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이 향후 컴퓨팅과 인프라에 최대 5,67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정하고, ‘Anthropic Direct’를 통해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 10월 26일 공개된 318쪽 분량의 IPO 투자설명서에 담긴 내용이다. 컴퓨팅 자원은 모델 훈련과 서비스 운영에 필수적이지만, 공급 부족이나 사업 지연, 비용 초과가 발생하면 유동성과 경영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2025년 말 기준 컴퓨팅 약정 최대 5,670억 달러
앤스로픽은 첨단 모델을 개발·훈련·개선하고 배포하려면 대규모의 전용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며, 그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팅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글로벌 대형 기술기업들과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투자설명서에 담겼다.
2025년 12월 31일 기준 앤스로픽은 여러 공급업체와 약 4,17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계약을 맺었다. 계약은 2026~2027년에 순차적으로 시작하며, 기간은 1년에서 20년이다. 이와 별도로 2028~2031년부터 사용할 추가 컴퓨팅 자원에 1,250억~1,500억 달러를 배정했다. 두 항목을 합친 향후 약정 지출은 5,420억~5,670억 달러다.
컴퓨팅 비용은 현재 앤스로픽의 가장 큰 운영비 항목이다. 2026년 2분기 컴퓨팅 지출은 56억 달러, 같은 기간 매출은 116억 달러였다. 매출이 컴퓨팅 지출의 약 두 배였지만, 이는 전체 운영비를 충당했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는 이 비율을 계속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WS·구글·마이크로소프트와 스페이스X가 공급
앤스로픽은 현재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사업자로부터 주로 컴퓨팅 자원을 조달한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2026년 5~10월에는 스페이스X와 여러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9년까지 최대 1,205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해당 자원은 스페이스X가 보유한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한다.
공급업체와 칩 종류에 따라 작업을 배분하기 위해 앤스로픽은 자체 컴퓨팅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AWS 트레이니엄, 구글 TPU, 엔비디아 GPU, AMD GPU 사이에서 작업 부하를 조정한다. 회사는 수년에 걸쳐 구축한 이 시스템이 비용 관리와 특정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공급업체들은 자체 AI 사업도 운영한다. 앤스로픽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컴퓨팅 수요보다 자체 사업을 우선할 수 있고, 협력 과정에서 앤스로픽의 운영 상황이나 컴퓨팅 수요를 파악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세 회사 모두 앤스로픽에 상당한 투자를 했으며 자사 모델 제품도 이용하고 있어, 양측의 관계는 단순한 공급자와 고객에 그치지 않는다.
Anthropic Direct, 데이터센터 직접 확보 확대
경쟁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앤스로픽은 Anthropic Direct를 추진하고 있다. 협력사가 부지와 전력, 시설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 앤스로픽이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임차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향후 컴퓨팅 투자에서 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앤스로픽은 2026년 9월 30일 전후부터 이 계획과 관련한 구매 약정과 임대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투자설명서에 공개된 5년 임대료는 이자를 제외하고 1,252억 달러다. 2026년 기준 최대 인프라 협력사의 잠재 자금 규모는 브로드컴 420억 달러, 구글 200억 달러, 아마존 150억 달러다. 관련 내용이 발표된 당일 브로드컴 주가는 3% 상승했다.
이 같은 계약은 대규모 지출을 앞당기는 반면 투자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앤스로픽은 관련 사업이 상당한 현금 유출을 일으켜 유동성, 재무 상태와 경영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력 확보와 장비 공급, 일정 지연이 변수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제때 확보할 수 있는지도 핵심 과제다. 앤스로픽은 시설의 에너지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며 발전 및 인프라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설명서는 계약의 구체적인 유형이나 에너지원은 밝히지 않았다. 전력을 데이터센터에 연결하는 과정은 인허가, 법적 분쟁, 공급망 차질로 지연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칩과 데이터센터 장비 부족도 사업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데이터센터 계획을 원활히 실행하지 못하거나 큰 폭의 지연 또는 비용 초과가 발생할 경우, 임대·배치·건설한 시설이 변화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앤스로픽의 설명이다. 공개된 약정 규모는 모델 사업이 컴퓨팅 자원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과 함께, 자금 조달과 전력 연결, 인프라 구축 일정이 경영 위험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