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군사·외교적 대치가 유엔총회를 앞두고 한층 격화됐다. 이란군은 미국이 새로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중동 내 미국 시설과 이익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테헤란에 합의를 요구하며 이란 경제 또는 지도부를 겨냥한 추가 조치 가능성도 내비쳤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역내 안보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 글로벌 원유 공급과 에너지 가격이 다시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유엔총회 앞두고 미국과 이란의 압박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워싱턴이 이란 경제를 무너뜨리거나 지도부를 겨냥한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주 유엔총회 기간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지만, 군사 행동을 추가로 확대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의 카탐 알안비야 중앙본부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새로운 대규모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관련 작전을 지원하는 역내 국가도 분쟁의 당사자로 간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중동에 있는 미국의 군사 거점과 이익이 보복 대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발언 수위 상승은 7개월째 이어지는 분쟁을 배경으로 한다. 6월에 체결된 양해각서는 이미 효력을 잃었고, 이란 대표단은 이번 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란 대통령도 총회 기간 여러 국가 정상과 회담할 계획이다. 외교 채널이 다시 가동될 수 있을지는 향후 에너지 공급을 판단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후티 공격에 걸프 지역 안보 우려 확대
미국 국무부는 중동 정세가 갑자기 악화될 가능성에 유의하라는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시민들에게 항공편 취소와 영공 폐쇄 가능성에도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경보가 나오기 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무장세력은 토요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7월 분쟁이 격화된 이후 사우디 수도에서 공습경보가 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측은 방공망이 탄도미사일 한 발을 요격·파괴했으며,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대변인인 투르키 알말리키 소장은 후티 무장세력이 사우디 여러 지역의 민간인과 기반시설을 공격하려 했지만 사우디 방공 시스템이 이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유사한 공격이 이어질 경우 유조선 항로와 항만 시설은 물론 걸프 지역의 보험료와 운송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가는 하락했지만 공급 부족 우려는 지속
지역 분쟁이 확대됐음에도 국제유가는 최근 며칠간 오히려 하락했다. 트레이더들은 사우디 등 산유국의 에너지 수송이 점차 정상화될 가능성에 베팅했다. 최신 거래 기준 브렌트유 선물은 1.7% 하락한 배럴당 102.15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8% 내린 배럴당 98.46달러를 기록했다.
Eurasia Group 분석팀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진전시키더라도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 공급만으로는 시장 전체의 부족분을 완전히 메우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 팀은 올해 남은 기간 브렌트유가 배럴당 90~110달러 범위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란은 앞서 미국이 6월 양해각서에 담긴 약속을 이행하기 전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해당 약속에는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 해제, 제재 완화, 이란 자산 동결 해제, 미국의 군사적 위협 중단 등이 포함돼 있다.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시장의 핵심 변수
이란 지도부는 현재도 저항 노선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군사 행동과 외교 협상을 둘러싼 이견도 나타나고 있다. 이란 의회 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상대방의 압박을 바꾸려면 전투와 협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장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외교적 노력도 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에너지 시장에서 앞으로 확인해야 할 요소는 유전 생산량만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수준, 유조선 피격 위험, 걸프 국가들이 안정적인 수출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란이 역내 무장세력과 유조선 공격을 통해 운송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면 원유 가격은 공급 차질 위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외교 접촉이 재개되고 해상 운송 정상화로 이어지면 최근의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은 현재 유엔총회 기간 회담 일정, 역내 공격의 확대 여부, 미국의 다음 대이란 조치를 함께 지켜보고 있다.