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법무부와 다른 사법·집행기관이 인공지능(AI) 산업에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AI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발언으로 미국 정부가 최첨단 AI 규제에 개입할 수 있는 범위와 개발 기업의 법적 책임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법무부의 개입 가능성 언급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1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법무부와 다른 집행기관이 관련 분야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특정 AI 기업을 겨냥한 집행 계획이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AI에 대해 비교적 완화된 규제 접근을 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자신이 AI를 "장려"할 뿐이라고 밝혔고, 특히 "초지능(SI·Super Intelligence)"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현재 AI 정책을 전면적으로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며, 논의의 초점은 필요한 경우 정부가 어떻게 개입할지와 기업이 위험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맞춰져 있다.
베선트 재무장관 "최첨단 AI 연구소는 책임져야"
같은 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최첨단 AI 연구소에 관련 위험에 대한 책임 보호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CNBC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Squawk Box)'에 출연해 연구소들이 책임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며, 기업이 개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는 현재 미국 AI 정책 논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AI 모델의 성능이 높아질수록 기업은 제품 안전, 오류가 포함된 결과, 데이터 사용, 잠재적인 사회적 영향과 관련한 법적·상업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적어도 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방정부가 기업에 폭넓은 보호나 보증을 제공할 것이라는 신호가 아직 나오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앤트로픽 CEO, 연방 규제 체계 요구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정부가 연방 차원의 AI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최첨단 AI 연구소가 개발 속도를 적절히 늦추고, 그 시간을 활용해 가장 고도화된 모델의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모데이 CEO의 일부 주장은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CEO에게도 지지를 받았다.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최첨단 연구소들이 모델 역량을 계속 확대하기 전에 더 명확한 안전성 평가와 위험 통제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지 여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앞서 AI 기업들이 산업 발전을 늦출 수 있는 규제를 정부에 자발적으로 요구하는 데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주별 규제와 연방 권한 사이의 이견
미 의회가 통일된 AI 규칙에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와 일리노이주 등은 자체적인 AI 규제 작업을 추진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도 AI와 관련한 행정 조치를 여러 차례 내놓았지만, 대통령의 행정권만으로 의회의 입법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연방 차원에서 규칙을 어느 범위에 적용하고 어떻게 집행할지에는 여전히 제약이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게시물에서 현재 진행 중인 AI 안전 논의를 "사기"라고 표현하고, 이를 기후변화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문제와 함께 언급했다. 그는 9월 17일에도 미국에 필요한 유일한 AI "안전장치"는 충분히 강하고 현명한 대통령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이 기술을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AI 안전 논쟁, 연구 현장에서도 계속
전직 앤트로픽 연구원인 제이컵 코크런이 최근 사임한 뒤 AI가 인류에 초래할 수 있는 극단적 위험에 대한 논의가 다시 커졌다. 그는 사임 성명에서 일부 AI 연구소 직원들이 이 기술이 장래에 인류의 생존과 관련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부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한편으로 필요할 경우 법무부와 집행기관을 통해 AI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 발전을 장려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부는 최첨단 AI 연구소가 책임 면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개발 기업과 투자자들이 주목할 사안은 연방 규제가 구체적인 제도로 이어질지, 그리고 기업이 모델 안전성과 잠재적 피해에 대해 어느 수준의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