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프로듀서 토미 하퍼가 설립한 마이크로 드라마 앱 VeYou가 약 6개월간의 운영을 마치고 11월 6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하퍼는 드라마 제작을 이어가되, 틱톡의 마이크로 드라마 앱 PineDrama와 유튜브 등 협력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금력이 제한된 독립 플랫폼이 앱 유통에서 콘텐츠 공급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대형 기술 기업의 진출이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의 경쟁 구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VeYou, 앱 운영 접고 드라마 제작에 집중
《스타워즈》와 《탑건: 매버릭》 등에 참여한 하퍼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 방식에 가까운 접근으로 세로형 단편 드라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VeYou를 설립했다. ‘세로형 드라마’라고도 불리는 이 장르는 제작비가 비교적 낮고 회차가 짧으며 이야기가 연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서 먼저 성장한 뒤 최근 미국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퍼는 지난 1년간 틱톡, 메타, 유튜브가 모두 드라마 콘텐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대형 플랫폼 세 곳이 이 형식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독립 업체가 앱 다운로드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플랫폼에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VeYou는 드라마 제작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VeYou는 투자사 S32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S32는 구글벤처스 창립자 빌 마리스가 설립한 투자사로, 23andMe와 임파서블푸드, 네스트 등에 투자한 바 있다. VeYou는 소수의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으며, 첫 작품은 케이시 에서가 주연을 맡고 하퍼와 함께 각본을 쓴 로맨스 드라마 《Love Under Fire》였다.
대형 플랫폼 진출로 유통 경쟁 심화
마이크로 드라마 앱은 대체로 마케팅을 통해 이용자를 확보하기 때문에 고객 유치 비용이 높다. 반면 세로형 드라마 한 편의 제작비는 전통적인 장편 영화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제작비가 낮다고 안정적인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규모 자금 지원이 없는 독립 앱은 이용자를 모으기 위해 지속적인 홍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콘텐츠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미디어 컨설팅 업체 Owl & Co.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이외 지역의 주요 앱에서 공개된 드라마 가운데 약 3분의 2가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됐다. 1분기에는 그 비중이 3%였다. 한편 광고 수익을 기반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기존에 시장을 주도한 ‘프리미엄(freemium)’ 앱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틱톡은 1월 무료 마이크로 드라마 앱 PineDrama를 출시했다. Owl & Co.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PineDrama는 주요 앱 16곳의 마이크로 드라마 전체 시청량 가운데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시청이 대형 플랫폼에 집중되면서 독립 앱의 유통 여건은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유튜브는 최근 크리에이터가 쇼츠 영상을 연속 재생되는 드라마나 시즌 콘텐츠로 구성할 수 있는 기능을 내놨다. 메타 역시 다수의 마이크로 드라마 앱이 이용자를 확보하는 주요 채널로 남아 있다. 일부 앱은 구독을 유도하기 위해 20분 이상 길이의 영상 일부를 광고로 활용한다. 플랫폼은 콘텐츠 유통뿐 아니라 앱의 이용자 확보 방식과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VeYou 제작 파트너, 배우와 각본의 차별성 강조
VeYou의 제작 파트너인 RIVR 미디어의 최고경영자(CEO) 로리 골든-스트라이어는 VeYou 작품의 차별점으로 각본과 연기, 연출 방식을 꼽았다. 그는 플랫폼 데이터와 제작진의 관찰을 바탕으로 볼 때 VeYou 드라마의 틱톡 내 반응이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골든-스트라이어는 AI 생성 콘텐츠가 늘어나는 가운데 시청자들이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을 원한다고 봤다. 세로형 드라마를 다수 시청한 경험에 비춰 VeYou 작품은 제작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도 말했다. PineDrama 등 대형 플랫폼의 시청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VeYou는 독립 앱 운영을 이어가는 대신 협력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에 사업의 무게를 옮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