USDT가 은행 계좌의 법정화폐로 전액 뒷받침된다고 설명한 문제와 관련해 4,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테더가 다른 자산도 보유하고 있었으며, 실제 준비 구조가 관련 설명과 일치하지 않았다는 게 규제당국의 판단이었다.
이후 테더는 준비자산 구성을 단계적으로 바꿨다. 2022년 10월에는 기업어음 보유분을 모두 정리하고 미국 국채로 대체했다고 발표했다. 단기 국채는 유동성이 높아 고객의 상환 요청에 대응하기 수월하다. 동시에 이 변화로 테더는 미국 정부 부채 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됐다.
테더가 공개한 2026년 6월 30일 기준 준비자산은 총 1,877억5,000만 달러, 부채는 1,836억4,000만 달러였다. 자산이 부채보다 41억1,000만 달러 많았다. 직접 보유한 미국 국채의 가중평균 만기는 90일 미만이며, 현금을 담보를 받고 빌려주는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거래도 186억3,000만 달러 규모로 포함됐다. 레포는 직접 보유 국채와는 다른 자산이지만, 테더의 준비자산 운용이 단기 달러 금융시장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준비자산이 모두 미국 국채인 것은 아니다. 테더 보고서에는 귀금속 188억4,000만 달러, 비트코인 58억 달러, 담보대출 134억5,000만 달러도 기재됐다. 따라서 테더를 대형 국채 보유자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만, 준비자산 전체를 국채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공개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테더는 KPMG 미국 법인이 2026년 8월 13일 2025년 재무제표 감사를 마쳤고,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감사인이 적용된 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제표가 회사의 재무 상태를 적정하게 나타낸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다만 감사와 준비자산 보고가 USDT를 미국 정부 부채로 바꾸거나 정부 보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테더가 금융 거래 상대방으로 어떤 재무 정보를 제공하는지 보여주는 자료다.
국채 수익은 테더에 귀속되고 보유자에게는 지급되지 않아
USDT는 이용자가 새 토큰을 발행할 때 달러를 제공하고, 테더가 상환 의무를 지는 구조다. 테더는 그에 대응하는 자산을 보유한다. 국채와 레포 거래에서 수익이 발생하지만, USDT 보유자가 준비자산 투자수익을 받을 계약상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 테더는 2026년 2분기 순영업이익이 약 15억 달러였으며, 주된 수입원이 국채와 레포 수익이라고 밝혔다.
이 구조에서는 각 주체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이용자는 디지털 시장에서 유통할 수 있는 달러 표시 잔액을 얻고, 테더는 준비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거둔다. 미국 정부에는 단기 국채를 반복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대형 민간 투자자가 생긴다. 그러나 국채 매입이 미국 정부의 부채를 없애는 것은 아니며, 테더가 장기적으로 정부에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약속도 아니다. 테더는 사업 운영과 상환 수요를 관리해야 하므로 투자 결정은 회사의 영업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다른 기관이 단기간에 따라 하기 어려운 자산은 테더가 이미 확보한 사용자와 가맹점 네트워크다. 해외 은행 계좌를 만들기 어려운 사람에게 USDT는 달러 현금이나 전통적인 달러 금융상품보다 접근하기 쉬운 수단일 수 있다. 가맹점의 결제 수용, 거래 플랫폼의 지원, 현지 통화로 바꿀 수 있는 경로가 늘면 이용 편의성도 높아진다. 정부 정책으로 신규 발행자를 유치할 수는 있지만, 이미 형성된 거래·수용망을 곧바로 재현하기는 어렵다.
