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제안한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규정은 준비금 부족이 발생한 뒤의 대응 시간을 시간 단위로 정하고 있다. 발행사는 준비금 가치가 유통 토큰 가치를 밑돈 사실을 확인한 뒤 24시간 안에 연준에 통보하고, 준비금을 다시 충분한 수준으로 회복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부족분을 메우지 못하고 연준이 보완계획을 계속 이행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은 경우에는 계획 기한이 끝난 다음 영업일 오후 5시까지 준비금 청산과 토큰 상환을 시작해야 한다. 연준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발행사에 주어지는 시간이 48시간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 392쪽에 달하는 이번 제안은 발행사가 보완 기간 동안 새 토큰을 계속 발행하는 것을 허용한다. 블록체인에서 발행 활동은 공개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신규 발행을 중단하면 보유자들이 이를 발행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고, 오히려 상환과 매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제안은 연방관보에 게재된 뒤 60일간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간다. 연준은 준비금이 토큰 유통량의 1대 1 기준을 밑돌 때 신규 발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하는지도 함께 묻고 있다.
준비금 부족 확인 후 24시간 내 보고
제안에 따르면 발행사는 언제든 준비자산 가치가 유통 토큰 가치 이상이 되도록 유지해야 한다. 또한 규제를 담당하는 연방준비은행이 소재한 지역의 시간으로 매일 오후 5시에 최소 한 차례 준비자산의 공정가치를 기록해야 한다. 준비금이 최소 요건에 근접한 발행사는 부족분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하루에 여러 차례 계산해야 할 수도 있다고 연준은 밝혔다.
청산 절차가 시작되면 발행사는 신규 토큰 발행을 중단하고 상환 수수료도 부과할 수 없다. 청산을 시작한 뒤 실제 절차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규정된 개시 시한을 넘어설 수 있다. 정상적인 영업 상황에 적용되는 별도 요건도 있다. 발행사는 상환 요청을 영업일 기준 이틀 안에 처리해야 하며, 이 기한은 준비금 부족 이후 적용되는 청산 시계와는 별도로 계산된다.
연준은 선순위 상환이 남은 보유자의 자산 보장 수준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가상의 사례로 설명했다. 유통량이 1억 달러이고 준비금이 9,500만 달러인 스테이블코인이라면 토큰 1개당 준비금은 평균 0.95달러다. 이 가운데 3,500만 달러어치가 액면가로 상환되면 발행사에는 6,000만 달러의 준비금과 6,500만 달러의 유통 토큰이 남는다. 남은 토큰 1개당 준비금은 약 0.92달러로 낮아진다.
| 청산 전 액면가 상환액 | 잔여 준비금 | 잔여 토큰 | 잔여 토큰 1개당 준비금 |
|---|---|---|---|
| 0달러 | 9,500만 달러 | 1억 달러 | 0.95달러 |
| 1,000만 달러 | 8,500만 달러 | 9,000만 달러 | 약 0.94달러 |
| 3,500만 달러 | 6,000만 달러 | 6,500만 달러 | 약 0.92달러 |
| 5,000만 달러 | 4,500만 달러 | 5,000만 달러 | 0.90달러 |
| 8,000만 달러 | 1,500만 달러 | 2,000만 달러 | 0.75달러 |
같은 사례에서 액면가 상환 규모가 커질수록 상환하지 않은 보유자에게 돌아가는 준비금 보장 수준은 낮아진다. 5,000만 달러가 상환되면 약 0.90달러, 8,000만 달러가 상환되면 0.75달러까지 떨어진다. 고정된 준비금 부족분을 부담하는 토큰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먼저 액면가로 빠져나간 보유자가 계속 보유한 사람보다 유리할 수 있다. 강제 청산은 후순위 보유자에게 부족분이 계속 커지는 구조를 피하고, 보유자들이 손실을 비례적으로 나누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보완 기간 신규 발행은 허용하지만 부족분은 남아
Circle이 공개한 자료는 대형 스테이블코인의 일상적인 발행과 상환 규모를 보여준다. 9월 21일 기준 USDC 유통량은 746억 달러, 준비금은 748억 달러였다. 직전 30일 동안 Circle은 402억 달러를 발행하고 390억 달러를 상환했다. 총자금 이동 규모는 792억 달러로, 당시 USDC 전체 유통량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유통량 순증가는 12억 달러에 그쳤다.
이처럼 거래가 빈번한 시장에서는 온체인 신규 발행이 갑자기 중단되는 상황이 빠르게 포착될 수 있다. 연준이 보완 기간 중 발행을 허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새 토큰에는 충분한 준비금이 뒷받침돼야 한다. 앞선 사례에서 3,500만 달러가 상환되는 동시에 2,000만 달러가 새로 발행되면 준비금 부족액 자체는 여전히 500만 달러다. 하지만 더 많은 토큰이 이 부족분을 함께 부담하면서 토큰 1개당 준비금 보장 수준은 약 0.94달러로 회복될 수 있다. 새 토큰 매수자도 기존에 발생한 손실을 나누어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신규 발행만으로 준비금 부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완전한 보장 수준을 회복하려면 발행사가 신규 자본을 투입하거나 손상된 자산을 회수하거나 준비자산 가치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장의 신뢰가 이미 약해진 경우 새 토큰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연준은 준비금이 1대 1 기준을 밑돈 즉시 신규 발행을 제한해야 하는지를 의견수렴 항목으로 제시했다.