신규 발행이 실제 국채 수요로 이어지는 조건
USDT 거래 규모가 곧 신규 미국 국채 수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다른 보유자로부터 기존 USDT를 사는 경우, 대개 토큰의 소유자만 바뀐다. 이 거래만으로 테더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거나 국채 매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수요 증가로 순발행이 이뤄져야 추가 준비자산을 마련할 필요가 생긴다. 결제 거래량과 미국 정부에 대한 신규 자금 공급은 서로 다른 지표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출처도 중요하다. 기존 달러 펀드 자금이 USDT로 옮겨가는 것이라면 기존 달러 자산의 재배분에 가깝다. 반면 이전에는 달러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람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처음 달러를 보유한다면 새로운 달러 수요가 생긴다. 스티븐 미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2025년 11월 해외 스테이블코인 수요를 언급하며 기존 달러 보유자 간 자금 이동과 달러를 구하기 어려운 해외 예금자의 수요를 구분했다. 그는 후자의 확대 여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2025년 7월 GENIUS 법을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경제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미국 국채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 9월 23일 공개된 정책 구상은 해외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다루며, 재무부와 국무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참여하고 민간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 사업이나 협력 기업,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DFC는 현재 대출과 보증, 지분 투자 수단을 운용한다. 어떤 수단을 쓰느냐에 따라 공공 부문이 부담할 위험도 달라지지만,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어떤 방식이 적용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 참여가 해외 진출을 위한 자금 조달이나 협력 문턱을 낮출 수 있는 한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현지 저축과 거래에서 자국 통화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이션이 높거나 환율 변동성이 크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은 환경에서 외화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통화를 대체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가계에는 더 안정적인 저축 수단을 찾는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현지 정부의 국내 금융시장 영향력은 약해질 수 있다.
해외 유통망 확대에도 남는 규제와 동결 권한
테더의 달러 금융시장 의존성은 준비자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2023년 12월 미국 제재 대상 주소와 관련해 토큰을 제한하는 자발적 동결 정책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지갑의 개인 키를 직접 보관하더라도 발행사가 지정한 주소의 토큰을 동결할 수 있다. 자기수탁 지갑이라고 해서 중앙화된 발행사의 통제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법무부는 2026년 9월 9일 사기 의심 자금과 관련한 자산 제한 조치를 발표하면서 5,200만 달러 규모의 자산을 제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테더의 협조에도 감사를 표했다. 이런 협조는 사기 혐의 자산의 회수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경을 넘어 유통되는 디지털 달러가 법 집행 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회사에 의해 발행·관리된다는 점도 보여준다. 미국 정부는 상품의 해외 접근성을 넓히는 한편 발행사의 규제 준수와 수사 협조를 요구할 수 있다.
GENIUS 법은 외국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 시장에 진입할 때 적용될 조건을 담았다. 해외 규제체계의 동등성 인정, 등록, 적법한 명령 준수 등이 포함된다. 미국 재무부가 2026년 8월 17일 제안한 규칙은 법의 예상 시행일로 2027년 1월 18일을 제시했으며,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공·판매에 대한 추가 제한 시점으로 2028년 7월 18일도 언급했다. 규칙은 아직 시행 절차 중이지만, 외국 발행사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미국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방향은 분명해지고 있다.
테더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별도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2026년 1월 앵커리지 디지털 뱅크(Anchorage Digital Bank)가 발행하고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가 지정 준비자산 수탁기관 겸 우선 주요 딜러를 맡는 USA₮ 출시를 발표했다. USA₮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USDT와 별개의 토큰이며 발행 주체도 다르다. 테더는 USA₮가 미국 정부의 보증을 받지 않으며 연방 예금보험 적용 대상도 아니라고 밝혔다.
테더와 미국 정부의 관계는 어느 한쪽에만 이익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 테더는 달러 자산과 시장 채널, 금융 거래 상대방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미국은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디지털 달러의 접근성을 넓힐 수 있다. 동시에 발행사에는 규제 준수와 법 집행 협조를 요구한다. 이용자가 보유하는 것은 플랫폼을 넘나들 수 있는 달러 표시 토큰이며, 준비자산은 테더가 보유한다. 약정에 따른 상환 여부는 결국 발행사가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