통화감독청은 즉시 순증 발행 중단안 제시
미국 통화감독청(OCC)이 3월 제시한 방안은 다른 접근을 취한다. OCC의 감독을 받는 발행사는 최소 준비금 요건을 밑도는 즉시 순증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 다만 전체 토큰 발행량을 늘리지 않는 범위에서는 기존 토큰을 다른 원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 준비금 부족이 영업일 기준 15일 연속 이어질 경우 강제 청산이 시작되며, OCC는 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두 규정은 서로 다른 감독 범위의 발행사를 대상으로 한다. 연준은 자체 감독 대상 발행사를 담당하고, OCC와 주 규제기관은 GENIUS법에 따라 나머지 발행사를 감독한다. 이에 따라 두 가지 청산 경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 최소 준비금 요건 하회 이후 조치 | 연준 제안 | OCC 제안 |
|---|---|---|
| 신규 발행 | 보완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허용 | 즉시 순증 발행 중단 |
| 초기 대응 | 24시간 내 통보 및 보완계획 제출 | 준비금 요건을 회복할 때까지 순증 발행 금지 |
| 청산 개시 | 계획 기한 다음 영업일 오후 5시까지. 부족분 해소 또는 연준의 별도 지시가 있는 경우 제외 | 준비금 부족이 영업일 기준 15일 연속 지속된 뒤 |
| 규제기관의 조정 권한 | 연준이 보완계획을 계속 이행하도록 지시 가능 | OCC가 15영업일 기한 연장 가능 |
2023년 USDC 디페깅이 보여준 은행 영업시간의 영향
연준이 2025년 12월 발표한 연구는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파산 당시 발생한 스테이블코인 뱅크런을 되짚었다. 당시 Circle은 USDC 준비금 가운데 33억 달러가 해당 은행에 묶여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는 당시 준비금의 약 8%에 해당했다. 상환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주말 동안 은행 결제망이 닫히면서 주요 상환 경로가 사실상 중단됐고, USDC는 2차 시장에서 한때 0.86달러까지 하락했다. 3월 11일에는 시간당 거래량이 20억 달러에 육박했다.
연구진은 발행사의 상환 창구를 닫는다고 해서 보유자의 매도가 멈추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거래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이동해 계속될 수 있다. 연준의 제안은 온체인에서 확인되는 상환, 2차 시장 거래, 발행사 청산을 하나의 대응 상황 안에서 다룬다. 상환이 추가 상환을 촉발할 수 있는 반면, 2차 시장이 매도 물량 일부를 흡수하면 발행사에 액면가로 직접 상환을 요구하고 준비자산 매각을 압박하는 수요를 줄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상환 압력이 채권시장으로 번질 가능성
9월 25일 기준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체 규모는 약 3,073억 달러다. 이 가운데 USDT가 약 1,837억 달러, USDC가 약 764억 달러를 차지했다. 문제가 발생한 토큰의 보유자가 자금을 회수하려 하면 다른 스테이블코인이나 법정화폐, 비트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스테이블코인 거래쌍에서 나타나는 비트코인 가격, 호가창 깊이, 펀딩비는 자금 이동을 관찰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압박을 받는 스테이블코인으로 표시한 비트코인 가격이 달러 표시 가격보다 높다면 비트코인 자체의 가격 변화가 아니라 해당 스테이블코인의 할인 거래를 반영할 가능성도 있다.
GENIUS법은 준비자산의 대부분을 만기가 93일을 넘지 않는 미국 국채와 적격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에 배치하도록 요구한다. 연준은 발행사가 충분히 큰 규모의 국채를 보유한 경우 이를 한꺼번에 매각하면 시장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인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월 발표한 모델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가 24시간 상환할 수 있는 구조와 채권·레포 시장이 야간과 주말에 문을 닫는 구조 사이의 시간 불일치를 분석했다. 대규모 상환이 발생하면 먼저 현금 완충분이 소진되고, 시장이 다시 열린 뒤 발행사가 채권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달러로 직접 상환하는 경우에는 발행사의 준비금이 먼저 줄어들기 때문에 상환 규모와 준비금 보장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거래쌍별 스프레드와 유동성 분포가 바뀔 수 있다. 비트코인을 매수하면 스테이블코인별 표시 가격을 사용하는 거래쌍 사이에 가격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은행 결제망이 닫혀 있어도 보유자는 2차 시장에서 계속 매도할 수 있다. 이후 발행사가 시장 개장 뒤 국채나 레포 자산을 매각하면 압박이 전통적인 단기자금시장으로 전달될 수 있다.
발행사가 최초 24시간 안에 부족분을 보완하면 시장 혼란은 비교적 빠르게 진정되고 신규 발행과 상환도 정상화될 수 있다. 반대로 금요일 늦은 시간에 준비금 부족이 발생하면 다음 영업일이 시작되기 전까지 상환과 2차 시장 할인 거래가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발행사가 보유한 국채도 월요일 시장이 열릴 때까지 매각하기 어렵다. 앞으로 60일간 진행될 의견수렴에서는 공개 블록체인 시장에서 갑작스러운 발행 중단이 뱅크런 신호로 해석되는 상황을 어떻게 피할지, 그리고 준비금 부족 이후 발행사가 충분히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